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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크핑거 Oct 28. 2019

과거를 바꾸는 것이 의미 없는 이유

축구 경기에서 지는 팀이 막판에 가까워질 경우, 그리고 결국 지는 경우 지켜보던 사람들은 이런 생각들을 한다.


'아까 그 골만 넣었다면'

'그 동작 하나만 막았다면'


그런데, 축구가 정말 오묘한 이유가 있다. 축구는 매 순간 어마어마한 경우의 수가 발생한다. 공이 둥글다는 표현이 정말 맞는 것이, 공에 대한 터치가 몇 센티미터, 아니, 몇 밀리미터만 달라져도 공의 궤적이 바뀌게 되고 이후로 경기의 흐름이 달라지게 된다. 골을 넣거나 먹는 일은 그 전의 무수한 공의 패스와 드리블의 조합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먹거나 넣은 일이 다시 원인이 되어 뒤의 일도 바뀌게 된다.


살다보면 바꾸고 싶은 과거들이 많을 거다. 나 역시 과거로 돌아가면 바꾸고 싶은 일들이 많다. 그런데, 정말 시간여행을 할 수 있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인생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살 수 있게 될까?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령, 내 인생에는 흑역사가 여러가지가 있다. 그 때로 돌아가면 흑역사가 일어나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첫번째 흑역사를 막게 되는 순간 인생의 뒤는 완전 달라져버린다. 축구의 공과도 같다. 그 이후에 일어났던 흑역사들은 전의 흑역사가 원인이 되어 진행된 일들로 인해 일어났던 것들이다.


즉, 과거로 돌아가서 첫번째 흑역사를 바꾸는 순간 인생은 다르게 흘러가 버리고 뒤의 흑역사들은 일어나지도 않을 뿐더러, 새로운 흑역사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첫번째로 바꾼 이후의 삶은 모두 새로운 것이어서 여전히 미래는 알 수가 없게 된다.


때문에 한번 과거를 바꾼다고 해서 그 이후의 인생이 찬란해질 것이라는 보장은 없고, 계속해서 알 수 없는 흑역사가 일어날 것이기 때문에 영원히 과거로 돌아가서 계속 바꾸는 일을 반복해야만 한다. 뭐 하나를 바꾸면 새로운 흑역사가 생겨나버리고, 그것이 전의 흑역사보다 나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결국 그래서 운명이다. 삶에서 일어난 일들은 일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이다.


개인적으로 삶의 행불행은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믿고 있다. 과거로 돌아가서 어떤 불행을 막는다면 아마 다른 불행이 그 불행의 역할을 하기 위해 일어날 것이다. 사람은 불행을 통해 깨우침을 얻고 미래를 수정하여 그 결과 새로운 미래가 행복으로 채워지게 된다.


그러니 지나간 일에 너무 연연하지 말자. 어차피 비슷한 불행은 일어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불행의 할당량을 채웠기에 새로운 행복도 있다. 그런데 애써 채운 불행을 다시 과거로 돌아가서 없애면 새로운 불행이 찾아올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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