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국민화가 페르난도 보테로, 스타벅스 머그컵, 몬세라테 야경
★ 8일차 - 이동 경로 및 비용
(항공) 칠레 산티아고 → 콜롬비아 보고타 (아비앙카, 아시아나 마일리지 스타얼라이언스 발권, 약 5만원)
(교통) 보고타 엘도라도 공항 → 콜롬비아 이비스 무제오(우버 호출, 약 6천원)
(식사) 길거리 수박(3밀리온 페소, 1천원), 메가버거 치킨(18밀리온 페소, 6천원), 몬세라테 언덕 왕복 케이블카(29밀리온 페소, 1만원)
(숙박) 보고타 이비스 무제오(약 3만7천원)
★ 칠레 산티아고 공항(SCL)에서 콜롬비아 보고타(BOG)까지 아비앙카 항공으로 이동
칠레 북부 칼리마 공항에서 밤 12시 넘어 출발한 라탐 항공 국내선 항공기는 약 2시간 정도 비행 후 길다란 남아메리카 칠레 중부에 위치한 산티아고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 타자마자 3자리가 나란히 비어있는 좌석으로 이동하여 눕코노미로 잤기 때문에 짧은 시간이었지만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산티아고 국내선 공항(터미널 1)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2시가 살짝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 맥도날드 등이 모두 영업 중이었다. 역쉬 남미의 숨은 부국의 수도는 역동적이다. 일단 게이트 앞에 위치하고 있는 스타벅스에 가서 머그컵을 하나 구입했다. 가격은 15,000 페소(약 23,000원). 산티아고 국제선 공항(터미널 2)에 스타벅스가 영업을 할지 안알지 모르기때문에 보일 때 일단 사고 봐야한다. 갖고 있던 칠레 페소가 얼마 없어서 카드 결제로 구입하려고 했더니, 데빝카드인지 아닌지 물어본다. 데빝카드는 신용카드가 아닌, 체크카드다.
오늘 아침 7시 비행기로 콜롬비아 보고타로 가는 아비앙카 항공을 타야한다. 우선 국내선 터미널 1에서 국제선 터미널 2로 이동해야한다. 두 터미널 간 거리는 걸어서 약 10분 정도 소요될 정도로 가까이에 있고, 그 사이 공간에는 환한 주차장이 있어서 새벽 2시 반이라도 안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터미널 2 국제선 터미널은 터미널 1에 비하여 더욱 활기차다. 지금 시간이 새벽 3시를 바라보고 있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터미널은 사람들도 많고 에너지가 넘친다. 일단 아비앙카 항공 카운터로 가서 체크인 후 캐리어를 보냈다. 그리고 바로 출국 심사를 받기 위해 줄을 섰는데... 무려 1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칠레 국적 사람들은 평이하게 빨리 빨리 출국 스탬프를 받았는데, 그 외의 국적자들은 기나긴 줄이 천천히 줄어드는 것을 참으며 참으며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오죽하면 출국 관리소 직원이 나와서 사람들을 컨트롤하는 촌극까지 벌어졌다.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볼리비아 라파스로 올 때 이용했던 아비앙카 항공을 칠레 산티아고에서 멕시코 멕시코시티까지 또 이용하기로 했다. 콜림비아 국영항공사 아비앙카가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지만,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로 구입할 수 있는 좌석이 풍부하다. 더구나 유류할증료도 낼 필요가 없다. 그래서 칠레 산티아고에서 콜롬비아 보고타를 경유하여 멕시코 멕시코시티까지 보너스 항공권 가격이 10만원이 넘지 않는다. 그래서 편하게 발권했다. 다만 지난 번과 달리, 경유지인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1박을 하기로 했다. 보너스 항공권을 구입할 때 경유지 내 체류 시간이 24시간 이하일 경우에는 추가 마일리지 공제 없이 머물 수 있으므로, 그 혜택을 활용하여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를 구경하기로 계획을 세운 것이다.
★ 내가 콜롬비아를 방문한 이유는?
