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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여행가 Nov 13. 2023

그게 가능할까요?

브런치북 연재를 결심하며


"그게.. 가능할까요?"


브런치북 주 1회 연재 결심도 어려웠는데, 주 2회, 3회를 해보라는 코치님의 말에 튀어나온 말이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욕망이 나에게 생겼으면, 잘 쓸 수 있는 능력도 나에게 있다. 그리고 글을 잘 쓰고 싶으면, 글을 못쓰는 구간을 반드시 지나가야만 한다는 것도 안다. 항상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한 최대치에서 조금만 더 해보는 것이 성장이라는 것을 분명 아는데도, 여전히 내 입에서는 저딴 말이 튀어나온다니. 


"저는 생각을 깊이 있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쓰는 것보다 생각하는 시간이 더 필요해요."

"생각을 깊이 못한다는 말이 어떤 의미죠?"

"음.. 가성비 있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여러 생각들을 연결하고 조합해서 창의적인 생각과 관점이 만들어지는 건데, 저는 딱 그 순간에 해야 될 생각만 하고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것 같아요. 직장생활을 오래 하면서 생긴 사고방식인 것 같아요." 

"효율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필요해요. 가령 직장생활을 할 때는 당연히 필요한 능력이죠. 그런데, 필요하지 않은 순간에는 그런 사고방식을 참거나 미루는 훈련도 필요해요. 나에게 발달된 능력이니까, 모든 상황에서 가장 먼저 튀어나올 거예요, 그때 조절을 하는 훈련을 해보시는 거죠. 글을 쓸 때는 내가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음을 알아차리고 미뤄두고 다른 방식으로 생각을 해보시는 훈련을요." 


코칭을 마치고 가성비의 뜻을 찾아보니, ‘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을 줄여 이르는 말. 어떤 품목이나 상품에 대하여 정해진 시장 가격에서 기대할 수 있는 성능이나 효율의 정도를 말한다. (네이버 국어사전)라고 한다. 회사에서는 보통 한 가지 일만 주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장인'이 아닌 '직장인'이기 때문에, 동시에 진행되는 여러 가지 일들을 가장 효율적으로 분배하여 가성비 있게 처리해야 한다. 혼자서 하는 일이 아니기에, 다양한 관계인들의 니즈와 일정에 맞춰서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제는 직장이 아닌 나의 삶을 이런 직장인 사고방식으로 살고 있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내가 취미가 없다는 것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남편의 돈 한 푼도 나오지 않는 취미들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말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효율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일이다. 전문 작가가 아니고서야 글을 쓴다고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에 대비한 결과물의 비율이 항상 일정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소설은 쓴다는 것은 아무튼 효율성이 떨어지는 작업입니다. 이건 '이를테면'을 수없이 반복하는 작업입니다. 하나의 개인적인 테마가 있다고 합시다. 소설가는 그것을 다른 문맥으로 치환합니다. '그건요, 이를테면 이러저러한 것이에요.'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치환 속에 불명료한 점, 애매모한 부분이 있으면 다시 그것에 대해 '그건요, 이를테면 이러저러한 것이에요'라고 다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그러한 '그건요, 이를테면 이러저러한 것이에요'가 끝도 없이 줄줄 이어집니다. 한없는 패러프레이즈의 연쇄지요. 이토록 효율성이 떨어지는, 멀리 에둘러 가는 작업은 이것 말고는 달리 없는 게 아닌가, 하는 마음까지 듭니다...(중략)... 하지만 소설가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바로 그런 불필요한 면, 멀리 에둘러 가는 점에 진실, 진리가 잔뜩 잠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세상에 소설 따위는 없어도 상관없다'라는 의견이 있어도 당연한 것이고, 그와 동시에 '이 세상에는 반드시 소설이 필요하다'라는 의견도 당연합니다. 그건 각자 염두에 둔 시간의 스팬 span을 어떻게 잡느냐에 다라서,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의 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서 달라집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효율성이 떨어지는 우회하기와 효율성이 뛰어난 기민함이 앞면과 뒷면이 되어서 우리가 사는 이 세계가 중층적으로 성립합니다. 그중 어느 쪽이 빠져도 (혹은 압도적인 열세여도) 세계는 필시 일그러진 것이 되고 맙니다. -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세계적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에게서 답변을 가져와본다. 우리 삶에 있어서 효율성이 필요한 면과 우회하기가 필요한 면이 동시에 존재하며, 이는 양극처럼 우리에게 반드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삶의 전반적인 부분에서도 그렇겠고, 이렇게 글쓰기와 같은 특정 부분에서도 이러한 양극은 찾아볼 수 있다. 가령, 무라카미하루키도 소설을 쓰지 않는 시간 동안에는 번역과 에세이를 쓰면서 꾸준히, 효율적으로, 장편소설을 쓸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장편 소설을 시작하면 새벽 4시부터 8시간 동안 4천 자 가까이 되는 글을 쓰고, 매일 1시간씩 달리기를 하는 루틴을 한다. 비효율적인 일(소설)을 위해, 나의 하루를 효율적(습관)으로 세팅하는 것이다. 나에게 있어서는 나를 더 깊이 알기 위한 글을 쓰고, 이를 위해 하루를 효율적으로 세팅하는 것처럼 말이다.


결론은, 내가 하고 싶은 '나를 아는 글쓰기'는 비효율적인 것임을 알았으니, 그 비효율적인 과정을 효율적으로 하려 들지 말고 - 그 과정은 비효율적으로 그냥 시간을 투입하는 것부터 일단 이렇게 써대고 - 그 비효율적인 과정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줄 나의 일상 루틴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주는 그 환경을 세팅하는 것부터 그냥 하는 것으로. 어쨌든 오늘부터 브런치북 연재는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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