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초라해지는 순간
엄마의 초라한 감정에 대해 글을 쓰려고 앉았다가 제 지난 과거를 하나씩 떠올려보니, 이 감정은 엄마가 되기 전에도 종종 느꼈던 감정이더라고요. 학창 시절에는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A사 가디건을 나만 입지 못했을 때 초라함을 느꼈던 기억이 있고요, 20대에는 대기업에 취업한 친구들 사이에서 초라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30대 초반에 작은 가게를 운영할 때 어느 CEO 모임에서 저와 같은 업종인 사장님이 대뜸 “한 달 매출이 얼마나 나오세요?”라고 물어보셨는데, 초라한 매출을 차마 이야기하지 못하고 당황하며 얼버무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날 가게로 돌아가는 지하철에서 그 상황에 주눅 들어 대답도 못했던 제 자신에게 어찌나 화가 나던 지요. (웃음) 지금 생각해 보면 초면에 참으로 무례한 질문이었는데 말이죠.
이처럼 ‘초라함’이라는 감정은 타인보다 내가 ‘못났다’라는 생각이 들 때 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건 나의 ‘자존감’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내 자존감이 높으면 사실 주변 상황과 비교하여 스스로를 못난이로 취급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저는 초라한 감정을 유발하는 이 ‘타인과의 비교’를 두 가지 관점으로 나눠서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외적으로 보이는 비교에서의 초라함입니다. 예를 들어 엄마들 사이에서의 옷차림, 명품 백, 자동차, 사는 동네, 자녀의 학군, 직업 등 나보다 경제적으로 또는 사회적으로 더 높은 위치에 있다고 느껴지는 관계에서 오는 초라함입니다.
두 번째, 내적인 행복의 격차에서 오는 초라함입니다. 분명 상대가 경제적인 부분이나 생활 수준이 나보다 낮은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그 사람이 진심으로 행복해 보일 때 드는 묘한 감정. 상대적으로 나는 가진 것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계속 목마름을 느끼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원인 모를 초라함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자, 이 두 가지 상황을 읽어보니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물론 위의 단편적인 상황으로만 초라함을 단정 지을 수 없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초라함은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감정이라는 것입니다. 부와 상관없이 말이죠. 나보다 상대방이 더 잘 나간다고 해서 초라함을 느끼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도 또 누군가와의 비교를 통해 스스로 초라해지는 경험을 만들어 내는 겁니다. 결국엔 내가 ‘삶에서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아갈 것이냐’에 따라 이 초라한 감정을 해소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관점을 바꾸고 초라한 감정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으며 가치에 집중하는 방법에는 뭐가 있을지 같이 살펴볼까요?
다른 사람의 성공을 빗대어 나의 단점을 탐색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성공을 영감으로 삼아 보세요. “나는 그들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라고 나에게 질문해 보는 겁니다. 이러한 사고방식의 변화는 비교 자체를 위협이 아닌 내가 더 잘 성장할 수 있는 에너지의 원천으로 바꾸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모든 사람의 길은 다릅니다. 풀어나가야 할 삶의 과제, 경험, 그리고 각자에게 가장 적절한 타이밍이 모두 다르다는 점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종이를 한 장 펼쳐놓고, 내가 엄마로서 가장 잘하는 강점, 작은 성공들, 성장한 분야를 하나씩 적어보면 내가 충분히 멋진 사람임을 알게 될 것이에요. 다른 사람의 여정이 아닌 나의 여정에 집중하면서 이미 가지고 있는 고유한 개성을 더 빛내셨으면 좋겠습니다.
가치관이라고 하니 왠지 거창한 느낌이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제가 삶의 목적과 관련된 가치관 9개를 알려드릴 테니, 이 중에서 내가 가장 최상위로 두는 것이 무엇인지 순서대로 한번 써보세요.
l 가족, 정직, 타인을 돕기, 성취, 친구, 돈, 신앙, 레저, 심미(아름다움)
삶의 방향을 정할 때 1위~4위까지를 우선순위로 두고 살아간다면 사실 다른 사람들과의 비교는 무의미해질 것입니다. 내가 가치를 두고 있는 것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다 보면 초라함 보다는 뿌듯한 감정을 훨씬 자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우선순위는 언제든 바꿔도 좋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엄마로서 자신감이 떨어지는 순간을 자주 마주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떨어진 자신감은 ‘용기’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용기를 내려면 내가 나를 믿어주는 힘이 기반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엄마들이 종종 자신감은 떨어질지언정 자존감은 낮아지지 않기를, 초라한 엄마가 아닌 초연한 엄마가 되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