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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들어서도 잘 걷고 싶다.

by 다작이 Mar 27. 2025

밖에 있는 동안 저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걷는 데에 할애하는 편입니다자가용 없이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해서 다니니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입니다그렇다고 해서 그런 결정이 제 삶에 불편을 가져왔다거나 지금도 어려움을 겪는다는 얘기는 아닙니다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대략 13년 전에 제 스스로의 의지로 내린 결정이었습니다그때가 갓 마흔이 되었을 때인데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몸은 편해서 좋은데 이렇게 마냥 운전을 하면서 다니면 제 시간을 제가 의도한 만큼 쓸 수 없겠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미련 없이 운전대를 놓았습니다한창 운전해야 할 나이에 말입니다그동안 저는 학교를 네 번 옮겼습니다그곳 모두가 다행스럽게도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이다 보니 아직까지는 운전대를 다시 잡지 않아도 되었습니다물론 하나를 얻으면 하나는 잃어야 하는 게 인생의 이치입니다운전을 해서 다닌다면 왕복 2시간이면 넉넉한 거리를지금은 출퇴근 시간에 무려 5시간이나 들이고 있습니다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제 행동이 참 바보 같다거나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그 덕분에 저는 그 시간을 이용해서 제가 쓰고 싶을 만큼의 글을 쓰고 있으니어쨌건 간에 하나는 잃었어도 하나는 쟁취한 셈이 됩니다.

     

운전하지 않고 다니는 동안 저는 어르신들을 많이 봅니다그분들의 여러 가지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지만요즘 들어서 그분들의 걷는 모습을 보면 제게 많은 걸 생각하게 합니다대략 세 부류로 나눠 보려 합니다.

     

먼저저보다 10년쯤 연배가 높은 분들입니다그렇다면 대략 65세 정도일 것입니다이분들은 아직까지는 팔팔하게 걸어 다닙니다간혹 여자분들은 계단을 내려올 때 고통을 호소합니다그래서 아예 어떤 분들은 계단을 내려올 때 난간을 잡고 뒤로 내려오기도 합니다.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하기도 하는데, 어쨌거나 보행에는 큰 무리가 없어 보입니다.


다음으로저보다 20년쯤 연배가 높은 분들입니다. 75세 정도겠습니다이때부터는 확연히 차이를 드러냅니다젊은 사람 못지않을 정도로 쌩쌩하게 걸어 다니시는 분들도 더러 있으나 대체로 보행에 어려움이 있어 보입니다앞서 말했듯 특히 여자분들은 그 정도가 심합니다걸음의 속도나 보폭 면에서도 여자분들은 남자분들을 따라갈 수 없고계단 앞에서는 거의 좌절의 모드로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찾곤 합니다여자분들이 왜 남자분들보다 걷는 데 힘겨워하는지 그 이유를 나름 생각해 봤습니다아무래도 오랜 세월 동안의 가사 노동이나 자녀에 대한 적극적인 양육 등이 관절을 닳게 한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멀리 볼 것도 없이 그건 돌아가신 저희 어머니를 봐도 그랬고, 생존 중이신 장모님을 봐도 그러했습니다.


마지막으로저보다 30년쯤 연배가 높으신 분들입니다이때부터는 여자분들에게서 찾아볼 수 있는 특이한 현상이 하나 있습니다허리가 많이 휜 분들이 여기저기 다니신다는 겁니다어지간해서는 남자분들이 허리가 30도 이상 휜 분을 보기는 어렵습니다실제로 저는 지금까지 허리가 심하게 휘어져 걷는 데 꽤 불편해 보이는 남자분을 딱 한 분 보았습니다그런데 이에 비해 허리가 휜 여자분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이것만 봐도 확실히 우리나라는 남자보다는 여자들이 더 많은 고생을 하며 살아온 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어르신들의 걸음걸이나 걷는 모습에 대해서 제가 주목하게 된 이유는제가 그들의 나이가 되었을 때 과연 저는 자유자재로 걸어 다닐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입니다지금보다 더 젊었을 때에는 보행에 불편을 겪는 어르신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습니다일상생활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움직임은 많지만정작 자기 건강 관리를 위한 운동은 하지 않아서 저런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던 겁니다. 결국 튼튼하게 걸어 다니려면 운동이 필수라는 얘기가 됩니다.


방금 전에도 지인과 만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많은 어르신들을 보았습니다만약 그분들에게 이제부터라도 운동하셔야 합니다,라고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궁금했습니다얼핏 봐도 운동은커녕 움직이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이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입니다과연 지금부터 지속적으로 운동을 한다면제가 75세가 되었을 때 혹은 85세가 되었을 때 팔팔하게 걸어 다닐 수 있을까요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타지 않고 당당하게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을까요특히 요즘 들어 많이 눈에 띄는 전동차를 이용하지 않고도 별 어려움 없이 걸어 다닐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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