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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규석 마샹스Machance May 02. 2016

인생은 한 자루 초

삶이란 촛불과 같은 것.

사람들은 저마다 한 자루 초다.
사람마다 초의 길이가 다를 뿐,
태어나면 누구나 예외 없이 한 자루 초를 받는다.

이 세상에 두 자루 초를 받고 시작하는 이는 없다.

어떤 이는 가늘고 긴 초를,
어떤 이는 두껍고 짧은 초를,
어떤 이는 가는 몽당 초를,
어떤 이는 두껍고 긴 초를 받아 들기도 한다.
길고 두꺼운 초라고 기뻐할 일도,
가늘고 짧은 초라고 슬퍼할 일도 없다.
그저 초는 초일뿐이다.

초는 자신을 녹여 불의 기운을 만든다.
빛으로 자신을 태워낸다.
그 빛이 나를 비출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을 비출 수도 있다.
무엇을 비출 것인가는 온전히 그의 몫이다.
아무도 나를 대신하여 내 빛을 내줄 수 없고,
나 또한 남을 대신하여 그의 빛을 내줄 수 없다.

나는 치열하게 타올라 본 적이 있는가?

속울음으로 외로움마저 삼키며

골방에서 꺼질 듯 깜박이는 위로의 빛이 되어보았는가?

구석진 자리,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곳에

그믐달과 같은 빛이라도 되어 보았는가?

희끄무레한 등대 꼭대기에서

힘겨운 배에게 희망의 빛을 주어 보았는가?
한 줄기 숨에도 비틀대는 나의 촛불은

따뜻한 한 줌 온기라도 지녔는가?
한 순간에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화산처럼 솟구쳐 올랐는가?

또다른 불 빛을 이끄는 횃불이 되어 보았는가?

오늘도 사랑하는 그대를 위해 기꺼이 몸을 불살라 빛을 낸다.
몸을 불사르다 북받쳐 오르면 몸을 녹여 흐르리라.
물처럼 녹아 흘러 그대 곁으로 가리라.
기꺼이 그대 심지에 기대는,

나 아닌 그대가 되겠노라.
비록 내 촛불이 꺼진다 하여도…

나의 초는 얼마나 타고 얼마나 남았는가?
내게 남은 초를 부여잡고

마지막 순간까지 꺼짐 없이 타 오르길 간구한다.
한 사람에게라도 더

평화를 전하는 초가 내 모습이고 싶다.


* 제목의 배경 그림은 레옹 보네(Léon Bonnat)의 'JOB'이며,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서 촬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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