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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Aug 13. 2021

보통이 아닌 사람들

닭가슴살과 두부로 채워진 냉장고

우리 집 사람들은 모두 먹는 것을 좋아한다. 아버지가 한식, 국물 파라면 동생은 햄버거, 고기 파. 언니와 어머니가 디저트, 빵 파라면 나는 분식, 양념 파이다. 약간씩 다르지만 먹는 것을 좋아하고 가득 차린 한 상도 남기지 않고 먹을 정도로 양도 크다. 늘 먹는 것에 진심인 우리 집인데 최근 냉장고가 굉장히 심플해졌다. 비워내어 깔끔해진 게 아니라 재료가 단일화된 것이다.


냉동고에는 닭가슴살이, 냉장고에는 두부가 한가득이다. 이 사태의 범인은 동생과 언니이다. 동생은 헬스 트레이너로 일하며 늘 식단을 관리하고 언니는 약 5개월간 바디 프로필을 준비해 이번 주에 촬영을 마쳤다. 아버지가 냉장고를 하나 더 사야 하나 할 정도로 손이 큰 동생은 시켰다 하면 30kg씩 시켜서 냉동고를 전부 닭가슴살로 채운다. 언니의 두부는 12모씩 냉장고 한 칸을 가득 채운다. 내 몸은 삐거덕거리는 중이지만 내 혈육들은 부족함 없이 단백질을 섭취하며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하다.




어느 순간 키도 몸도 커진 동생은 내 첫 번째 트레이너 선생님이다. 집 근처 헬스장이 오픈했을 때 회원으로 함께 등록하여 기구 사용법도 알려주고 자세도 봐줬다. 호랑이 선생님이었지만 동생 덕분에 자신과 싸우며 몇 개월이나 헬스를 다닐 수 있었다. 동생은 작년부터 대회도 나가기 시작했다. 동생의 첫 대회는 잊을 수가 없다. 탄을 바르고 까매진 몸으로 인사하는 동생이 낯설었다. 우리 집에서 제일 하얗고 귀여운 동생이었는데 저 날은 형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무대 위에 선 동생은 너무 멋있었다. (70번 멋있다! 70번 최고다!)


언니는 디저트 종류를 사랑한다. "밥은 안 먹어도 과자는 못 끊지." 하는 사람인데 두부를 밥으로 병아리콩을 간식으로 먹었다. 바디 프로필을 준비하지만 비건을 지향하기 때문에 식단은 두부 위주였다. 집에서 생존 운동을 하다가 헬스장을 나가기 시작했다. 처음 몇 달은 헬스장을 가는 것도 가서 하는 것도 너무 힘들어하더니 지금은 안 가면 불안하다고 말한다. 언니의 이런 변화가 좋아 보이고 멋있다. 바디 프로필 촬영 현장에서 언니는 모델 같았다. 생전 처음 보는 언니가 그곳에 있었다. 2021년의 언니를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다이어트는 내일부터, 운동은 내가 의지만 먹으면 할 수 있지 하며 미루는 게 보통 아니던가? 자신과의 싸움에서 부지런히 이기고 가끔 지더라도 다시 일어나는 언니와 동생이 자랑스럽다. 멋진 언니와 동생에게 나는 늘 배우고 자극받는다. 나도 이 보통이 아닌 사람들에게 멋진 동생과 누나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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