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글쓰기를 생각한다. 아니 생각한다는 말보다 고심한다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요즘 쓰고 있는 글이 얼마나 완성도가 있는 글인지 궁금하다, 글이 너무 식상하다거나 단순한 건 아닌지 염려스럽다. 그리고 이전에 비해 조금이라도 발전이 있는 글을 쓰고 있을까 싶은 생각도 든다. 안 쓰면 안 써서 문제고 쓰면 쓰는 대로 걱정이다. 물론 쓰지 않은 적은 없다. 어떻게 해서든 꾸역꾸역 쓰고 만다. 설령 앞뒤가 맞지 않고, 쓰는 나조차도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는 글이라도 일단은 쓰고 본다. 글 같지 않은 글이라도 안 쓰는 것보다는 쓰는 게 낫다는 이상한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뭐, 그렇다고 해서 글을 쓰는 행위가 재미없다거나 고통스럽지는 않다. 매일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글을 쓸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모른다. 또 지금처럼 언제든 틈만 나면 몇 글자 끼적일 수 있다는 것도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실 표현력은 한창 모자란다. 어쩌면 표현력을 운운하는 자체가 경우가 아닐 수도 있다. 그래도 이만한 게 어딘가 싶다. 어쨌거나 내게는 매일 쓸 거리가 넘쳐난다. 나 스스로도 내 글에 자신감이나 만족감은 희미하지만, 그래도 기어이 쓰고 만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며 글을 쓸 수 있다는 건 어쩌면 행복한 고민이 아닐까?
주변의 지인들을 둘러보면 지금의 내 나이에 참 다양한 것들을 하고 있다. 적지 않은 이들이 골프를 치고 있다. 서서 하는 것 중에선 골프만큼 재미있는 것도 없는데, 이 좋은 운동을 왜 안 하냐며 그들은 늘 내게 골프 입문을 권유한다. 어떤 이들은 유튜브 영상을 보는 데에 빠져 있다. 수백 혹은 수천 개의 숏츠 영상을 비롯해 한두 시간 안팎의 영상들이 넘쳐나고 있어서 시간을 보내는 데에 이만큼 좋은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또 다른 몇몇은 넷플릭스 등에서 요즘 유행하는 드라마를 정주행 하는 걸 삶의 보람으로 여긴다. 또 운동 삼매경에 빠져 밤낮없이 몸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사람들, 맛집 투어를 하거나 인스타그램을 하며 아직 죽지 않은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는 이들도 있고, 웹툰의 세계에 발을 들여 시간을 소일하는 사람들도 있다.
확실히 요즘은 할 게 없어서 무료하다는 말은 못 할 것 같은 세상이다. 당장에 유튜브 하나만 있어도 하루는커녕 몇 날 며칠 푹 빠져 지내도 손색없을 정도가 되어 버렸다. 모든 연령층에서 휴대전화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지만, 특히 30대 이하의 사람들에겐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아예 휴대전화와 한 몸이 되어 지내는 사람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만약 그런 그들에게 하루만 휴대전화를 쓰지 못하게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만약 그들의 손에 휴대전화가 아닌 책을 쥐여준다면 어떤 일이 생기게 될까?
만약 전 세계의 인터넷 시스템이 딱 하루만이라도 먹통이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하며 흥미로운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다. 시쳇말로 사람들은 멘붕에 빠져 집단적인 광기를 드러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하루의 절반이 채 가기도 전에 사람들이 길거리로 뛰쳐나올 거라고 믿는다. 거의 국가적 재난 비상사태에 버금가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것이 엉뚱하게도 정치나 경제 정책에 대한 불만으로 와전되어 온 나라가 폭동에 가까운 아노미 상태가 되지 않을까?
따지고 보면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다한 뒤에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 하는 건 전적으로 개인의 몫일 터였다. 최소한 타인에게 어떤 피해만 끼치지 않는다면 남이야 골프를 치든 넷플릭스로 하루 종일 드라마를 보든 간섭할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시간 소모용 활동에만 매달려 있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다른 사람은 그렇다고 쳐도 당장 내 가족만 해도 그렇다. 틈만 나면 예능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소일하는 아내를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보다 더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게 어떠냐는 말도 감히 할 수 없다. 오히려 아내는 내게 글쓰기 같은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이며 지극히 소모적인 일에 그만 매달리라는 말까지 하기 때문이다.
나는 나대로, 가족은 그들대로의 방식으로 살아갈 뿐이다. 나는 가족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그들은 내게 간섭만 하지 않는다면, 이것도 그다지 나쁜 방법은 아닌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