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으로서 좋은 사람은 따로 있다.
학생일 때 선생님이 해주시는 이성 얘기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었다. 선생님의 첫사랑, 애인 유무라든지, 이성의 마음을 얻는 법 등 미지의 세계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 청소년들은 연애가 보편화하고 다양한 경로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면서, 선생님에게 물어보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그런데도 간혹 짓궂은 학생들이 “선생님 애인 있어요?”라고 물어보면 이런저런 얘기를 하게 된다. 가르쳐야 한다는 직업병은 여지없이 드러나 결국 ‘연애를 잘하는 법’으로 수업을 해버리고 마는데, 그 마지막 말은 항상 “본인이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가 된다. 이렇게 해야 학생들이 공부할 마음이 생기기도 하지만, 평소 내 소신이 들어간 말이기도 하다.
좋은 사람은 긍정적인 생각과 배려 깊은 말과 행동을 한다. 사람에게 친절하고, 주변에 좋은 친구들이 많다. 좋은 책을 읽고, 건강한 음식을 먹으며, 건설적인 취미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일상 패턴을 통해 ‘좋은 사람’이라는 인격이 만들어진다.
그렇기에 아무리 사소한 것일지라도 드러나는 모습에는 사람의 ‘인격’이 묻어있다. 그리고 그 인격의 냄새는 쉽게 감춰지지 않는다. 만약 누군가가 심각한 비만 상태에 놓여 있다면, 그 사람의 일상생활은 감히 예상할 수 있다. 특별한 예외사유가 없다면, 비만이란 과도한 음식 섭취(욕심), 불규칙한 식습관(무절제), 운동 부족(방치), 스트레스(심리적 불안)가 주원인이다.
반면 적당한 체형, 깔끔한 복장, 부드럽고 친절한 말투, 긍정적인 생각과 올곧은 신념 등은 모두 건강한 일상 패턴의 결과물이다. 한 사람의 인격은 드러나는 몇 가지 단서만으로도 대부분 쉽게 알아차릴 수 있다.
자기를 가꾸는 데 노력해본 사람만이 다른 사람의 노력도 존중하는 법이다. 사람은 항상 자기와 동등하거나 더 높은 가치를 지닌 사람에게 매력을 느낀다. 그렇기에 모든 사람은 자기 수준에 맞는 사람과 연애를 하게 된다. 설령 그렇지 않다면 관계의 균형이 쉽게 무너지고 갈등은 끊이질 않게 된다. 따라서 나에게 이성으로서 가장 좋은 사람은, 본인만큼 스스로 자기 관리를 할 줄 아는 사람이다.
tvN 드라마 <마더>에는 아래와 같은 대사가 있다. 극 중 진홍이 수진의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할 때 수진을 좋아하는 이유를 밝히는 상황이다.
- 제가 왜 수진 씨를 좋아하는지 알겠어요.
- 저희 아버지는 너무너무 바쁜 동네 소아과 의사셨는데, 누가 부르면 왕진까지 다니시고, 급하면 휴일에도 문 열고. 그리고 저희 집이 병원 꼭대기에 있어서 매 끼니를 집에서 드셨어요.
- 아버지는 행복하셨죠. 천직이셨으니까. 근데, 어머니는 불행하셨어요.
- 어머니는 여행을 좋아하시고 모험을 하고 싶어 하셨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끝내 소원이었던 세계여행을 못하셨어요. 암 진단받고 너무 억울해서 이혼하려고 하셨어요.
- 그래서 제가 그런 여자를 좋아하나 봐요.
- 살아온 나이가 있고, 가난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 인생이 있는 여자.
- 제가 절대 불행하게 만들 수 없는 여자.
(tvN 드라마, <마더> 속 대사)
마지막 대사인 “제가 절대 불행하게 만들 수 없는 여자”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는 서로에게 지나치게 의존해 마이너스의 연애를 한 기억이 많다. 하지만 개인에게 가장 중요한 관계인 연인관계가 그래서는 안 된다.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플러스의 연애가 되어야만 성공적인 관계가 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학생들에게 “본인이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것은, 먼저 자기 자신에게 투자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상대방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누군가를 의지할 필요가 없을 만큼은 자기 삶의 현재가 강렬할수록 좋다고 생각한다. 그때야 비로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면서 함께할 수 있다. 내가 아닌 다른 존재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삶이라면, 궁극적으로 건강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