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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Jun 11. 2021

글에는 농축된 마음이 담긴다

편지를 주고받는다는 건

최근에 친구에게 엽서를 받았다. 엽서에나를 생각하는 마음이 글로 빼곡히 적혀있었다. 읽는 건 뭐든  좋아하지만 그중 편지 가장 감동적인 글이다. 편지를 쓰는 모습을 상상하면 그 모든 과정에서 애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편지지를 고르고 그 안에 적힐 말을 고민하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단어를 가지런히 모아 문장을 만들어 써 내려가는 모든 순간이 사랑이다. 그래서 편지를 받으면 그 사람의 사랑을 받는 기분이다. 소리로 전달되는 응원의 말, 격려의 말, 위로의 말 전부 사랑하지만, 몇 번이고 꺼내 볼 수 있고 곱씹을 수 있는 글로 쓰인 편지는 사랑 그 자체 같다.


어릴 때 쓴 편지를 생각해보면 두서없이 써 내려간 롤링페이퍼부터 짧게나마 마음을 전하고 싶을 때 썼던 포스트잇, 생일 축하한다는 말을 조금씩 바꿔 반복했던 생일 편지까지 몇 문장 안 되더라도 다양한 형태로, 굳이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적었던 것 같다. 그런데 요즘은 생일이나 축하할 일, 응원할 일이 생겨야만 편지를 쓰게 되는 것 같다. 어쩌면 편지를 쓴다는 건 몇 번이고 곱씹을 수 있는 글을 남기는 거라는 의미를 알게 한 문장 한 문장이 좀 더 조심스러워졌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실 더 큰 이유는 친구에게 마음을 전할 다른 방법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편지 대신 카톡으로 생일 축하를 하고 포스트잇 대신 카톡 선물하기의 메시지 카드로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뭐든지 빠르고 편리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빨리빨리의 세상에 살고 있으니 당연한 변화이다. 오늘따라 컨디션이 안 좋다는 친구에게 달달한 음료를 선물할 수도 있고 읽고 좋았던 책을 생각나는 친구에게 바로 보낼 수도 있는 건 이런 변화 덕분이다. 리는 작고 사소한 부분, 잊고 지나칠 수 있는 순간에 대해서도 빠르고 편리하게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편지를 쓴다. 어쩐지 다른 것들은 오래도록 두고 곱씹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나도 빠르고 편한 것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 마음만큼은 종이에 글로 적어 전하고 싶다. 거침없이 펜을 들어 쓰다가 잘못 적힌 단어에 새로 편지지를 꺼내기도 하고, 편지를 다 쓰고 전해주기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글자 한 글자 내 마음을 꾹꾹 눌러 담아 전하고 싶다. 더 빠르고 편리한 방법이 많아지겠지만 느리고 불편한 방법을 잊지 않는 사람이고 싶다. 그렇게 변함없이 편지지를 꺼내고 글을 쓰는 사람이고 싶다.




번외로 나는 욕심쟁이여서 흩어지는 말도 붙잡으려고 글로 옮겨 적곤 한다. 이 방법은 나의 인생 책이라고 할 수 있는 '기록의 쓸모(이승희)'에서 작가가 알려준 방법이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대화를 나눴던 그 순간의 사진에 영화 자막처럼 문장을 덧입히는 방법이다. 실제로 해보면 대화를 복기하고 마음에 남은 문장을 적는 일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래도 대화로 나누었던 말이 사진 위에 얹어지면 그 순간을 잡아둔 것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이 좋고 욕심나다 보니 계속해서 말도 글로 남다.


낙곱새를 먹으면서 이런 대화를 했더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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