사실 콜롬비아 보고타를 경유할지 말지 많이 고민했다. 왜냐하면 콜롬비아는 우리에게 최악의 마약 국가라는 이미지가 깊이 박혀있다. 그 이유는 바로 넷플릭스의 최고 시리즈 중 하나로 평가받는 '나르코스' 때문이다. 그 드라마의 주인공은 한때 제일 잘 나갈 때에는 왠만한 국가의 GDP만큼 벌었다는 전설의 마약왕,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살았던 국가 아닌가. 경찰과 군인을 무시하고, 맘에 안들면 탱크를 동원하여 법원까지 쳐들어가던 막가파 대마왕이 살았고, 아직도 그 명맥이 이어져오고 있는 국가다. 그 여파인지 모르겠지만, 남미에서 가장 치안이 불안한 국가 중 하나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네이버 카페 남미사랑에 보면 콜롬비아 여행 중 가장 많은 한국 여행자들이 스마트폰 절도를 당한 국가다. 사진을 찍으려고 스마트폰을 꺼냈는데, 오토바이에 탄 사람이나 뒤에 오던 사람이 낚아채고 달아나는 사건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것이다. 또한 택시를 타고 있을 때에도 절대로 창문을 열면 안된다. 오토바이를 타고 그 창문으로 접근하여 물건을 훔쳐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렇게 위험한 콜롬비아에 가기로 결정한 것인가? 그것은 바로 멕시코에서의 경험 때문이다. 예전에 마약으로 가장 유명한 국가가 콜롬비아였다면, 지금은 멕시코다. 넷플릭스에서도 '나르코스-멕시코' 시리지를 별도로 만들 정도로 미국은 지금 멕시코로부터 유입되는 마약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런데 내가 멕시코에서 만난 사람들은 너무나도 순수했고 친절했다. 바깥에서 인위적으로 그려주는 나라의 이미지와 실제 체험한 느낌이 완전히 상반되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콜롬비아도 마찬가지 아닐까?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엄청나게 위험하다고 인식된 국가지만, 그것은 상대적으로 순진하고 착하고 친절한 국민성의 반증이 아닐까? 이제 직접 한번 부닥쳐보고 느껴보자.
칠레 산티아고에서 콜롬비아 보고타까지는 약 5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아침 7시에 탔는데, 오전 11시에 도착. 보고타 엘도라도 국제공항은 비록 경유이긴하지만 이미 한번 와본 적이 있어서 부담감이 별로 없었다. 입국 수속도 특별한 질문 없이 무사 통과. 다만 수화물로 보낸 캐리어가 조금 늦게 나왔다. 아마도 환승을 많이 하는 공항이다보니, 짐을 하나하나 체크해서 경유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리라.
수하물 찾는 곳에 환전소가 있었는데, 지금 10달러를 환전하면 38밀리온 페소를 받는다. 조금 좋은 곳에서 환전하면 40밀리온 페소까지 받을 수 있는데, 굳이 그럴 필요는 못느겼다. 나는 20달러를 환전하여 72밀리온 페소를 수령했다. 가급적 내일 아침 멕시코시티행 비행기를 타기 전까지 현금은 요정도만 사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카드 복제 염려가 없는 스타벅스, 혹은 공공시설 같은 곳에서는 컨택트리스, 혹은 탭투페이로 카드 결제하기로 하고...
