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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상여행가 Nov 20. 2023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의 증상

욕망노트 01 

기본 8cm의 굽이 나에게는 필수템이었다. 

아무리 추운 겨울 빙판길에 자빠질지라도! 굽만큼은 사수했던 적이 있었다.  

왜냐면 그 굽이 내 몸매를 가장 예뻐 보이게 만들어 주는 높이였으니까. 하체가 좀 있는 나에게는 상의는 최대한 달라붙게, 그리고 나팔바지 혹은 미니스커트에 굽 있는 롱부츠가 최상의 아웃핏이었다. 평범한 얼굴은 화장으로, 평범한 몸매는 옷과 구두로 최대한 치장해서 보이는 나를 만들었다. 20대의 나의 지출의 대부분도 '보이는 것'들을 위한 것이었다. 옷, 가방, 구두, 화장품, 영어학원, 자격증 학원들.. 그렇게 보이는 것들이 결국 텅 빈 나의 내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것을 그땐 몰랐으니까. 


30대의 중반을 지나고 있는 나에게는 

몸매보다 체력이 

피부보다 피부로 드러나는 건강이 

부티보다 귀티가 

외면의 화려함보다 내면이 단단함이 

훨씬 더 중요하다. 


물론, 지금 이 모든 것들이 아직 내 것이 된 것은 아니다. 

몰랐던 나의 욕망을 이제 정확하게 알았으니, 이제는 그 욕망들을 내 것으로 만들고 있는 중이다. 


지금 나는 땅바닥에서 맨손으로 팔 굽혀 펴기를 30개를 연속으로 할 수 있다. 

100일 전만 해도 3개도 간신히, 부들거리면서 했는데, 매일 조금씩 늘려가다 보니 

어느새 30개를 거뜬하게 할 수 있는 체력이 만들어졌다. 아마 내 나이 또래 여자 중에서 적어도 10% 안에는 들어가지 않을까? 누군가에게는 대단한 건 아닐지 모르겠지만, 나 스스로 올 한 해 가장 뿌듯한 부분이다. 

(만나는 사람들 앞에서 계속 팔 굽혀 펴기를  보여주는 걸 보면 말이다) 

항상 걱정하던 목디스크와 거북목도, 이제 상체근력에 더 집중하니 별로 신경 쓰이지 않게 되었다. 

약한 부분을 채우려고 고민하는 것을, 강한 부분을 더 강화시키는 것에 집중하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보다 딱 120% 더 하다 보니, 내가 원하는 목표지점으로 가고 있다. 


체력은 지금처럼만 계속하면 되고, 

건강은 영양가 있게 소식하면 되겠는데, 

귀티는 도대체가 나와 거리가 먼 것 같다. 


귀티는 귀하게 보이는 모습이나 태도(네이버 국어사전)라고 한다. 귀티는 옷차림, 눈빛, 말투, 식습관, 걸음걸이을 통해 나의 내면의 생각들이 (무의식적인) 행동에서부터 나오는 것인데, 

무엇보다 '급한' 나의 성격이 나를 '귀티'에서 멀어지게 하는 가장 위험한 요인인 것 같이 느껴졌다.

해야 할 일이 생기면, 집에서도, 사무실에서도 종종걸음으로 빨리빨리를 외치면서 뛰어다니는 이 급한 성격을 어떻게 하루아침에 고칠 수 있을까? 코치님께 SOS를 요청했다. 


"이렇게 급한 성격을 좀 고치고 싶어요, 코치님"

"급하다는 건, 빠르다는 의미이기도 하지요. 급한 것은 부정적이기만 할까요?"

"그건 아니에요. 급하니까 빠르게 일도 처리하니까요. 추진력 있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요." 

"네, 그런데 왜 급한 성격을 고치고 싶으세요?"

"음.. 급하게 일을 처리하다 보니, 세세하지만 중요한 부분들을 놓치고 가는 것 같아서요."

"예를 들면요?"

