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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졔 Dec 24. 2023

상실, 그 후

책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 를 읽고

원제 ‘상실의 시대'의 뜻을 헤아리게 된다. 누군가, 혹은 많은 이들을 상실하게 된 이 시점에 이 책을 다시 읽게 된 것이 운명처럼 느껴졌다.


등장인물들 모두가 각각의 매력을 지니고 있다. 작가의 애정어린 시선과 풍부한 설명 덕일까, 책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에게 애틋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와타나베처럼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어쩔 때는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고, 한도 끝도 없이 우울 속으로 잠식되어 수영을 할 생각을 해본 적도 없는 듯한 사람처럼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가 미도리에게 이야기한 ‘봄날의 곰’ 만큼이나 너를 좋아한다는 고백은, 그 내가 듣고 보았던 그 어떤 말들보다도 봄날의 간질이는 기운만큼이나 포근했다. 그가 나오코에게 가지는 애정을 넘어선 연민과 애틋함의 감정, 그리고 미도리를 향한 설레임, 스파크가 튀는 듯한 자극의 감정 사이에서 흔들리는 것 또한 매우 현실적이었다. 


나는 미도리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녀는 나와 다른 점이 매우 많다. 짧은 스커트를 입고 자신이 맘에 드는 상대를 거침없이 유혹하고, 외로우니 함께 있어달라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며, 자신의 성적 욕망을 가감없이 말과 행동으로 드러내고, ‘~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게 뭘 것 같아?’라는 질문을 던지고, 밉고 포기하려 하다가도 자신이 상대를 여전히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자신을 온 마음으로 온전히 열어 보인다. 나는 나오코와 같은, 어떻게 보면 소극적인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더 많이 드러낸다고 생각했고, 이에 대한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기에, 그녀, 미도리가 되고 싶었다. 미도리와 같은 상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줄 수 있는, 자극적인 사람이 되고 싶었다. 이제는 바보 같은 판단이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지만.


와타나베와 레이코는 그들만의 방식으로 나오코를 애도한다. 장례식에 대해 ‘사람의 죽음에 대해 어떻게 그럴 수 있는가'에 대해 잠시 이야기하다, 그들은 나오코를 위한 노래를 꽤 오랫동안 연주한다. 그녀가 듣기 좋아했던 ‘노르웨이의 숲'을 시작으로 비틀즈의 여러 곡들, 후크송 등을 차례로. 이별을 하고, 상실을 하고, 그 대상을 애도하는 그들의 방식은 참 따스웠다. 그들의 연주와 노래가 한 음절음절 떠다니는 음표가 되어 공기 중으로 흩어져 그 대상에게 닿을 것만 같았다.


상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모든 것들을 상실하며 살아간다. 사람을, 돈을, 기억을, 어떤 감정을, 자신의 육체를 ... ... 원래부터 나의 것이었던 것은 없었다. 상실은 죽음과 같고, 죽음은 늘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이다. 내가 상실하는 그 모든 대상들을 내 자신을 상실하게 되는 그 날까지 나만의 따뜻한 방식으로 애정을 담아 애도하는 그런 삶. 그런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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