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정한다정 Jun 04. 2021

하루를 보내는 나의 자세

오늘은 뭐 먹지?

인생의 중요한 질문들이 많이 있겠지만 그중 자주 하는 질문을 꼽자면 역시 오늘 뭐 먹지? 가 아닐까 싶다. 매일 24시간이 반복되듯 끼니도 매일 찾아온다. 하지만 오늘 저녁을 가볍게 먹고 내일 아침을 챙겨 먹을지 아니면 오늘 저녁엔 과식했으니 내일 아침은 거를지. 똑같이 반복되는 것처럼 보여도 끼니와 끼니는 연결되어 있다. 친구와의 약속에서도 뭐 먹지? 너 요새 뭐 먹었어? 최근에 안 먹은 걸로 먹자!로 이어진다. 한 끼니가 다른 끼니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면 끼니를 결정하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가도 에 모르겠다 하며 라면을 끓이거나 편의점 삼각김밥을 먹을 수도 있는 게 또 끼니이다.


나는 끼니를 누구와 먹는지, 어떻게 무엇을 먹느냐에 기분이 많이 달라지는 편이다. 먹는 것에 진심이다 보니 맛있는 요리를 먹으면 기분이 금세 좋아지고 혼자서 '대충' 챙겨 먹으면 내가 결정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시무룩해진다. 여기서 대충은 배만 채우기 위해 뭐든 먹는 행위를 뜻한다. 그래서 가급적 혼자 먹을 때에도 불을 쓰거나 플레이팅을 해서 스스로를 아낀다는 기분을 느끼려고 한다. 그래도 역시 가족, 친구와 함께 맛있는 요리를 먹었을 때, 특히 내가 차린 한 상이 맛까지 만족스러웠을 때 기분이 제일 좋다.




이런 내가 요즘 매 끼니 고민이 늘어가고 있다. 비건을 느슨하게라도 꾸준히 실천하고 싶은데 요리 실력이 따라주지 못해서 야채를 구워 먹는 정도가 다이기 때문이다. 물론 야채에 소금을 약간 뿌려 노릇하게 구워내고 거기에 후추까지 솔솔 뿌려먹으면 가지가, 연근이 이런 맛이 난다고? 하며 감탄하게 된다. 그래도 매 끼니마다 야채를 구워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어떻게 맛있는 한 끼를 차려낼지가 고민이다. 최근에는 포테라는 요리를 해 먹었다. 구이에서 벗어나 이번에는 삶는 방식이었다. 야채에 물을 조금 붓고 소금과 후추를 뿌려 오래 삶으면 완성이다. 속을 따뜻하게 해 주면서 야채의 단맛이 신기할 정도로 많이 느껴지는 음식이었다. 재료 손질도 쉽고 요리 방법도 단순한데 맛까지 있어서 자주 해 먹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어떤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한 끼를 단정히 차려내는 게 같은 하루를 보내는 나의 작은 기쁨이자 끼니를 대하는 나의 태도라는 건 변함이 없다. 구이와 삶기 이후에는 어떤 방식으로 요리를 하게 될까? 앞으로 우당탕탕이겠지만 다양한 야채로 변주를 시도해봐야겠다. 맛있는 비건 요리를 다양하게 하게 된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대접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내 주변 사람들과 맛있는 한 끼를 공유하고 싶다. 그리고 그 한 끼가 나에게도, 같이 먹는 상대에게도 좋은 기억으로 남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열심히 실력을 갈고닦아야겠다.

이전 26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