"음.. 회사에서도 중요한 프로젝트가 있으면, 그 목표지점만 보고 달려가는 중에, 인간관계에 있어서 상대방에게 상처 주는 일들도 생기는 것 같아요. 동료에게도 그렇고, 집에서는 아이와 남편에게도 소홀해지게 되고요. 그래서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면, 이렇게 구멍 뚫렸던 것들이 더 크게 다가와서 공허해져요." 

"선생님은 주어진 시간 동안 (우선순위에 따라) 목표에 집중해서 추진력 있게 일을 마치는 사람이지만, 목표의식이 강해서, 주변을 잘 못 보신다는 거네요. 선생님의 추진력을 이런 구멍들을 채우는데 다시 바로 쓰셨나요? 그동안 소홀했던 동료, 아이, 남편에게 상처를 주거나 방치되었던 것들을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도록 하셨나는거예요." 

"아.. 한 것도 있고.. 안 한 것도 있어요.."

"우리는 항상 '감정'이 느껴지면,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자각'을 하게 되죠. '자각'한 뒤에 그에 맞는 '행동'을 하게 되는 거고요. 선생님의 경우에는 '공허감'이 느껴져서 이런 구멍에 대해 '자각'까지 잘하신 거예요. 이제 그에 맞는 '행동'을 하시면 되고요.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볼까요?" 

"네네..!"

"우리가 목표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조금 더 큰 시야로 보는 거예요. 우리의 목표를 끝내기 위해서 우리에게 선행되어야 하는 것들을 하는 것과, 대비하지 못했던 것들을 수습하는 것까지는 모두 목표를 완수하는 과정으로 인식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이번 프로젝트 건에 대해서는 미리 사전에 남편과 아이에게 말을 해두고, 그동안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 예측하는 한 범위 안에서 미리 준비해 두는 것과, 예상하지 못했던 아이의 독감에 대해 남편이 고생했던 부분에 대해, 일이 마치고 난 후에 남편에게 고 마음의 표현을 잘하는 것과 같은 수습을 모두 목표에 넣는 거예요." 

"아, 맞아요. 남편이 저에게 배려심이 없다는 말을 가끔씩 하거든요..."

"사람에게 가장 부정적인 감정이 '불안'이라고 해요. 예측되지 않는 사람만큼 상대방에게 불안한 것도 없을 테니.. 우리가 미리 대비하는 사람이 되고, '예측가능한 사람'이 된다면,  상대방을 배려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겠죠?" 

"네, 정말 그렇겠네요." 

"그리고, 목표를 이렇게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게 되면, 공허감이 들어올 자리에 '만족감'이 자리 잡으실 거예요. 비어있는 진공상태는 반드시 다른 감정으로 채워질 테니까요." 



코치님이 말씀하신 목표를 전체적으로 인식하는 관점을 간단하게 이미지로 정리했다




코치님과의 긴 코칭이 끝나고 나서 혼자서 다시 코칭 과정을 돌이켜 보니, 

결국 급한 성격이라는 보이는 증상 안에 있었던 배려심 부족이라는 나의 다른 보이지 않았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급한 성격이 문제라고 생각해서 계속 이것을 자제하는 방향으로만 초점을 맞췄다면 오히려 나의 장점까지도 희석될 수 있었고, 증상 아래 숨겨져 있던 진짜 문제점을 찾지 못했을 것 같다. 


나의 '급한 성격'을, 나의 원동력을 삼아서 목표를 더 효율적으로 잘 관리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이제 목표를 보는 관점을 바꾸고, 나의 추진력을 그 모든 과정에 잘 적용하면 되니까. 


귀티라는 것도 결국은 나를 먼저 귀하게 여기는 태도에서부터 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나의 일상을 만족감으로 채우고, 감사와 사랑에너지로 가득 채운다면 저절로 여유 있고 배려하는 자세가 몸에 배어 나와서 나에게도 상대방에게도 귀티 나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나의 첫 번째 욕망 노트 : 나는 체력이 강하고, 건강하며, 귀티 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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