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어릴 때 관심을 주는 어른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상황을 잘 설명해 주었다면 이해하려고 노력했을지도 모르는데.
결국 착하지도 나쁘지도 않은 애매한 어른으로 성장한 오하영. 이름도 나이도 속인 채 괜찮은 어른인 척 흉내를 내려는 어른 아이.
그 어른 아이가 외로운 아이 앞에 앉아 맛 평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맛이 없다고 할까 봐 긴장하면서 말이다.
“어때? 먹을 만해?”
동우가 밥을 먹어보더니 눈을 반짝였다. 고개를 마구 끄덕인다.
“정말? 그럼 나도 먹어봐야지.”
맛이 나쁘지 않았다. 그제야 안심이 되었다.
“다행이다. 네 입맛에도 내 입맛에도 맞는 것 같아서.”
볶음밥을 만들기 위해 반찬을 모조리 꺼냈다. 계란 프라이를 올리고 케첩을 뿌리니 다행히 맛있게 먹어주었다. 영양 섭취가 부실한지 몸집이 작은 아이에게 이렇게라도 일조하는 마음으로 다음에 뭘 먹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동우가 할 말이 있는지 힐끔거린다. 꽉 쥐고 있는 젓가락을 뒤늦게 발견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하루 새 많은 발전을 보인 아이를 보고 나서야 칭찬해 달라는 그 마음을 알아차렸다.
“이제 젓가락질 잘하네.”
뿌듯해하던 동우가 말했다.
“누나도 잘해요.”
“어…… 그래. 고마워.”
오랜만에 듣는 칭찬에 기분이 묘했다. 마지막으로 들었던 게 언제였더라. 기억나지 않는 걸 보니 없었던 게 아닐지. 동우도 그랬을 것이다. 앞으로 칭찬할 일이 있으면 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돈 드는 것도 아닌데. 게다가 저렇게 좋아하는데.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는 동안 동우는 거실에서 놀았다. 찬 바닥에 배를 깔고 공책에 뭔가를 끄적인다. 숙제하는 줄 알았더니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물 묻은 손을 닦으며 다가가자 화들짝 놀라서 감춘다.
“숙제는 다 했어?”
동우가 눈을 깜빡깜빡한다.
“알림장 있으면 가져와 봐. 누나가 봐줄게.”
잠깐 망설이더니 방으로 뛰어들어가 가방을 통째로 가져왔다. 온갖 잡동사니가 들어 있는 가방에서 알림장을 꺼냈다. 공책에 적힌 ‘3학년 2반 지동우’를 보고 할 말을 잃었다.
“동우야. 선생님이 뭐라고 안 하셔?”
“아무 말도 안 하는데요.”
“친구들하고는 어때?”
“친구 없는데요.”
“그래…… 혹시 괴롭히는 애는…… 없고?”
“괴롭히면 내가 다 죽여버릴 거예요.”
순간 아이의 눈빛에서 살기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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