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올리브 May 05. 2023

영어 학원의 어린이날

의외로 웃다 끝났네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이렇게 희비가 매일같이 교차하는 생활을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어린이날은 학원을 쉬지만, 그 전날에는 뭘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원장님도 안 그래도 파티를 열 거라고. 그러면서 아이들에게는 편지 쓰기와 자기소개하기를 시키라고 했다. 아이들은 예상대로 편지 쓰기를 정말 싫어했고, 자기소개를 하라고 했더니 후루룩 끝냈고, 원장님이 만들어준 떡볶이는 맵찔이라며 그냥 가겠다고 했다. 그렇게 네 명이 떠나고 남은 친구들과  편지+자기소개하기 종이를 쓴 후 할리갈리를 조금 하다가 떡볶이를 먹고 모여서 이제 자기소개를 해 보자고 했다. 그때까지도 다들 그냥 즐거운 정도였는데, 내가 자기소개할 때 박수 제일 크게 친 사람은.... 이라고 말을 꺼내자 아이들이 '뭐 해줄 건데요? 네? 네?' 이러면서 눈을 반짝였다. 그래서 음...음... 하다가 정리를 면제해주겠다고 했다. 물론 아이들은 면제라는 말을 몰라서 설명해줘야 했다. 


그랬더니 박수를 얼마나 세게 치는지. 자기 손바닥에 혈관 터지면 어떡하냐는 친구도 있었다. 그렇게 박수를 받으며 등장한 친구가 자기소개를 한 다음, 내가 무슨 신의 계시를 받았는지 아이들에게 궁금한 건 질문해보라고 했다. 아이들이 정말 손을 들고 이런 저런 질문을 해줬다. 게임 하면 안 되는데 게임은 왜 하냐, 핸드폰을 왜 가장 좋아하냐, 고양이는 어떤 종류를 좋아하냐, 그런 친구가 왜 좋으냐, 고기는 익힌 게 좋냐 육회가 좋냐,엉뚱하게 스포츠에서 정정당당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고생각하냐는 질문도 있었다. 대답하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얼마나 빛이 나던지. 나도 너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 맨 처음에 발표했던 친구조차도 자기도 다시 하고 싶다고 했을 정도. 한참 소개를 끝내자 장기자랑을 하고 싶댄다. 한참 실갱이 끝에 한 명이 태권도를 보여주고 또 한 명은 그림 빨리 그리기를 선보였다. 이 그림은 벽에 붙여주겠다고 했더니 더 잘 그린 그림으로 드리겠다고 진지하게 각을 잡는 거다. 그래서 다른 친구들한테도 그림 붙여주겠다고 했더니 이제는 모두 그림에 몰두. 그러다가 각자 할 일을 따라 집에 갔고 결국 정리는 내가 했다. 학원에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 최소한의 에너지로 쓴 자기소개서가 남았다. 


애플 뮤직 구독을 하는 덕분에 아이들의 신청곡도 틀어줬다. 지수의 꽃, 아이브의 아이앰, 나이트 댄서, 큐피드 이런 노래들을 좋아하나보다. 아이브의 아이앰은 정말 귀에 쏙 꽂히더구만. 


애들이랑 놀면 너무 재밌는 게 정상인가? 이들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폭풍같은 리액션이 항상 예상 외라 그냥 항상 놀란다. 


학원에 처음 다닐 때는 집에 오면 기분이 언짢고 불안해서 계속 머리에서 학원 생각이 떠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아이들이랑 이야기하고 논 시간이 너무 재미있어서 자꾸 생각난다. 얼마나 다행인지. 참말로 고마울 따름이다. 

작가의 이전글 지배력을 뻗치려는 본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