보고타 국제공항에서 다운타운까지는 시내버스로도 이동이 가능하지만, 우리같은 여행자는 모두 우버를 불러서 이동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요금도 한국돈 6천원 정도면 충분하다. 다만 콜롬비아는 엘지U플러스 로밍 국가에 포함되어있지 않아서, 공항 내 와이파이를 이용하여 호출하기로 했다. 콜롬비아에 장기 체류하는 여행자는 당연히 유심을 구입하는 것이 좋지만, 1박만 하고 떠나는 여행자는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공항, 호텔, 카페 등에서 수시로 와이파이를 활용하여 지도 등을 업데이트하면 되는 것이다. 보고타 공항에서 우버는 재빠르게 잡혔다. 헌데 차량이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갑자기 메시지가 하나 도착했다. 2층에 올라간 뒤 메시지를 보내라는 내용이다. 아하... 이곳 보고타 국제공항도 택시마피아들 때문에 공항 1층 입국장에서는 우버차량이 진입할 수 없고, 대신 2층 출국장에서만 이용할 수 있나보다. 이런게 바로 카르텔이다. 공항과 택시마피아, 경찰 등 모두 한통속이고, 힘없는 사람들만 손해를 보는 것이다. 2층에 올라가서 메시지를 8번 게이트 앞이라고 메시지를 보내니, 바로 우버 차량이 출발한다. 운전자와 내가 우버 메신저로 서로 의사소통을 편하게 했는데, 자동 번역기능을 메시지가 제공하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의 모국어로 편하게 타이핑하면 알아서 전달해준다. 물론 번역하기 편하도록 표준말로 써야겠지? ^^
도착한 우버차량을 확인하고, 짐을 싣고, 이제 공항을 출발하여, 오늘 예약한 보고타 다운타운 내 이비스 호텔 무제오로 향했다. 콜롬비아 보고타도 고도가 2600미터가 넘는데, 내가 5일간 여행한 볼리비아에 비하면 매우 낮은 고도다. 영원한 가을이라는 별칭이 있을 정도로 보고타는 적도 인근에 위치하고 있지만, 연중 서늘한 기온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이곳에 사람들이 몰려살게 된 것이리라. 도시 곳곳에 나무도 있고 꽃도 보인다. 그래... 이게 사람 사는 도시다. 맞다. 약 20분 정도 달려서 호텔 앞에 바로 도착했다. 이제 본격적인 보고타 여행 시작이다.
★ 스마트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은 것 조차 위첨한 보고타 다운타운?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가 넘지 않았다. 호텔에 얼리 체크인을 요구했으나, 당연히 거절당했다. 어쩔 수 없이 호텔에 짐만 맡기고 나가는 수 밖에. 앞서 설명했지만, 보고타 다운타운은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무법천지라는 선입견이 나의 머리 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래서 호텔에 모든 가방을 보관시켰다. 딱 하나! 바람막이 안에 숨길 수 있는 자그마한 크로스색 속에 지갑과 스마트폰, 현금만 넣고 출발했다. 보고타에서 첫 방문할 장소, 페르난도 보테로 뮤지엄까지 어떻게 걸어가는지 머리 속으로 넣어두고 출발했다.
비록 보고타 다운타운의 치안이 불안하다고는 하지만, 한 낮의 다운타운은 여느 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가급적이면 동양인 홀로 걸어가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모자도 쓰고, 바람막이도 최대한 끝까지 올리고 걸어갔다. 황량한 볼리비아 서부와 칠레 아타카마에 비하면 영원한 가을, 콜롬비아 보고타는 나무와 꽃이 장식된 진정한 사람이 사는 도시였다.
긴장감을 가지고 쭈욱 걸어가는데,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편하게 스마트폰을 꺼내서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엥? 저렇게 해도 되나?하는 생각과 내가 너무 쫄아있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길거리 가판대에서 수박을 컵에 담아서 파는 것이 보였다. 일단 하나 사먹자. 꽌또 꿰스따?(Quanto Cuesta? 얼마예요?) 뜨레스 밀(Tres mil)이라는 답변이 들려온다. 엥? 이게 얼마여? 가고 있는 지페를 꺼내서 보여주니, 1,000페소짜리 지폐 3장을 갖고 간다. 그러면서 뜨레스 밀 이라고 얘기한다. 아하... 여기는 지폐의 1,00이 밀리온이구나... 1천원이 조금 넘는 금액이다. 컵 수박을 들고 가로수로 찾아가서 가로수를 등 뒤에 뒤고 수박을 먹기 시작했다. 수박을 먹는 중 뒤쪽에서 접근하는 사람을 차단하기 위해서. 수박이 신선하지는 않았지만, 갈증을 풀어주기에는 충분한 과즙과 피로를 잊게 하는 당도를 보유하고 있어서 대만족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아닌가? 수박으로 기분도 좋아지고, 보고타 분위기에도 적응이 된 것 같다. 이제 페르난도 뮤지엄까지 가보자. 남미 도시 대부분이 그렇듯, 다운타운의 중심은 대성당과 광장이다. 당연히 보고타에도 대성당과 광장이 있다. 대성당까지 걸어간 후 대성당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바꿔서 내려가면 보테로 뮤지엄(미술관)이 나온다. 보테로 뮤지엄 중간즈음 왔을 때 사람들이 줄서있는 디저트가게도 보이고, 콜롬비아의 국민작가이자 노벨 문학상 수상자, 가브리엘 마르케스 센터도 보인다. 이번 남미 여행을 떠나기 전에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을 읽었는데, 이런 소설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드는 내용이었다. 콜롬비아에 온다면 꼭 읽어봐야할 소설이다. 한국과 전혀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온 남미 사람들의 근대 이야기를 알 수 있을 것이다.
