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업보

흥미로운 남의 집 사정

by 벗곰

- 그녀의 소중한 아들에게 이 글을 선물로.


나의 할아버지는 내 아버지가 어렸을 때 일찍 돌아가셨다. 내 아버지는 집안의 막내다.


아버지에게는 자신보다 18살 많은 큰 형이 있었다.

그는 나이 많은 장남으로써 집안 재산의 대부분을 물려 받았다.


나의 아버지는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이른 나이에 지방직 공무원으로 취직했다.

그는 결혼 할 당시 4만원짜리 월세방에서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나의 큰아버지 – 그의 형에게는 자식이 세 명 있었다.

그는 자신의 자식을 모두 대학에 보냈다. 유학도 보내고 결혼도 모두 시켰다.


내 큰아버지에게는 장애가 있었다. 그는 어릴 때 열병을 앓아 한쪽 눈을 잃었다.

그는 일평생 변변한 직업이 없이 살았다.


그럼에도 내 기억에 그는 상당히 씀씀이가 컸다.


나의 큰아버지는 내 아버지가 어렸을 때 그를 많이 때렸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어린 형제자매들에게 거침없이 욕설을 퍼붓고 시비를 걸었다고 했다.


‘니들은 다 인간쓰레기야. 니들은 밥만 축내는 쓰레기들이야. 니들은 태어나지 말아야 했던 것들이야. 내 집에서 당장 나가라.’


큰아버지와 나이가 비슷했던 큰고모는 대들었다. 더 두들겨 맞았다.

영리했던 셋째 고모는 아무 말 않고 조용히 참고 자기 할 일을 했다. 두들겨 맞지 않았다.

자살로 생을 마감한 막내 고모의 우울증은 그때부터 시작되었을까.


어쨌든 내 아버지가 중학생일 때 큰아버지는 결혼해서 자식을 낳았다. 그리고 그는 내 아버지를 또 때렸다. 내 아버지가 말했다.


‘시발 또 때려. 또 때려 봐, 내가 지금은 참지만 나중에 네 자식들 다 내가 패죽여 버릴 거야.’


순간 큰아버지가 멈칫했다고 했다. 그 뒤로 그는 더 이상 내 아버지를 때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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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돌고 돈다.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큰아버지의 맏딸, 내 사촌 언니가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이다.


그녀는 새 아파트로 이사를 할 예정이었고, 입주 청소를 해야 했다.


나는 그 당시에 초등학생이었고 큰집에 놀러 갔다. 그녀는 우리를 데리고 자신의 새 아파트로 데려갔다.

그리고 나와 다른 사촌들에게 그곳을 청소하도록 시켰다. 나는 바닥을 닦으며 나도 모르게 말했다.


‘힘들어. 힝... 힘들다... 나중에 언니 애들한테 전부 우리 집 청소 다 시킬 거야.’


갑자기 주변 분위기가 차분해졌다. 그녀는 내가 청소를 그만두게 했다.


나는 내 아버지의 딸이다. 그녀는 그녀의 아버지의 딸이다.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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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내 글에서 나는 남동생을 주로 피해자로만 묘사한 것 같다.

그러나 나는 그의 어리석음이 빚어낸 아주 어린 시절 업보를 기억한다.


어렸을 때 우리 가족은 외조부모와 함께 시골에서 살았다. 나의 외할머니는 심한 관절염에 시달렸다. 누군가 그녀에게 알려 주었다. ‘길고양이를 잡아서 삶아 먹으면 관절염에 좋대’.


내 외할머니는 길고양이를 잡기 위해 덫을 놓았고 성공했다. 도망치기 위해 몸부림치는 고양이를 바라보며 그녀는 내 어린 남동생 손에 몽둥이를 쥐어주었다. 그리고 말했다.

‘고양이 좀 때려 패라. 할머니한테 고양이 잡아 주면 할머니가 맛있는 거 사줄게’


나의 어리석고 잔인했던 어린 동생.


결국 그 길고양이는 내 남동생 손에 맞아 죽었다. 그리고 당신도 내 이전 글을 읽었다면 알 것이다.

내 동생은 먼 훗날 자신의 동기들에게 죽을 만큼 두들겨 맞았다.


나는 그 장면이 너무 끔찍해서 구경하지 않았다.


그 길고양이는 나의 외할머니에게 그저 일용할 양식이었다.

내 남동생은 그저 그의 불량한 동기들에게 일용할 양식이었다.


이 사건들이 어떤 실재 연관성을 갖는 것인지 나는 증명할 수 없다.

사실 나는 인과응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 정확하게는 신뢰하지 않는다.


만약 세상의 인과율이 그토록 공평했다면, 아무도 이 세상의 부조리를 해결하기 위해 애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경찰도 필요 없고 법도 필요 없다. 가난한 사람이나 병든 사람, 곤란한 처지에 놓인 사람을 도와줄 이유가 아무것도 없어진다. 세상은 유지될 수 없을 것이다.


내 남동생은 심성은 착한 편이지만 지나치게 어리석고 눈치가 없었다. 그는 내 아버지의 소황제였다. 어쩌면 그것이 그의 비극의 본질적인 원인이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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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나는 따사로운 봄볕 아래 이리저리 쏘다니는 것을 즐긴다.

나의 현실은 초라하지만 그에 반해 매우 평화롭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어리지 않다. 나는 부유하지도 않고 아름답지도 않고 날이 갈수록 유행에 뒤처진다.

내가 대학에서 배웠던 것들을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교에서 배운다.


나는 점차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간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젊고 예쁜 돼지가 아니다. 아무도 나를 사냥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나는 이제 더 이상 포장된 돼지고기도 아니다. 까마귀들은 이제 더 이상 나에게 몰려들지 않는다.


그 결과, 그 인과율에 따라, 어쩌면 나는 이제야 겨우 조금 자유로워진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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