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받고 보모 노릇을 하기로 한 사람. 그러니까 절박한 쪽은 당연하게도 아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계약을 했으니 좋든 싫든 아이를 챙겨야만 했다. 약속 시간에 집에 가서 간식을 차려주고 내 방에 올라갔다가 알바하러 가기를 여러 날이 지났다. 오늘도 간식을 챙겨주고 집을 나서는 길이었다.
마주치기 싫은 건 나도 마찬가지다. 설거지는 알바 끝나고 집에 돌아가서 해도 된다. 어차피 그 시간까지 아줌마는 집에 오지도 않았다. 어느 땐 자정을 넘기고 들어온 적도 있었다. 그 시간까지 아이는 늘 혼자 있었다. 한마디로 방치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건 아동학대 아닌가. 정서적 학대도 폭력인데.
하지만 신고는 망설여졌다. 괜히 남의 집 일에 휘말리는 게 싫기도 했고, 내 앞가림도 못하는 주제에 누구를 돕나 싶었다. 게다가 그 집안 사정을 내가 알면 얼마나 안다고 그러나 싶어 오지랖은 부리지 말자고 생각했다. 만약 어린 시절의 나를 보고 누군가 아동학대로 엄마를 신고했다면 내 기분이 어땠을지 떠올리자 바로 답이 나왔다. 그러니 모른 척하는 게 맞을 것이다.
쓸데없는 생각을 하느라 배가 고팠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사서 근처 놀이터 그네에 앉았다.
얼마쯤 지나 검도복을 입은 아이가 나타났다. 편의점으로 후다닥 들어간다. 삼각김밥과 컵라면을 사서 창가 앞 테이블에 늘어놓는다. 비닐을 뜯어 아무렇게나 던져놓고 물을 부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라면을 먹는다. 입천장을 데었는지 오두방정을 떨며 그대로 뱉어냈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이 터졌다. 아이는 어디론가 뛰어가더니 콜라를 사갖고 돌아와 벌컥벌컥 들이켰다. 목이 따가웠는지 오만상을 찌푸렸다. 그 모습이 딱 초딩 같았다.
“매운 거에 톡 쏘는 걸 먹으니까 그렇지.”
무심코 음료수를 마시다가 멈칫했다. 내가 들고 있는 게 콜라였다.
“내 수준이 초딩하고 똑같다니. 유감이네.”
쓰레기가 담긴 비닐봉지를 들고 일어섰다. 내가 앉았던 의자에 아이의 시선이 닿았다는 걸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간식을 챙겨주는데도 라면을 사 먹는 아이의 행동이 이상했음을 나중에서야 인지하게 되었다.
그날 알바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갔을 때 그릇은 깨끗했다. 다른 날도 마찬가지였다. 마치 개가 밥그릇을 핥아먹은 것처럼. 게다가 음식을 그렇게 빨리 먹는 게 가능한가? 아무래도 의심스러웠다. 하루는 작정하고 기다렸다가 몰래 지켜보기로 했다. 커튼 뒤에서 훔쳐보던 아이랑 비슷한 것 같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아이가 집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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