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곁에 나란히 선 한 그루 나무라면
비 맞으며 더 푸르러지는 나무로
님의 곁에 서 있고 싶습니다.
혹시라도 님께서
나뭇잎 하나 책갈피에 끼워 보관해주는
그런 작은 사랑으로도
즐거이 행복할 나무이고 싶습니다.
물도 주지 않고 아무도 돌보아주지 않는
외론나무라 할지라도
님 곁에 머물 수만 있다면
님의 외로움을 나눌 나무이고 싶습니다.
님 곁에 나란히 선 한 그루 나무라면
더운 여름 님께서 쉬어가는
그늘을 만들어 놓고 기다리는
님만을 위한 한 그루 나무가 될 것입니다.
겨울이면 님께서 감탄하도록
설화로 온몸을 치장하고
추워도 춥지 않은 듯이
눈을 이고 님 앞에 선 나무이고 싶습니다.
봄이면 아름다운 꽃을 피워드리고
가을이면 님 드릴 향긋하고 달콤한 열매와
갈색으로 물든 낙엽까지도 님께 드리는
난 무엇이든 다주는 나무이고 싶습니다.
님 곁에서 떠나지 않는 그런 나무가 ‘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