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실패했음'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나의 2020년 한 해 목표는 ‘resilience’였다.
한글로 번역하면 ‘회복탄력성’이 되겠다.
얼마나 이 목표 달성이 간절했는지, 이후 몇 년째 공란으로 비워져 있는 내 상태 메시지는 그 일 년 간 저 ‘resilience’였다.
회복 탄력성을 키우고 싶었던 이유는 나의 첫 실패라고 생각하는, 첫 재수에 적응하기가 생각보다 힘들었기 때문이다. 1년간의 재수 생활 중에서 공부에 투자한 시간보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투자한 시간이 훨씬 많았으니까. 그래도 어찌 됐든 결과적으로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고, 숫자로 증명되는 그 결과에도 꽤 만족스러웠기에, 나의 삶은 다시 정상 궤도로 진입했다.
그때 처음으로 ‘아,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힘든 일이 생겨나겠구나. 그래도 중요한 것은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것을 믿는 것이구나.’를 알았다.
하지만 다시 삶을 원래 궤도에 진입시키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 시기의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알차게’ 살았다. 삶을 정상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다양한 영역의 밸런스, 즉 균형을 맞추는 과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 균형을 잡느라 참 많이 애썼다. 운동, 독서, 일, 감정, 타인과의 관계 등 카테고리도 다양했더랬다.
그리고 그렇게 균형을 잡고 살아갈 때, 나는 역설적으로 그 균형에 ‘집착’하게 되었다. 균형이 깨지는 순간을 불안해했다. ‘균형이 깨어졌다’는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내가 실패했다고 인정하는 것 같아서. 그래서 곧바로 균형을 다시 찾기 위해 조용히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인생은 쭉 뻗은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도, 바람에는 흔들리지만 무너지지 않는 출렁다리를 건너는 것도 아닌, 외줄 타기를 하는 것이었다.
양팔을 옆으로 벌리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나아간다.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꽃내음이 완연한 날도 있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온몸을 더 무겁게 하는 날도 있다. 간질이는 바람에 땀이 식기도 하지만, 심한 바람에는 휘청거리다 줄 아래로 떨어지기도 한다. 균형을 잘 잡는 날도 있고, 그렇게 하지 못하는 날도 있다.
죽는 그날까지 나의 외줄 위에서 균형을 잡지 못해 옆으로 떨어지는 날은 분명 있고, 어쩌면 꽤 많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떨어지려는 순간, 그 순간 나의 손가락 하나만이라도 그 줄 위에 얹어 놓는다면, 다시 그 줄 위를 걸어 나갈 날은 반드시 온다.
그러니 지금의 흔들림에, 지금의 추락에, 지금의 낙하에 인생의 끝을 단정 짓지 말자. 흔들린다. 떨어진다. 원래 그렇다. 아마 눈을 감는 그날까지 나는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으로 인해 불안해지는 순간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불균형까지도 나의 삶의 일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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