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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 Mar 25. 2022

너, 내 동료가 돼라

새로운 사람과 관계를 맺는 설렘

내가 사는 섬, 영도는 꽤나 매력적인 곳이다. 섬이기 때문에 어느 곳을 가더라도 바다를 볼 수 있고 각양각색의 바다를 볼 수 있다. 햇빛이 반사되어 보석처럼 반짝이는 바다부터 커다란 크레인과 여러 선박에서 나는 녹슨 쇠 냄새와 사람들의 땀냄새가 나는 바다, 오밀조밀 배들이 정박하고 있는 바다까지 전부 다 다르다. 또한 영도 가운데 봉래산이 위치해 어디서든 올라갈 수 있고 어디로든 내려올 수 있다. 봄이면 양 옆으로 만개하는 벚꽃과 그 너머의 바다를 볼 수 있는 도로도 있고 여름이면 태종대 안에 활짝 핀 수국을 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오기도 한다. 저녁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북항대교와 그 너머 도시의 야경이 감성까지 채워준다.



이렇듯 영도는 다채로운 색을 가진 섬이며 나에게는 고향이고 집이다. 요즘엔 이런 영도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주는 예쁜 카페와 숙소들이 많이 생기고 있다. 그만큼 관광객은 많아졌지만 이들은 스쳐 지나갈 뿐 영도에 애정을 가지는 사람이라고 보긴 힘들다. 아직도 영도는 누군가에겐 떠나고 싶은 곳이거나 시골 정도이기에 영도 내에서 새로운 관계를 맺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영도에 애정은 가지고 있지만 함께 자란 친구들도 영도를 떠났으니 딱히 새로운 누군가를 만날 거라는 기대를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런데 최근에 '영도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는지, 참 타이밍이 좋았다고 설명하고 싶다. 1월 말까지 제출이었던 사회적 기업 육성사업의 서류를 데드라인에 맞춰 딱 제출한 그다음 날 연락 하나가 왔다. 작년에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며 알게 되었던 문화 기획자이자 커뮤니티 매니저셨는데 나에게 "다정님, 영도 사시죠?"라며 운을 띄웠고 영도에서 어떤 활동을 해보려고 하는데 혹시 시간이 되고 관심이 있는지 물어보셨다. 그 전날 서류를 제출하고 이제 또 뭘 해볼까 하는 고민을 하던 차였기 때문에 자세히 들어보지 않을 이유가 없는 기막힌 타이밍이었다. 


그분은 영도에 사는 또 다른 한 분에게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거라며 연락처를 공유해주셨고 곧장 미팅 날을 잡게 되었다. 알고 보니 그분과 우리 집은 10분 거리였고 영도 안에서 이런 일이 생기다니 하며 신기한 마음과 친근함을 가지며 미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서로를 소개하고 무슨 일을 할 건지 설명해주셨는데 청년들에게 삶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와 여건을 주는 일을 구상 중이라는 말이 나에게 굉장한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그 형태도 한달살이 식으로 진행된다니 내가 이제껏 경험해 온 것들의 완결판 같은 기분이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성장했던 경험, 제주 한달살이를 하며 다양한 사람을 만났던 경험, 책과 사람을 통해 나를 돌아보고 채울 수 있었던 경험까지 있는 나는 이 일을 함께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


최소 1년 혹은 그 이상 함께할 일에 대한 논의로 바로 이어졌는데 주저 없이 긍정적인 답을 했다. 엄청난 업무 강도가 예상되지만 그만큼 더 성장하겠다는 기대감도 들었다. 심지어 활동 무대는 내가 지금 사는 이곳, 영도에서 청년들의 성장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점이 더욱 매력적이었다. '무엇이든 도전하고 경험하는 한 해를 만들자'는 올해의 목표에 딱 맞는 일처럼 느껴졌다. 아직 사업이 확정된 건 아니었지만 우선 이렇게 새로운 사람을 만난 것도 인연이라고 느껴졌고 여러 단계가 남았지만 좋은 결과로 이어져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경험을 함께 쌓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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