★ 페르난도 보테로 뮤지엄(미술관)
콜롬비아 보고타를 굳이 1박을 하면서까지 머문 이유는 남미의 화가이자 남미의 모나리자를 그린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 뮤지엄(미술관)을 보기 위해서였다. 젊었을 때에는 세계적인 미술관에서 명화라고 하는 작품을 봐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는데, 지금은 명화를 보면 그 그림을 그린 화가의 마음이 조금은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한 화가의 작품만 있는 미술관, 예를 들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반 고흐 뮤지엄 같은 곳을 뉴욕 현대미술관 같이 다양한 작품을 전시한 곳보다 훨씬 선호한다. 보테로 뮤지엄도 페르난도 보테로의 그림, 조각 외 그가 수집한 미술품 만을 전시하고 있다. 더구나 그는 콜롬비아를 포함한 남미 사람들이 그의 작품과 그가 수집한 유럽의 명품 미술품을 보고서 많은 영감을 얻기를 바랬다. 그래서 아직까지 입장료가 없다.
보테로 그림의 특징은 풍부함이다. 사람도 통통하고, 꽃과 과일도 통통하다. 그림을 통통하게 그리는 이유에 대하여 페르난도 보테로는 사람들에게 따듯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래서 그런가... 그의 사람, 꽃, 과일을 보고 있노라면 편안하면서 포근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삭막하고 황량한 고산지역만 여행 후 콜롬비아 보고타 보테로 뮤지엄에서 만난 보테로의 꽃 그림은 나에게 정신적 위안을 충분하게 주었다. 그래서 그런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뚝 떨어졌다.
★ 보고타의 가성비 극장 패스트푸드, 메가 버거에서 후라이드 치킨을 먹다
콜롬비아 커피는 맛있는데, 음식은 맛없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보고타 식당을 검색해보면, 가성비 극강의 메가버거를 추천하는 글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래서 보고타에서 한끼는 무조건 메가버거를 먹어보기로 결정했다.
