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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졔 Mar 26. 2024

네가 그럴수록 난, 더 사랑할 거야

내 안의 사랑이 꺼져가는 때, 꺼내 먹어요



 나는 내가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딱히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었다. 그 이유는, 나는 ‘주는’ 행위에 약했기 때문이다.

 대가 없이 사랑을 주고, 믿음을 주고, 돈을 주는 등의 행위를 딱히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상처를 입을 것임을 알면서도 다시 사랑하고, 다시 믿고, 다시 기부하는 그런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고, 한편으로는 그 원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싶은 마음에 동경하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다행히 그런 나를 좋아해 주고 대가 없이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늘 그곳에 있었겠지만 조금 늦어서야 알게 된 나의 가족들과, 지금은 내 곁을 떠나갔지만 나를 좋은 사람이라 생각해 줬던 지난 연인들, 그리고 오랜 기간 나와 함께 교류해 주는 친구들까지. 


 나도 사랑하고 싶어졌다. 나의 서툴고도 서툰 사랑의 방식을 이해해 줬던 그 사람들처럼. 나의 느리고도 느린 사랑의 방식을 보채지 않고 기다려준 그 사람들처럼. 나의 다름을 그저 다름으로 받아들여준 그 사람들처럼, 나도 사랑하고 싶었다. 




 그런 사랑의 방식을 시작했다. 나의 이해의 범위를, 수용의 범위를 한정 짓지 않은 채로 그 사람을, 그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우습게도, 더 많이 흔들렸다.


 아, 내가 너무 많이 받아줬나? 내가 나의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고 그 사람의, 그 사람들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애썼나? 그리고, 상대방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었는가? 이해해 주었는가? 


 사랑과 맞닿아 있는 증오, 어쩌면 악의.

 마음이 닳고 닳아, 사랑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악의만으로 가득 찬 사람을 보았다. 그에게 품은 안타까움이라는 마음을 비웃기라도 하듯, 그 사람의 악행은 멈출 줄 몰랐고, 나는 상처받았다. 나는 졌다. 


 처음에는 인간에 대한 불신, 이 세상에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에 공포감을 느꼈다. 아, 나는 그 사람만을 두려워했다기보다, 세상을 나와 다르게, 그 사람처럼 바라보는 수많은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미치도록 무서웠다. 

 왜, 인생을 그렇게 살지? 이 세상에 태어나 내가 살아가는 시간은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눈으로만 바라보고 담기에도 부족한데. 왜, 본인과 다른 사람을 깎아내리고, 인생을 패배자처럼 사는 본인을 인정하기 싫어 다른 사람을 갉아먹으며 삶을 영위해 나가는 걸까. 




 그러다 다시 난, 더욱 사랑하고자 다짐한다.

 나는 사랑하며 살고 싶은 사람이다. 나의 꿈은, 이 세상의 더욱 많은 것들을 사랑하는 것. 나에게 악의를 가진 사람마저 사랑해 줄 수는 없지만, 사랑은 선순환한다. 적어도 내가 경험한 사랑은 그랬다. 어쩌면 나도 나에게 사랑을 줬던 사람에게 그 사랑을 되돌려 주지 못했던 적이 많았다. 그 사람에게는 내가 악의적인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주었던 사랑은, 내 마음 깊숙한 곳 어디엔가 씨앗처럼 남아,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며 다시 민들레처럼 홀연히 씨앗을 날려 보낸다. 

 나의 이런 마음도 어디엔가, 누구에겐가 닿을 것이라는 믿음을 저버리지 않으며, 나는 다시 사랑한다. 


 누군가 인간에 대한, 만물에 대한 나의 사랑을 해하려고 하거든, 나는 생각한다.

 ‘이런 일로 나의 순수한 마음과 사랑을 담은 눈빛이 탁해질 수 없어.’ 


 네가 그럴수록, 난 더 사랑할 거야.









- 사진 출처 : p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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