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감싸 안은 것과 남겨진 것
겨울이라 나무는 짚을 두르고 서 있었다. 사람처럼 몸을 움츠린 채로. 가까이 가지 않아도 이 나무가 보호받고 있다는 건 금방 알 수 있다. 누군가가 일부러 시간을 들여 감싸주었을 테니까. 그 마음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는 몰라도, 최소한 이 나무를 그냥 두지는 않았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그 아래에는 과일들이 떨어져 있다. 나무에서 떨어진 건지, 사람이 두고 간 건지, 이유는 중요하지 않다. 먹히지 못한 채로 흙 위에 놓여 있고, 몇 개는 이미 상처가 나 있다. 겨울의 차가운 공기 속에서도 과일은 천천히 자기 시간을 지나고 있다. 보호받지 못한다고 해서 곧바로 사라지는 건 아니다. 다만 조용히 변할 뿐이다.
이 장면이 묘한 건, 보호와 방치가 이렇게 가까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짚으로 단단히 감싼 나무와, 아무것도 덮이지 않은 과일들. 누군가는 살기 위해 감싸졌고, 누군가는 그대로 놓였다. 그 사이의 거리는 몇 발자국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이 풍경을 보며 이상하게 안심했다.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살아남을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감싸진 채로 버티는 존재도 있고, 떨어진 자리에서 자기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존재도 있다. 둘 중 어느 쪽이 옳다고 말할 수는 없다.
겨울은 어차피 모두에게 차갑다. 그래도 어떤 것들은 이렇게 감싸 안은 채로, 어떤 것들은 아무 말 없이 남겨진 채로 계절을 건넌다. 그 모습이 꼭 사람 같아서, 걷다가 멈추어 한참을 서서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