보테로 뮤지엄에서 메가버거까지는 걸어서 약 7분 정도 걸렸다. 다만 맥도날드, KFC 같은 정형화된 간판이나 색깔이 있는 게 아니라서, 여기거 거긴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로컬 느낌이 강한 내/외부 인테리어 매장이었다. 메가버거는 이름에서 상징하듯 멀티 패티가 들어간 소고기 햄버거가 시그니처 메뉴다. 가격도 한국돈 3천원부터 5천원 사이인데, 양이 푸짐한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나는 햄버거 보다는 후라이드 치킨이 땡겼다. 뽀요스. 건물 좌측에는 햄버거, 우측에는 치킨. 나는 우측으로 가서 후라이드 치킨 1/2 마리에 아레파(동그란 감자튀김 느낌?), 엠빠나다(커다란 튀김 만두), 그리고 콜라 작은 거 하나 해서 18백만 페소였다. 한국 돈으로 6천원이다. 멕시코에서도 치킨, 볼리비아에서도 치킨을 먹어봤으니, 콜롬비아에서도 치킨을 먹어볼 차례다. 이곳도 다른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처럼 한국보다 치킨의 사이즈가 1.5배 정도 된다. 그래서 배가 몹시 고팠음에도 1/4 마리 정도 먹으니 더이상 먹을 수 없을 만큼 배가 불렀다. 아마도 아레빠, 엠빠나다 등이랑 같이 먹어서 그런거 같기도 하다. 식탁에는 초록색 살사 소스가 있어서, 그 소스를 후라이드 위에 올려서 먹으면 치킨의 느끼한 맛이 확연히 줄어들어서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치킨 사이즈가 너무 컸다.ㅎ
치킨으로 배를 든든히 채운 뒤 체크인을 하러 호텔 방향으로 발걸음을 트는데, 메가버거 바로 옆 가가에 할머니 두분이 줄을 서서 도너츠를 주문하시고는 나에게 맛있다고 추천을 하신다. 치킨으로 배가 무척 불렀지만, 디저트를 위한 배는 또 따로 있지 않은가? 그래서 1개에 2밀리온 페소(약 7백원)짜리 도너츠를 하나 샀다. 이게 맛있어봐야 머 얼마나 맛있겠나? 싶었는데, 오 ~ ! 겉 보기와 달리, 도너츠 속에 초코렛이 들어있다. 이건 일본 스타벅스에서 파는 도너츠와 거의 똑같았다. 동그란 링 속에 들어간 초코 크림들. 도너츠 위에 올린 게 아닌, 안에 넣고 함께 튀겨진 도너츠는 맛 자체가 틀리다. 굿!
★ 콜롬비아 보고타 스타벅스에서 시티 머그를 구입하다
콜롬비아에도 스타벅스가 있다. 무려 10년 되었단다. 호텔 체크인 후에 호텔 근처 스벅을 찾아봤더니, 걸어서 5분 거리다. 바로 스벅으로 달려가서 콜롬비아 기념품을 사야한다. 바로 시티 머그컵.
콜롬비아 스벅 매장 앞에는 아침에 오면 커피 1잔과 크롸상 1개를 13.5밀리온 페소, 한국 돈으로 약 5천원이 되지 않는다. 그만큼 지금 콜롬비아 경제가 좋지 않다. 여행자들에게는 저렴한 물가로 여행하기에는 부담이 적은 시기이기도 하고. 반대로 치안이 불안한 국가에서는 여행 위험도가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스타벅스 매장 내에서 머그컵은 유리 진열장 내 고이 모셔져있었다. 아마도 도난을 방지하기 위한 방법이겠지? 멕시코 스벅도 머그컵은 콜롬비아와 동일하게 유리 진열장 내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스벅의 원두는 29밀리온 페소, 스타벅스 시티머그는 72밀리온 페소. 원두는 한국보다 싼데, 머그컵은 약간 비싼 감이 있다. 그래도 이곳까지 와서 이걸 안산다면 말이 안된다. 더구나 콜롬비아 스타벅스에서는 신용카드의 컨택트리스 기능으로 결제를 할 수 있어서 복사될 염려도 없다.
★ 남미 최고 야경 중 하나, 보고타 몬세라테 언덕
콜롬비아 보고타 도착 후 반나절 동안 보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을 다 마쳤다. 아쉬운 것은 엘도라도 시대를 열은 콜롬비아 금 박물관이 사정으로 인하여 일찍 운영을 종료하여 못 들어간 것인데, 그건 다음에라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법. 이제 보고타에서 남아있는 딱 한가지는 몬세라테 야경이다.
콜롬비아 보고타의 고도가 정확하게 2,626미터다. 몬세라테는 콜롬비아 남동쪽에 있느 작은 언덕으로 3,152미터다. 이 언덕 위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보고타 시내 야경이 그렇게도 멋지다고 한다. 야경을 제대로 보려면 날씨가 중요한데, 호텔 창밖으로 보이는 보고타는 구름 한점 없어보이는 화창한 한국의 가을 날씨와 비슷하다. 이러면 야경을 보러 가야지.
