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한테 달려오는 줄 알았지만, 당연하게도 방향을 틀어 집으로 들어갔다. 이번에도 대문이 부서질 것 같았다.
“깜짝 놀랐네. 문을 왜 저렇게 세게 닫는 거야. 그냥 내가 싫은 건가?”
방을 뺏겨서 기분이 나쁜 거라면 이해될 것 같으면서도 아이의 행동은 유별났다. 눈 깜짝할 사이에 검도복으로 갈아입은 아이가 집에서 튀어나왔다. 아까만큼 세게 문을 닫고 뛰어가 버렸다.
“심장 떨어질 뻔했네. 근데 학원 갈 시간인가? 아직 이른 것 같은데…….”
초등학교 수업이 언제 끝나는지 몰라도 아이의 하교 시간이 빠른 것 같았다. 짐작이지만, 조퇴한 것 같았다. 그 사실을 집주인 아줌마도 아는지는 내가 관여할 바 아니었다. 난 그냥 아이한테 간식을 챙겨주고 시급을 받으면 그만이었다.
다행히 부서지지 않은 대문을 열고 마당에 들어갔다. 여전히 정체를 알 수 없는 나무에서 작은 꽃눈이 올라와 있었다. 이름을 검색할까 하다가 귀찮은 마음에 관두고 말았다.
2층으로 연결된 계단을 통해 집에 올라갔다. 혹시나 하고 짐을 살폈지만 다행히 아까 놔두고 온 그대로였다.
따로 출입문을 두면 뭐 할지. 1층과 2층이 연결되어 있는데.
집주인은 바빠서 올라올 시간도 없겠지만 아이가 불쑥 올라올까 봐 걱정이 되었다. 아줌마 남편이 집에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남의 이혼을 다행으로 여기다니.
아직 풀지 않은 짐 가운데 앉아 김밥을 먹었다. 입속에서 따로 노는 밥을 의무적으로 씹었다. 엄마한테서 메시지가 들어왔다.
[이사 잘했어?]
[어.]
[엄마가 못 가봤다고 서운해하지 말고. 월세 한 달 치 더 넣을 테니까.]
곧바로 세 달 치 월세가 입금되었다.
[고마워요. 엄마.]
답장을 보내놓고 맛없는 밥을 씹었다. 답답해진 가슴을 두드리며 생수를 마셨다. 한숨을 쉬고 다시 자작 운동을 이어갔다.
*
초등학교 4학년, 열한 살 아이가 혼자서 간식을 챙겨 먹는 게 어려운가. 나는 그 나이 때 내가 알아서 먹는 건 물론이고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엄마를 위해 밥까지 했는데.
물론 일 때문만은 아니고 아빠랑 이혼을 하느니 마느니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던 엄마가 나를 챙겨줄 정신이 없어서 마지못해 한 것이지만 말이다. 안 그러면 굶어죽을까 봐 본능적으로 내가 나를 챙긴 것에 불과했다.
다행히 나는 본능이 강한 사람이었고, 그 아이는 글쎄…… 아직 그 정도로 절박하지 않거나 살아남는 법을 배우지 못했거나. 어느 쪽이든 나하고 상관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비교하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 그때 우리 집은 엄마가 일하지 않으면 당장 길거리에 나앉을 만큼 형편이 어려웠지만, 아이의 집은 크고 좋으니까 당연히 절박한 심정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아줌마는 돈을 주고 아이를 챙길 사람을 고용하면 된다.
그 사람이 바로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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