진짜 부모가 되던 날

100일의 기적을 위한 벼락치기 노트

by 일상여행가



우리나라는 모든 신생아를 대상으로 출산한 병원에서 "신생아 선천성 대사 이상 검사"를 무료로 진행해준다. 이는 한국인에게서 발생빈도가 높은 6종의 선천성 질환에 대한 검사로 선천성 갑상선 기능 저하증, 선천성 부신 과형성증, 갈락토스혈증, 페닐케톤뇨증, 단풍당뇨증, 호모시스틴뇨증의 유무를 조기에 발견하는 선별검사다. 선천성 대사 이상은 출생 직후에는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만일 증상이 나타난 후에 진단을 하게 되면, 평생을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거나, 심할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 참조: Eone Laboratories <신생아 선천성 대사이상 선별검사>






신생아 선천성 대사 이상

10 이하가 정상인 TSH수치가 56.3이 나왔다. 출산 후에 병원에서 "선천성 대사 이상 수치가 조금 높게 나온 게 하나 있는데, 보통 재검을 해보면 정상으로 나오니까 걱정 마세요."라고 간호사 선생님이 말했을 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고 했다. 그런데, 재검 결과를 기다리는 중에 만났던 소아과 선생님과의 면담에서 엄마인 내가 갑상선 기능 항진증을 몇 년 동안 앓고 있었다는 점과, 임신기간 동안에도 (태아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게 종류를 변경해서) 약을 계속 먹었다는 점, 그리고 계속 호르몬 수치가 일정하게 잡히지 않아서 계속 복용량을 변경했다는 것을 이야기하자 대학병원에 가보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부터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혹시 나 때문에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


일단 내가 다녔던 종합병원의 소아과에 예약을 했다. 같은 병원이기 때문에 엄마의 수치 정보가 공유가 된다고 했다. 50일도 안된 아이를 속싸개, 겉싸개로 동여매고 남편과 소아과에 방문했다. 1시간 정도 기다렸다가 의사를 만났다. 의사는 의례적인 검진을 하더니, 자세히 알아보려면 피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제 갑상선 수치는 확인 안 하시나요?". "아, 뭐 엄마의 수치는 크게 상관없어요." 내 진료기록 때문에 이 병원까지 왔는데, 별로 상관이 없다니. "제 병원 수치 기록 때문에, 이 병원까지 왔는데요." 한 마디를 꺼내자, 그제야 확인을 한다. "어차피 피검사를 다시 제대로 하셔야 되니, 외래 채혈실로 내려가셔서 피검사하시고, 결과는 며칠 뒤에 다시 오세요." 며칠을 마음을 졸이고 왔는데, 5분도 안돼서 진료가 끝났다. 남편과 외래 채혈실로 내려갔다. 코로나 때문에 보호자 한 명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 남편과 아이를 들여보냈다. 30분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아, 채혈실을 기웃거리는데, 계속 아이 울음소리만 들렸다. 남편이 전화가 왔다. "어디야?" 서둘러 채혈실로 들어가자 눈물이 그렁그렁한 남편과 울다가 지쳐서 잠든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신생아는 혈관이 좁아서 피를 뽑기 힘들다고, 외래 채혈실에 있던 3명의 간호사들이 돌아가면서 계속 시도하다가 포기하고, 결국 소아과의 다른 간호사를 부르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아니, 처음부터 신생아 채혈을 해 본 소아과 간호사를 불렀어야지!! 그리고 이렇게 힘들게 피를 뽑아야 한다는 것을 단 한마디 언급도 안해준 소아과 의사에게 화가 났고, 무엇보다 이런 사실도 미리 알아보지 않고, 종합 병원에 아이를 데리고 온 나 자신에게 화가 났다. 몇 십분 기다린 후에 소아과 간호사가 들어왔다. 발등에서 피를 뽑기로 결정했고, 이번엔 내가 아이를 꼭 잡았다. 신생아는 피가 한 방울씩 간신히 떨어지는데, 그 몇십 분이 정말 몇 년 같았다. 목이 다 쉬어라 울어서 숨이 넘어가는 아이를 꼭 붙잡고, 괜찮다고 미안하다고 같이 울었다. 며칠 뒤에 결과를 들으러, 또 다시 한 시간이 넘게 기다려서 만난 소아과 의사가 말했다. "정상이네요." 병원에 오려고 남편은 휴가를 내서 아이를 돌보고, 나는 잠도 못 자고 퀭한 눈으로 왔는데, 겨우 이 한마디가 끝이다. 정상이라는 소리에 안도했지만. 이 정도를 말해줄 거면 전화나 문자로 결과를 알려주고, 문제가 있을 때 검진을 잡을 수 있게 하면 좋지 않을까. 다신 이 소아과 의사를 만날 일도, 이 종합병원에 올 일도 없을 거라고 다짐하면서, 병원을 나왔다.