몬세라테 언덕은 차로는 접근이 불가능하고, 텔레페리코(곤돌라)를 타고 올라가야한다. 따라서 치안이 불안한 보고타이기 때문에 호텔에서 텔레페리코 탑승장까지 안전하게 왕복한다면, 그 이후부터는 딱히 걱정할 요소가 없다. 아직 저녁 6시가 안되어 해가 떠 있고, 낮에 다녀온 보고타 올드타운에서 텔레페리코 탑승장이 딱히 멀어보이지 않아서 갈때는 걸어서 가고, 올 때는 우버를 타고 오는 것으로 결정했다. 가방도 없이, 자켓 속에 크로스색을 모두 넣어두고, 모자도 쓰고, 가급적 여행객, 동양인이라는 티를 내지 않도록 외형에 신경썼다. 또 이미 한번 다녀본 길이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꺼내서 지도로 확인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빠른 걸음으로 멈추지 말고 텔레페리코 탑승장까지 직진하는 것으로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그 계획은 멋지게 잘 통했다. 다만 콜롬비아 보고타 고도가 높아서 걷는데 숨을 많이 헐떡거릴 수 밖에 없었는 것 외엔.
텔레페리코 탑승권은 카드로 구입이 가능해서 컨택트리스 기능으로 카드 결제를 했다. 여기서 텔레페리코를 딱 타고 올라가면 노을과 함께 보고타 시내 전체를 잘 조망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늘 나와 같이 생각한 사람들이 많았는지, 2대를 기다린 뒤에 타야했다. 그러는 사이에 보고타 하늘 배경 색깔은 오렌지빛에서 검은빛으로 바뀌어져갔다. 저 멀리 지평선쪽은 또 구름이 있어서 시야를 방해했다. 다운타운에는 구름이 없으나, 저 멀리 끝에는 구름이 껴 있음을 3,100미터에 올라서니 확인이 되었다. 약간 아쉽더만. 그래도 저 멀리 하늘은 아직 석양이 남아있어서 멋진 배경색깔을 보여주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었다.
세계 70여개국을 여행하면서, 야경 명소라고 하는 도시나 명소들을 나름 많이 보아왔는데, 콜롬비아 보고타 몬세라테 야경은 높은 고도에서 보여주는 도시 전체 조망이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여기를 올까 말까 고민했던 나 자신이 살짝 우습게 여겨질 정도로 보고타 야경은 남미 넘버 원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완벽했다. 이래서 무조건 보라고 하는가보다...
약 30분 넘게 어둑어둑해진 보고타 몬세라테 야경도 보고, 와이파이를 이용하여 카톡으로 야경 사진도 보내고... 할거 다 한 다음, 다시 아래에 있는 탑승장으로 가서 우버를 불러 호텔로 돌아갈 차례다. 네이버 남미사랑 카페에 보면 텔레페리코 탑승장에서 와이파이가 안된다는 구라를 치는 사람들이 있는데, 텔레페리코 아래쪽 탑승장도 빵빵하게 와이파이가 잘 작동하기 때문에 현지 유심이나 로밍 없이도 우버를 잡는데 하등 문제가 없다. 이곳에서 호텔까지 요금은 10밀리온 페소 정도. 3천원이다. 버스를 타고 갈 수도 있고, 걸어서 갈 수도 있지만, 단돈 3천원에 편리함과 위험함을 감수할 필요는 전혀 없지.
호텔에 돌아와서 느즈막히 저녁을 먹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전기쿠커, 컵반, 라면 등등을 활용하여 배터지게 먹어줬다. 아... 간만에 느끼는 한식의 푸근한 맛. 그리고 내가 여행을 할 때 왜 이렇게 무거운 것을 들고 다닐 수 밖에 없는가를 다시금 상기하면서.
저녁을 먹은 후 지금까지의 일정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일정을 계획하면서 편안하게 잤다. 비록 보고타가 2600미터의 고고도이지만, 최근 1주일 가까이 내가 머물렀던 곳에 비하면 여기는 평지다, 평지!
이제 남아있는 일정은 콜롬비아 보고타 → 멕시코 멕시코시티(이비앙카), 멕시코 멕시코시티 → 멕시코 몬테레이(경유) → 대한민국 인천(에어로멕시코 직항)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