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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May 11. 2021

당연한 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존재에 대해

어버이날을 맞이해서 정말로 오랜만에 어머니와 아버지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늘 맞이하는 저녁이었지만 일하느라 혹은 시간이 안 맞아서 네 식구가 한 자리에서 밥 먹는 일이 어려웠다. 가족과 먹는 식사가 당연한 일 같지만 사실은 당연하지 않아서 서로의 스케줄을 미리 물어보고 확인하고 약속을 잡는다. 5월 8일은 그렇게 약속된 저녁이었다. 오랜만에 함께 먹는 저녁이어서 이야기를 몇 마디 하지 않더라도 얼굴을 보고 같이 밥을 먹는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아버지도 그렇게 느꼈는지 매일 어버이날이면 좋겠다고 하셨다. 오늘이 좋고 행복하다는 뜻이기도 하겠지만 한 끼 같이 먹는 게 오랜만이라고 말하시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부모님께 살가운 편이.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릴 때에는 부모님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전략이었던 것 같다. 어머니 옆에서 같이 빨래를 개고 아버지의 어깨를 주무르는 게 첫째와 셋째 사이에 있는 둘째 살아남기 위한, 사랑받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러다 대학 생활을 위해 부산을 떠난 뒤부터는 바쁘다는 핑계로 연락을 잘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부산을 가는 게 여행 가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졸업을 하고 완전히 집에 돌아오니 어머니의 앞머리에 자라나는 흰머리가, 아버지의 작아진 어깨가 눈에 들어왔다. 나의 시간만 흐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어머니의 아버지의 시간도 함께 흐른다는 걸 놓치고 있었다. 그제야 비었던 시간만큼 더 많이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사회에 나가 1인분을 해야 하는 때가 오니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감사함이 크게 와 닿았다. 냉장고 문을 열었을 때 꽉 차 있는 반찬들, 개어진 빨래 등 당연하다고 느껴지는 집의 모습을 만들기 위해서 어머니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집에, 가족에게 쏟았는지. 먹는 걸 좋아하고 잘 먹는 세 남매를 키우기 위해서 아버지가 얼마나 무거운 책임감을 어깨에 짊어지셨는지, 한결같이 매일 일을 나가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당연한 일이 아님을 깨닫고 감사함과 소중함을 몸소 느낀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사랑한다고 말한다. 시간이 지나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이 시간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틈나는 대로 어머니와 아버지를 안아드리고 사랑한다고 말한다. 어머니, 아버지도 처음에는 어색해하시더니 지금은 머리 위로 하트를 만들어주시고 손가락 하트도 해주신다. 이런 애정표현이 점점 더 당연해지면 좋겠다. 어머니, 아버지께 내 사랑이 스며들게 더 많이 말하고 표현해야겠다. 오늘 밤에도 사랑한다고 말하고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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