내 눈앞에서 발생한 안전사고



신생아였을 때, 종합병원에서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나서 다시 아이와 함께하는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러다 서서히 아이가 목을 가누기 시작하고, 눈도 마주치면서 웃기도 할 때쯤에 안전사고가 발생했다. 그것도 엄마, 아빠, 할머니까지 함께 있던 모두의 눈 앞에서!


아직 아이가 누워있기만 하고, 뒤집기도 하지 못할 때라 역류방지 쿠션 위에서 주로 눈을 마주치고 놀 때였다. 아직 영유아의 안전사고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부모였던지라, 신혼 초부터 거실 벽에 세워두었던 결혼식 액자가 위험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역류방지 쿠션 위에서 잘 놀던 아이 위로 액자가 넘어지기 전까지는. 아이는 자지러지게 울고, 이마 위쪽이 금세 빨갛게 부어올랐다. 저녁 시간이어서 소아과에 데려갈 수는 없었고, 할머니가 수간호사로 오래 일하시고 계시는 친구 분에게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일단, 아이 상태가 우는 것 말고는 평소와 다름이 없으면 응급실에 가기보다 경과를 관찰하라고 했다. 너무 어린아이가 응급실에 가게 되면, 아이에게 힘든 검사들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신생아 때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다음날 바로 소아과에 다녀왔다. 다행히도 큰 이상은 없었지만, 앞으로 24시간을 더 경과를 관찰해보고 이상이 있으면 다시 방문하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부터 혹시나 이런 안전사고가 있을 경우를 대비한 지침을 알려주었다.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아이가 아래와 같은 반응이 보이면, 즉시 병원에 방문한다.

1) 아이가 눈(초점)이 풀린다

2) 갑자기 토한다

3) 축 처진다

4) 모유(분유)를 안 먹는다

5) 기타, 평소와는 다른 행동을 보인다.


거실 한편에 오랫동안 세워져 있던 결혼식 액자는 침실 방구석으로 옮겨졌고, 아이가 기기 시작하면 사려고 했던 베이비룸을 구입했다.



예방접종



엊그제 6개월 예방접종을 하고 왔다. 건강수첩에 있는 예방접종 기록표가 하나씩 채워질 때마다, 뿌듯하다. 여전히 만 12세까지 맞아야 할 예방 접종이 많이 남았지만, 만 12개월에 무려 8개의 접종까지 마치고 나면, 어느 정도는 마음이 놓일 것 같다. 예방접종은 국가가 권장하는 (무료의) 국가 예방접종이 있고, 기타 예방접종이 있다. 기타 예방접종은 태어나자 맞는 결핵을 예방하는 BCG(경피용/피내용)와, 로타바이러스를 예방하는 로타릭스/로타텍이 있다. 국가 예방접종은 전부 대상 개월 수에 맞춰서 맞으면 되는데, 기타 예방접종은 종류가 2가지 씩이고, 접종 방법과 가격 등이 다르므로 미리 어떤 백신을 맞을지를 고민하고 가면, 복잡한 소아과에 앉아서 고민 안 해도 된다.


