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반, 짜증 반

감정에도 반반찬스가 있다

by 다현


짜장면 좋아하세요, 짬뽕 좋아하세요? 후라이드 치킨 좋아하세요, 양념 치킨 좋아하세요?

갑자기 이게 무슨 질문인가 싶으시겠지만 도저히 둘 중 하나를 고를 수 없을 때 우리에겐 ‘반반 찬스’가 있습니다.


pexels-moose-photos-170195-1037993.jpg


그런데 감정에도 반반이 있다는 거 알고 계셨나요? 가장 쉽게 와닿는 반반 감정단어는 ‘시원섭섭하다’일 것입니다. 이 감정을 영어로는 ‘bittersweet(쓰고 달다)’라 표현하는데요, 그만큼 양가 감정을 느끼는 것은 인류의 보편적인 감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엄마들이 느끼는 반반 감정은 뭐가 있을지 한번 생각해 보았어요. 여러가지 감정들을 조합하다가 제가 고른 것은 ‘걱정 반, 짜증 반’입니다.

이 감정을 가장 자주 느낄 수 있는 상황은 바로 ‘아이가 아플 때’가 아닐까 싶더라구요.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사람 입장에서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거예요. “아이가 아픈데 어떻게 짜증이 날 수가 있나요? 엄마 맞아요?” 네, 그래요. 그래서 ‘짜증’이라고만 하지 않고 ‘걱정’ 반 스푼을 넣은 거랍니다. 그것도 짜증보다 앞쪽으로 말이죠.


pexels-mart-production-7641242.jpg


아이가 아프면 당연히 부모들은 걱정을 합니다. 이건 설명할 필요가 없는 감정이죠. 그런데 아이들은 참 자주 아픕니다.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더 자주 아프거든요. 그러면 집안이 비상체제에 돌입합니다.

일단 밤새 잠을 못 잡니다. 열이 나면 수시로 열체크를 해가며 해열제도 먹여야 하고요, 기침이나 코가 막히면 답답함에 깨는 아이의 칭얼거림을 다독여줘야 합니다. 그렇게 밤을 꼴딱 새고 아침이 왔는데 아이의 컨디션이 계속 안 좋으면 유치원 혹은 학교에 보내지 못하게 됩니다. 전업 맘이라면 다행히 아이를 돌볼 수 있겠지만 밤새도록 했던 저 패턴을 혼자서 하루 종일 또 반복해야 합니다. 에너지가 좋은 사람도 계속 칭얼대는 아이를 돌보면 지치는데, 수면 부족인 상태인 엄마는 얼마나 예민해질까요. 짜증이 나는 것이 당연할 수밖에 없습니다.


pexels-h-i-nguy-n-1627264-14312398.jpg


만약 맞벌이 부부라면 아이를 돌볼 한 명이 갑작스럽게 연차를 써야 하겠죠? 직장에도 눈치가 보이고 남편과도 서로 눈치를 보게 됩니다. 이럴 때 걱정 다음으로 ‘짜증’이라는 감정이 함께 올라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의 짜증은 내가 누군가의 눈치를 봐야 하거나 폐를 끼치는 상황을 만들었기에 느껴지는 감정입니다. 처음 몇 번은 그래도 서로 이해하며 잘 넘어가지만, 이런 상황의 빈도수가 잦아지면 아이가 아플 때마다 걱정과 짜증이 함께 뒤섞여 올라오게 되는 것이에요.


그런데 반대로 아이를 맡길 사람이 있어 정상 출근을 한다고 해서 이 감정을 안 느끼는 것은 또 아닙니다. 아플 때 곁에 있어주지 못한다는 죄책감과 동시에 이러한 현실 자체가 짜증이 납니다. 거참, 이러나 저러나 ‘걱정 반, 짜증 반’은 어떠한 형태로든 우리 일상에 녹아 있는 감정이네요.

그렇다면 이 반반 감정을 효과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물론 있습니다. 두 가지만 말씀드려볼게요.


1. 제어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현재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보세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예: ‘아이가 호전 되지 않으면 어쩌지?’ 혹은 ‘나 때문에 회사 업무가 꼬이면 어쩌지?’ 등)에 연연하는 대신 아이에게 약을 먹이거나 좋아하는 음식을 해주는 등 당장 취할 수 있는 구체적인 행동에만 집중하는 거에요. 이미 벌어진 상황에 대한 걱정보다는 ‘내 아이의 회복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고 감정 중심적 사고에서 행동 중심적 사고로 초점을 전환하는 거죠. 그럼 현재 엄마로서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에 더 많은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2. 내 삶에서 최우선으로 두는 가치만 생각하기

궁극적으로 우리가 회사를 다니거나 집안을 가꾸고 돌보는 것은 아이를 더 행복한 환경에서 키우고 싶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이가 아플 때 부모들은 대신 아파주지 못해 미안하고 속상한 마음이 가장 큽니다. 그 외에 부수적인 것들은 사실 중요하지 않은 먼지 같은 문제일 뿐이에요. 내가 삶에서 가장 최우선으로 두는 가치인 아이의 건강과 안녕을 우선순위로 두고 집중한다면 지금 잠시 멈춰 있는 것들은 별거 아닌 것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반드시 남편에게 도움을 요청하여 엄마의 휴식을 잠깐씩 이라도 꼭 보장받으세요. 그렇게 소진된 내 신체 에너지와 정서 에너지를 채워가면 걱정과 짜증의 감정은 줄어들고 ‘아이 곁을 지켜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안도감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pexels-maksgelatin-5995206.jpg


폭염 속 과도한 냉방시설로 여름에도 감기에 걸리는 아이들이 참 많지요. 그런데 이럴 때 꼭 엄마들도 함께 아픈 경우가 많더라고요. 부디 우리 아이들과 엄마들 모두 아프지 않고 건강하길 바라면서 오늘의 글을 마치겠습니다.

keyword
이전 05화초라한 엄마에서 특별한 엄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