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시작하는 것에 대하여
열심히 이것저것을 했던 2주가 지나고, 나는 다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늘 이런 식이다. 나는 한 번 꽂히면 꼭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 그리고 처음과 시작의 설렘을 굉장히 사랑하는 사람이다. 어쩌면 소위 말하는 ‘도파민 중독형’ 인간인지도 모르겠다.
소강상태로 접어들게 된 원인은 직장과 관련하여 처리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만약 내가 원하는 대로 된다면 분명 나에게 도움이 되는 것일 터.
하지만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기가 귀찮다는 이유로, 그리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나의 과거를 다시 들추고 더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다는 이유로 그를 포기하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였는지, 꽤 심한 감기에 걸리고 말았다.
아니, 솔직히 오히려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이 게으름과 미룸을 합리화할 수 있는 이유가 생긴 것이니까.
그렇게 모든 행동을 멈췄다.
이렇게 내가 모든 행동을 멈출 때마다 가장 힘든 것은, 모든 행동을 멈춘 채 동굴 속으로 숨어 들어가 있는 나를 마주하는 것이다. 아니, 마주하면서도 변화하지 않는 것이다. 알면서도 행하지 않는 나 자신을 보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다시 나는 일어났다.
필요한 서류들을 확인하고, 생각보다 기관을 방문해야 발급받을 수 있는 서류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조급해졌다. 그리고 놀랍게도, 계획한 대로 약 3시간 만에 필요한 모든 서류를 발급했다. 그리고 전화를 통해 상황 설명과 일정 조율을 마쳤다.
뭐야, 쉽잖아.
안도감이 들었다. 성취감이 들었다. 해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길로 나는 미뤄두었던 또 한 가지의 일, 운동을 등록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지.’는 어떻게 보면 나를 작동시키는 가장 짧고도 명확한 phrase이다.
‘원하는 것’ 보다 ‘필요한 것’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이성적으로는 약 한 달간 고민했으니, 행동을 할 때는 단김에 해버려야 한다. 더 이상은 생각하지 못하게, 단번에.
“어떻게, 요즘 의욕은 다시 돌아오고 있나요?”
의사 선생님의 물음에 나는 솔직한 나의 상태를 이야기했다. 어떨 때는 의욕이 마구 넘쳤다가도, 어떨 때는 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소강상태에 빠진다고. 그 상태에 나를 밀어 넣는 것 같다고.
의사 선생님께서는 매번 의욕이 넘치기만 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말씀하신다.
하루, 일주일, 한 달을 놓고 봤을 때 의욕이 생기는 행동을 점차 늘려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이다.
‘2주 열심히 살고, 2주 놀고. 남은 1주일 열심히 살면 5주라는 한 달의 시간 동안 의욕 넘치게 산 시간이 더 많은 거네. 성공이네?’
가끔 져도 괜찮다.
가끔은 무중력의 상태에 나를 유영하게끔 내버려 둬도 괜찮다.
곧 나는 다시 일어서니까. 곧 나는 다시 이 지구의 중력을 느끼며 두 발을 땅에 딱 붙인 채 살아갈 테니까.
나는 오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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