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강사로 적응하면서 많은 걸 배우고 있다. 우선 아이들은 에너지가 어른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 그만큼 유연해서 하루도 규정하기 힘들다는 것. 그래서 아이들과 마찰이 일어나면 마음이 너무 힘들어진다.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마찰을 줄이고 에너지를 최대한 아끼는 것이 내 최소한의 생존 조건이다.
두 번째로는 강력한 지배 본능을 느꼈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동생이 학생들이 선생을 살살 시험하며 어디까지 통하는지 보려는 게 힘들다고 한 적이 있었는데 우리 학원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그걸 많이 느꼈다. 뭐, 그러려고 생각하고 그러는 건 아니겠지만 허용수치가 높아질수록 아이들은 제멋대로 행동한다. 초장에 잡든지 기싸움을 통해서라도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물러서지 않아야 하는 것 같다. (뭐... 워낙 매력적이거나 미모가 뛰어나거나 아이들을 휘어잡는 기술이 있어서 초반부터 피리부는 사나이처럼 아이들을 자유자재로 조종하는 사람도 있기는 있겠지만, 부러울 뿐이고.)
아이들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공부를 통해 뭘 얻어야 하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자라야 하는지 같은 생각 따위는 안 할 테니까 당장 편하고 만만한 상황과 상태를 찾아 움직이는 게 아닌가 싶다. 근데 이건 어른도 마찬가지 같다. 새로 들어온 며느리를 시험하면서 어디까지 부려먹을 수 있는지 시험하는 시어머니라든가 팀원이나 어떤 커뮤니티의 새 일원을 간 보면서 조종하려는 사람들은 성인들 사이에서도 늘 있다. 이런 사람들은 성숙이 덜 된 건가, 아니면 허용해주는 그 사람이 잘못한 건가? 스스로 돌아보고 타인을 배려하는 방법을 찾는 사람이 좋다.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정말이지 남을 지배하고 싶은 마음이 1도 없어서 그런 사람의 마음을 잘 모르겠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일 뿐이고, 내 주변 사람들은 또 다르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남들에게 관심받고 싶고 자신을 인정받고 싶고 존재감을 보이고 싶고 결국 활짝 피어나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 아니겠나. 그러려고 태어났지 죽은 듯 산 듯 알게 모르게 살다 죽었는지도 모르게 사라지고 싶은 사람이 어디있겠나.
그러나저러나 눈곱만한 씨앗이 자라서 커다란 나무도 되고 주렁주렁 열매도 맺는 신기함, 입맛 까다로운 아이가 별로 먹는 것도 없이 키가 크고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아무리 먹어도 키가 안 크는 신기함... 이런 힘이 생명에게는 들어있나보다. 그 엄청난 에너지를 생각하면 멍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