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 살 지동우

by 다경린

동우는 조금 풀어졌다가 다시 긴장했다.

“혼내는 게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거야.”

주눅 든 얼굴로 끄덕인다.

“왜 그랬는지 말해줄 수 있어?”

“……맛없어서요.”

“그랬구나. 사실 아까 누나도 먹어봤는데 좀 싱겁기는 했어.”

혼날 줄 알았다가 편을 들어주자 동우의 눈이 커졌다.

“그래도 먹을 걸 그렇게 버리면 어떡해.”

금세 시무룩해지는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귀여웠다.

“다음부터는 먹기 싫으면 미리 말해줘. 안 먹어도 되니까.”

“정말…… 안 먹어도 돼요?”

“억지로 먹으라고 안 할게. 대신 먹고 싶은 걸 얘기해 줘.”

“라면이요.”

“그거 말고 없어?”

“아, 삼각김밥이요. 햄버거? 피자?”

떠오르는 대로 말하는 메뉴가 전부 인스턴트였다. 하필 좋아하는 것까지 비슷하다니. 저 아이와 내가 소울메이트 같은 존재는 아니겠지?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근데 누나는 이름이 뭐예요?”

“나……? 하하영.”

“성이 ‘하’고 이름이 ‘하영’이에요?”

“응.”

동우는 내 이름을 잊지 않으려는 듯 곱씹어 발음했다.

아이한테 미안했지만 진짜 성을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성씨만 물려줬지 아무것도 물려준 게 없는 아빠라는 사람에 대한 원망과 복수심 때문이었다. 정작 아빠는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지만 말이다.

나도 참 유치하게. 순진한 애를 상대로 거짓말만 늘어놓다니.

식사를 끝내고 설거지를 했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빨리 돌아가야 할 것 같았다.

“이따가 검도학원 갈 거지?”

“네.”

“잘 다녀와. 누나는 늦어서 지금 나가봐야 할 것 같아.”

“네…….”

서둘러 2층으로 올라갔다. 계단 끝에서 돌아보니 동우가 쳐다보고 있었다.

“동우, 볶음밥 좋아해?”

잠깐 생각해 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내일 만들어줄게. 학교 끝나고 집에서 보자.”

동우가 활짝 웃는다. 손을 흔들어주고 2층 출입문을 통해 마당으로 내려갔다. 밥 먹은 지 얼마 안 돼서 속이 아팠지만 지각하지 않으려면 뛰어야 했다. 괴로운 와중에도 아이의 웃는 얼굴이 떠올라 미소가 지어졌다. 그렇게 좋을까. 하긴, 누가 맛있는 거 해준다고 하면 나도 좋긴 하겠다. 그렇다고 순식간에 무장해제되다니. 아이는 역시 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착한 아이. 잘못을 알려주고 방법을 설명해 주면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아이. 무엇보다 관심이 고팠을 열두 살 지동우.

아이를 향한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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