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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토에서

포르투갈 포르토에서 만난 루이스

by 여행가 데이지


'그 사람도 이 풍경을 보면 좋아하겠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보고 싶은 게 아니어도

문득 그들을 떠올리면 눈물이 난다.


이유가 뭘까?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나를 위해 기도해 주기 때문일까.


여행은 나를 깨닫는 시간이자

주위 사람의 소중함도 깨닫는 시간이다.


내게 소중한 이들을 한껏 모아

돌아가면 소중하게 간직해야지.


IMG_0519.jpg?type=w773 포르투갈 포르토에서





포르토 호스트 루이스, 친오빠와 함께

스페인 순례길을 끝나고 바로 도착한 포르토.

호스트 루이스는 나와 친오빠를 위해

직접 버스정류장까지 우리를 데리러 온다.


우리를 손님이라며 과분히 대접하는 그는

포르토에서 지내는 동안 모든 비용을 대준다.


그 연유는 알 수 없지만,

우린 그의 극진한 대접에 당황해하면서도

감사함을 잊지 않는다.



순례길을 막 끝낸 우리는

루이스의 호의를 받아

밀린 빨래와 작업을 한다.

그 사이 루이스는 코스요리를 준비하며

저녁 식사를 초대한다.


"사람들은 나를 캡틴(항해사)이라고 부르곤 했어."


그는 항해사로 일하며 몇 달간 배에 있지만,

그 이후 몇 달간의 휴가를 받는다.


"난 나의 일이 좋아.

몇 달 일하고 나서 주어지는

휴식을 마음대로 할 수 있잖아."


그는 일하는 것 자체에 자부심을 보인다.


"고요히 북해를 항해하면서,

내가 이곳은 보호하고 있다는 생각은

항해하는 힘을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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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루이스는 포르토를 보여주겠다며 우리를 안내한다.


우린 펠게이라스(Farolim de Felgueiras) 해변가를 거닐고

히베이라 광장 트램을 타며 도우로 강 경치를 느낀다.

건물은 도우로 강을 따라 알록달록하게 인사한다.

노천카페와 레스토랑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는

이베리아반도만이 풍기는 여유를 선사한다.


반짝거리는 도우로 강을 바라보며 우린 점심을 먹는다.


루이스는 포르투갈 전통 음식을 소개해 주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삶에서 누구인지,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알아야 해."


루이스는 자기 삶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그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는 건 '재앙'이라고 표현하며

한국의 삶과 우리의 사고에 관심 갖는다.

나는 한참 진로를 고민하는 오빠 이야기를 루이스에게 말한다.




"오빠는 하고 싶은 게 뭔지도 모르겠고,

무엇을 잘하는 지도 모르겠다고 해요.


지금 대학을 다니지만, 흥미도 없고,

그렇다고 하고 있는 테니스 일을 쭉 할 마음도 없는 상태예요.

조언을 해줄 수 있나요?"



"무엇을 하든 간에 네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게 중요해.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는 다른 분야야."


그는 본인의 이야기를 예시로 설명한다.


"나는 바다를 좋아했어.

그리고, 밖에 나가는 걸 좋아하지.


언제나 바다를 바라봤고, 밖에 나가는 걸 합쳐보니,

항해사가 나오는 거야.


작은 것이더라도

사소한 것에서 내가 좋아하는 게 뭔지 발견하는 게 중요해."



나는 오빠에게 조언이 어땠는지 묻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당연하지 않게 생각하고 있던 거잖아.

조금씩 생각을 바꿔가면서

나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집에 있기만 하더라도,

집에서 이런 걸 좋아하네?라고 발견할 수도 있고,

점점 조금씩 늘려가면서 느끼는 것도 분명히 있을 거니까."


그는 나아가 성적인 조언도 서슴없이 건넨다.


"이곳 포르투갈 사람들은 굉장히 개방적이야.

재미를 위해서 쾌락을 즐기는 거야!"


성적 보수 주의와 자유주의의 토론에서

극단적 자유주의인 루이스는 거침없이 발언한다.


나는 세계여행으로 익히 적응된 주제이지만,

오빠는 루이스 말에 동의하지 못하면서도,

받아들이고자 노력한다.


"인생은 한 번뿐이잖아.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면서 살아야지.


즐기고 싶다면, 즐기는 거야."


나는 오빠에게 조언이 어땠는지 묻는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을 실제로 이야기 나누게 되니 신기하다.

루이스 입장을 인정하지만, 공감은 못하겠네."



루이스의 이야기가 어떻게 다가오든지

오빠에게 새로운 세계를 주었다는 사실은

남몰래 뿌듯함을 만든다.



루이스 덕분에

포르토에 머무는 내내 편하게 여행했다.

헤어지기 전,

그에게 감사를 표하며 삶의 이유를 묻는다.



내 삶의 이유는
오로지 삶은 한 번만 주어지기 때문이야.
나는 삶을 즐기려고 노력해
너와 같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서지.




처음 만난 순간부터

우리 남매를 극진히 대접한 루이스.


그가 공유한 본인의 세계와

그가 나눠준 친절로 인해

나와 오빠의 포르토는 안락한 순간으로 남는다.


한 번만 주어지는 삶 속에서

그의 나눔과 친절이

선순환되어 여러 삶까지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데이지 (신예진)

yejinpat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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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데이지]는 21살 신예진(데이지)이

대학교 휴학 뒤, 1년 간 전 세계 45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이에게 '삶의 이유'를 묻는 여행기입니다.


브런치 외에 인스타그램, 블로그유튜브를 통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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