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도둑과 어머니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by 벗곰

- 의외로 흔한 이야기.


파랑새 마을 근처 깊은 숲 속에는 여우 요괴가 한 마리 살고 있었다. 그녀는 인간이 되기를 소망했다.

그녀의 조상은 그녀에게 일러주었다. ‘인간 남자를 만나라. 그를 만나 아이를 낳고 함께 살아라.’


여우 요괴는 자신의 탐스러운 꼬리를 만지며 물었다. ‘저는 요괴의 모습인데, 어느 인간 남자가 저의 유혹에 넘어가겠습니까?’


요괴의 어머니가 말했다. ‘아름다운 인간 처녀를 하나 찾아라. 그녀를 죽여 그 가죽을 덮어써라. 그러면 아무도 모를 것이다. 다만, 반드시 아들을 하나 낳아야 한다. 그 아들이 어른이 되기 전에 인간의 가죽을 훔치는 것을 가르쳐라. 그 아들이 무사히 자란다면 너도 계속해서 인간인 척 그들 틈에서 살아갈 수 있다.’


여우 요괴는 밤마다 몰래 파랑새 마을을 돌아다녔다. 마침내 그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처녀를 찾았다. 아무도 모르게 그녀를 죽이고 가죽을 벗겨냈다. 여우 요괴는 그것을 덮어썼다. 감쪽같았다. 그 뒤로 거짓으로 인간 행세를 시작했다.


파랑새 마을에서 가장 순진하고 부유한 남자가 그녀의 아름다움에 홀렸다. 둘은 결혼했고 아들이 태어났다.

어느 날 아들이 이웃집 병아리 한 마리를 훔쳐 왔다. 그녀 앞에서 자랑하고 그것을 한입에 꿀꺽 삼켰다.

그녀는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칭찬했다.


어느 날 아들이 이웃집 닭을 한 마리 훔쳐 왔다. 그녀 앞에서 자랑하고 그것을 죽여 먹었다.

그녀는 아들의 영리함과 재주를 칭찬했다.


어느 날 아들이 이웃집 개를 한 마리 훔쳐 왔다. 그녀 앞에서 자랑하고 그것을 또 해쳤다.

그녀는 아들의 한결 노련해진 절도 행각을 다시 한번 칭찬했다.


마침내 그녀의 아들이 이웃집 소 한 마리를 끌고 왔다.

그녀가 아들의 위대한 공로를 다시 칭찬하려는데, 마을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그녀의 아들은 마을 사람들에게 붙잡혀 갔다. 파랑새 마을 최고 부자 김 노인의 황소에까지 손을 대었기 때문에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


마을 어귀에서 파랑새들이 몰려들었다. 여우 요괴의 아들을 둘러싸고 마구 쪼아댔다.


몇 마리는 자기들끼리 짹짹거리며 아들의 지난 잘못을 모두 떠들어댔다. 나머지들은 여우 요괴의 아들을 마구 쪼아댔다. 여우 요괴가 아들에게 덮어씌워 주었던 인간의 가죽이 벗겨졌다.


끔찍한 괴물이 사람들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여우 요괴의 아들은 결국 처형장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끌려가며 그 아들은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 했다.


여우 요괴가 아들에게 다가갔다. 아들은 잠시 귀를 가까이 대달라고 했다.

아들은 여우 요괴의 귀를 물어뜯었다.


사람들이 분노하며 비난했다. 끔찍한 괴물이 선량한 여인의 아들을 잡아먹고 자신의 어머니까지 해친다면서.

그러나 여우 요괴의 아들은 당당하게 소리쳤다.


‘내가 만약 처음 병아리를 훔쳤을 때, 그녀가 나를 제대로 혼을 내었다면, 아니 애초에 나를 이렇게 태어나게끔 만들지 않았다면, 나는 아무것도 훔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자신의 어머니를 원망하며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여우 요괴는 아들에게 물려 찢어진 귀를 감싸 쥐었다. 눈물을 닦는 척하며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집으로 돌아와 거울에 귀를 비추었다. 찢어진 가죽 틈새로 자신의 진짜 귀가 드러났다. 그녀는 혀를 찼다. ‘하마터면 들킬 뻔했다. 도망가야겠다.’


여우 요괴는 그날 이후로 모습을 감추었다. 여우 요괴는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그때까지 덮어쓰고 있던 인간의 가죽을 벗어 던졌다. 이것이 애초에 누구의 것인지 그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녀는 중얼거렸다. ‘인간의 삶이란 복잡하기도 하지. 주제도 모르고 인간의 흉내를 내려다 목숨만 잃을 뻔했다.’


그 뒤로 여우 요괴는 가끔 파랑새 마을을 기웃거렸다. 아름다운 처녀의 가죽을 다시 덮어 쓰고 싶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파랑새들이 그녀 앞에 나타났다. 어쩔 수 없이 여우 요괴는 자신의 숲에서 홀로 흉측하고 자유롭게 살아가야 했다. 이따금 가장 아름다운 파랑새를 잡아채 그 날개를 부러뜨리곤 하며.


주: 본 작품은 이솝우화에 수록된 단편 「도둑과 어머니(The Thief and His Mother)」에서 모티프를 얻어 창작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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