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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논어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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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승주 작가 Apr 16. 2019

사랑에도 세 가지 뜻이 있다

논어에 나타난 세 가지 사랑

왼쪽부터 1.사랑애愛 2. 아낄린吝 3. 어질인仁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들과 생활하다 보면 '사랑'의 마음이 이리 뒹굴고 저리 뒹구는 모습을 본다. 때로는 금이 갈 것처럼 세게 부딪히기도 하고, 더없이 포근하기도 하다. 부모에 대한 아이의 사랑과 자녀에 대한 부모의 사랑이 어떻게 같을 수 있겠는가? 애인의 사랑과 스승의 사랑과 동료의 사랑은 마치 셋방을 사는 세입자처럼 각각 다른 의미인 것 같지만, 우리는 '사랑'이라는 말로 퉁치며 살아간다. 고대인들에게는 사랑이라는 낱말이 세 가지 의미로 사용되었다.


1. 애愛. 복잡미묘한 사랑의 감정


사랑이라고 다 같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감정의 저수지와도 같기 때문에 다른 감정에 비해서 크기가 다르다.


첫 번째 사랑은 애(愛). 금석문이 남아 있다.

이 글자는 두 가지 해석이 있다. 첫 번째 해석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손에 얹고 사랑하는 애인을 향해 걸어가는 사나이다. 두 번째 해석은 돌아다보는 마음의 모양에서, ‘어여삐 여기다’의 뜻이다. 거기에 발을 넣어 어여삐 여기는 마음이 향해 가서 닿다의 뜻을 담고 있다.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면서 동시에 행동하는 것이다.


<논어>의 말 중에서 '사랑'의 복잡미묘함을 가장 잘 담아낸 공자의 말은 아래와 같다.


사랑하는 사람은 살기를 바라고, 미워하는 사람은 죽기를 바란다. 이미 살기를 바랐으면서 또다시 죽기를 바라는 것이야말로 미혹이다. (논어, 안연편)


상대와 깊이 사랑할 때는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다가, 버림 받거나 나쁘게 헤어지면 죽기를 바라는 것이 사랑의 마음이다. 공자는 그것을 '미혹'[惑]이라고 불렀다.


이처럼 사랑에는 이중성이 있다. 아끼는 마음이 심해지면 팔이 안으로 굽는 마음이 되고, 인색한 마음이 된다.


2. 린吝. 팔이 안으로 굽는 사랑


두 번째 한자인 吝린의 갑골문은 아끼다, 인색하다는 뜻이다. 오랫동안 생활한 가족 중 한 명을 구덩이에 묻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오랫동안 같이 지내던 사람을 매장하는 일이 슬프고 안타깝고 주저되는 일이라는 뜻이 파생해 ‘아깝다’, ‘아끼다’, ‘아까워하다’로 쓴다. 주로 물건에 대한 집착에 많이 사용한다.


나라 돈으로 물건을 공급하면서 적선하듯 생색을 내고 아까워하는 걸 이것을 갑질(관료주의)이라고 한다. (논어, 요왈편)


마지막 '사랑'의 낱말은 공자의 명함과도 같은 낱말 인仁이다. 人과二가 더해진 낱말인데, 이(二)는 니(尼)와 통하여, 친근하게 구는 애정의 뜻을 나타내며, 과실(果實)의 씨 속에 있어 싹이 되는 보드라운 부분의 뜻으로도 쓰인다. 나는 '자기애'와 '이타심'이 듬뿍 찬 '인간애'로 이해한다.


3. 인仁. 인격의 완성자만이 누릴 수 있는 완숙한 사랑


재여가 물었다. 최고 인격자는 인간애를 실현할 수만 있다면 우물속에도 따라 들어갈 것입니다. 공자가 말했다. 어찌 그러겠느냐? 군자는 가게 할 수는 있지만 빠지게 할 수는 없고, 눈속임은 할 수 있겠지만 기만할 수는 없다. (논어, 옹야편)


완성된 사랑을 의미하는 인仁은 감정의 일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함부로 속일 수도 없다. 내 스스로 인격자가 되어야만 사랑의 마음이 집착이 되지 않는 것이다. 공자의 제자들은 仁을 굉장히 어려워 했다. '인간애를 완성한 사람이라야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도, 좋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고, '인간애를 품으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품을 수 있다'고도 했다.


천불이 나는 감정의 용광로 속에서 단련된 사랑만이 누군가를 탄생시킬 수 있고, 제대로 키워낼 수 있을 것이다. '사랑'으로부터 시작한 감정적 논어 읽기 모임을 시작했다. 5월부터 매주 수요일 오전에 정식 오픈한다. 다혈질 공자의 논어 이야기에 당신이 위로 받기를 바란다. 서로 SNS에 후기를 쓰고 공유하기로 했으니, 이 글은 연재인 셈이다.

 

※ 모임에 참가하고 싶은 사람은 <감정적 논어 읽기 참가해볼까>를 살짝 누르고 신청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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