<삐뽀삐뽀 119 소아과>의 저자 하정훈 선생님은 표준 예방접종 일정표에는 1회만 맞아도 되는 수두는, 반드시 2회 접종하는 것을 추천한다. 수두는 1회 접종 시에 80%, 2회 접종 시에 98.5%가 예방된다고 한다. 수두는 전염성이 강해서, 단체생활 시에는 반드시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보통은 1세, 4세에 2번 접종하는데, 수두가 유행할 때에 어린이집을 보내야 한다면 3개월 간격으로 맞아도 괜찮다고 한다. 회사 복귀 때문에 13개월에는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했는데, 수두 예방접종을 12개월, 15개월에 맞아야겠다고 일정표에 별도로 체크해두었다. 예방접종 만으로 거의 100% 예방이 가능한 이런 질병들은 모두 국가 필수 예방접종에 포함되었으면 좋겠다.


처음 예방접종을 하러 갔을 때에는 정말 아무 생각이 없이 나갔다. 침을 질질 흘리는데, 침 닦을 가재 수건도 안 챙겨가고, 칭얼거리는 아이를 달래줄 쪽쪽이 역시 챙길 생각을 하지 못했다. 접종 전/후의 주의사항 또한 있다는 것을 첫 번째 예방접종을 하고야 알았다. 사실, 첫 예방접종 때에는 대부분의 부모들이 반수면 상태의 시기일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이 글을 조금이라도 먼저 보는 예비 부모님들을 위해서 한 번쯤 미리 읽어두면 좋을 주의사항을 정리해 본다.


1) 접종 전날

- 목욕을 시킨다. (접종 당일에는 목욕은 시키지 않는 것이 좋다)

- 아이의 건강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열이 있거나 다른 질환을 앓고 있으면 예방접종을 하지 않는다)

- 소아과 선생님에게 질문할 것들을 준비한다. (미리 핸드폰에 적어가면, 빼먹지 않고 물어볼 수 있다)


2) 접종 당일

- 오전에 예방 접종한다. (오후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소아과에 갈 수 있다)

- 접종하는 날 아침 집에서 체온을 측정한다.

- 접종 당일에는 사람이 많은 곳은 가지 않는다.

- 준비물 : 예방접종 수첩, 가재 수건, 쪽쪽이, 물티슈, 아기띠/유모차(아기띠에서 입에 닿는 부분은 미리 세탁해 둔다) 등


3) 접종 이후

- 접종 후 2~30분 병원에서 아이 상태를 지켜본 후 귀가하는 것이 안전하다.

- 접종 부위는 더러운 것이 묻지 않게 주의한다.

- 접종 후 고열, 구토, 경련 등의 증상이 있으면 소아과에 방문한다.

- 미열이 날 경우를 대비해서, 가정용 해열제를 미리 구비해 둔다.





아이를 출산하는 고통을 겪고 나서도, 내 품에서 젖을 물고 있는 아이를 보면서도 이상하게 한동안 엄마가 된 실감이 나지 않았다. 나와 남편을 꼭 닮은 아이가 눈 앞에 있지만 여전히 비현실적이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아이가 내 눈앞에서 아프다고 울던 날, 처음으로 진짜 엄마가 되었음을 실감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 어린아이의 작은 팔뚝에 주삿바늘이 꽂히던 그때 말이다. 남편과 함께 울면서, 우리가 한 마음으로 같이 아프던 그 순간에 부모가 되었음을 실감했다. 저 작은 생명의 건강이 우리에게 달려있단 생각이 드니, 정신이 바짝 들었다. 우리가 미리 대비할 수도, 알지도 못하는 수많은 질병들이 있다. 그 모든 것들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불안해서 아이를 키우지도 못하겠지. 일단은 우리가 미리 대비할 수 있고, 알 수 있는 것들부터 시작한다. 가령, 안전사고의 대부분이 집에서 발생한다. 아이가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기 때문이다. 결혼식 액자도 아이에겐 위협적인 물건이 될 수도 있다. 아이의 시선에서, 집을 다시 한번 둘러보고, 재정비를 하자. 그리고 예방접종과 같이 미리 대비할 수 있는 것들은 꼼꼼하게 빼먹지 말자. 부모가 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아이의 건강을 지켜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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