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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하고 사사로운 Jan 28. 2019

안부를 묻는 사이가 된다는 것

  오랜 만에 먼저 건네 온 잘 지내냐는 말에 무엇이 잘 지내는 것일까 하고 한참 생각을 했다. 바쁘게 지내고 있으면 잘 지내는 것일까, 큰 사고가 없으면 잘 지내는 것일까, 예전보다는 조금 더 담담하게 이런 인사말도 잘 받아들일 수 있다면 잘 지내는 것일까. 어떻게 답장을 보낼까 지문이 닳도록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을 비벼 대다가 너는 어떻게 지내냐고 물었다.



  멋쩍게 넘어가는 너의 대답에서 너도 사실은 비슷한 마음이 들었을까 하고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다가 생각이 나서 연락했다는 말에, 나는 사실 책을 읽지 않아도 너가 생각이 난다고 답장을 하려다 이제 아무런 의미가 없겠다 싶어 한참을 핸드폰만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책의 한 장면을 찍어서 보내온 사진 속의 그 사람이 나와 비슷한 것 같아서 어떤 마음으로 보낸 것인지 물어보려다가, 물어볼 필요도 없는 질문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실없는 이야기만 몇 마디 더 던지다가 그만두었다.



  잘 지내냐는 흔한 인사말이 어쩐지 낯설게 느껴졌던 것은 이제 잘 지내냐는 말의 길이 만큼 우리 사이에 거리와 공백이 생겼기 때문이다. 잘 지내냐는 말은 정말 가까운 사이에서는 거의 하지 않는 인사이니까.  잘 지내냐고 묻기 시작하게 되었다는 것은 우리가 띄엄띄엄 서로의 근황을 확인하는 사이가 되었으며, 그 사이의 시간들은 서로에 대한 무지와 상상으로 채워갈 것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무지와 상상들은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서로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하고, 끝없이 불안으로 몰아세우기도 할 것이다.



  잘 지내냐고 묻게 되었다는 것은 다음 근황을 물어보는 시간이 앞으로 언제가 될 지 알 수가 없으며, 어쩌면 이 것으로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는 것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것이 잘 지내라는 말에 바로 잘 지낸다고 선뜻 대답을 꺼내지 못한 이유였을 것이다. 잘 지내냐는 별 것 아닌 인사말을 허투루 보내지 못하고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곱씹어 보고 생각을 메어 놓게 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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