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는 몇 살이에요?

by 다경린

문을 부술 듯이 열고 들어온다. 신발주머니를 아무 데나 던지고 운동화도 아무렇게나 벗는다. 책가방을 거실에 내팽개치고 방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주방에 들어간다. 그릇을 들고 화장실로 향한다. 변기 물 내리는 소리 뒤로 그릇은 깨끗해져 있었다.

나는 충격을 받았다. 여태 음식을 버렸다니. 헛수고를 한 것도 허탈했지만 무엇보다 아이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정말 내가 싫어서 그랬는지 이유를 물어봐야 할 것 같았다.

계단 끝에서 웅크리고 있다가 1층으로 내려갔다. 주방 찬장에서 컵라면을 꺼내던 아이가 나를 보고 멈칫했다. 일시정지된 것처럼 굳어버렸다.

“라면 먹을 거니?”

바보 같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거 말고 봉지 라면은 없어?”

아이가 가리킨 곳에 라면이 쌓여 있었다.

“끓여줄 테니까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

아이는 말을 할 줄 모르는 것처럼 멀뚱히 서 있기만 했다.

“거실에서 텔레비전 보든지.”

컵라면을 안고 거실로 가는 모습에서 아이도 많이 놀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집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다가 몰래 한 행동을 들켰으니 혼날까 봐 걱정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을 끓이는 동안 냉장고에서 김치를 꺼냈다. 그대로 닫으려다가 반찬을 꺼내서 먹어보았다. 평이한 맛이었지만 싱거웠다. 자극적인 걸 즐겨먹는 아이가 좋아할 만한 음식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음식을 버리다니. 차라리 얘기를 하지.

거실에 있는 아이는 여전히 컵라면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아직도 멍한 얼굴이었다.

“계란 넣을 거야?”

“네? 네…….”

“알았어. 거의 다 끓였으니까 와서 앉아.”

내것까지 끓인 라면을 그릇에 담아 식탁에 올렸다. 아이가 쭈뼛거리면서 맞은편에 앉았다.

가까이서 본 아이는 생각보다 눈매가 사납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아줌마의 말처럼 순해 보이는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래서였을까. 살짝 경계심이 풀어졌다. 반대로 아이가 나를 경계하는 게 맞을 테지만 말이다.

“이름이 뭐야?”

“동우요. 지동우…….”

“지동우…… 4학년이라고 했지?”

“5학년이요.”

“4학년이 아니고?”

“5학년인데요. 열두 살.”

세상에, 자식이 몇 학년인지도 모르는 엄마라니. 당연히 몇 반인지도 아줌마는 모를 것이다. 얼마나 무관심한지 안 봐도 뻔했다.

“근데 누나는 몇 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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