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AISYEON Oct 24. 2024

이나의 전화기가 울린다.

2


이나의 전화기가 울린다. 평소라면 근무 중인지는 않은지, 혹시 집인지. 여러 가지 질문을 하면서 이나가 전화가 가능한지를 먼저 물어왔을 사람들이지만 마음이 많이 들떴는지 바로 영상통화가 걸려왔다. 이나는 신발도 벗지 않고 현관 바닥에 누워 신발용 카펫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걸려오는 전화 화면을 바라보면서 받을까, 말까 고민한다. 눈을 깜빡. 깜빡. 느리게 감았다 떠도 화면에는 엄마의 프로필 사진과 이름이 그대로다. 프로필 사진에는 젊은 남녀 한 쌍이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서 환하게 미소 짓고 있다. 한 번의 전화가 끊기자, 이나는 발 끝에 간신히 걸려 있던 구두를 발 끝의 힘을 이용해 벗겨냈다. 발에 숨통이 트이는 것만 같다. 진작 이렇게 할걸.

웅. 절대 포지 않겠다는 진동 소리가 다시 한번 들린다. 그냥 바닥에 누운 그 상태로, 이나는 전화를 받았다. 깜빡. 이나는 아직 낮은 굽의 검은 구두를 신고 있다.

엄마. 응. 방금 퇴근했어. 미안해. 나도 상견례는 해본 적이 없으니까. 엄마 친구들이 좋아하는 걸로 사면되지 않을까? 너무 부담 갖지 마. 그냥 사람들 만나는 건데 뭐. 나는 잘 있지. 별일 없어요. 막혀 있던 댐의 물처럼 소식들이 쏟아졌다. 이나의 반갑던 가뭄에 반갑지 않은 물들이 쏟아지기 시작한 지는 조금 됐는데도 적응이 쉽지 않았다. 


[이나 이야기]는 단편영화 "Me:JFK, You:ICN"의 주인공 이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daisyeon.com/mejfk-youic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