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은 아이

by 다경린

“나? 몇 살일 거 같은데?”

아이는 생각해 보더니 손가락으로 2와 5를 가리켰다.

“스물다섯 살?”

순진하게 끄덕이는 모습에 살짝 부아가 치밀었다. 어릴 때부터 조숙해 보인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그래도 스물다섯 살이라니.

하지만 아이가 뭘 알까. 아직 나이 감각이 없어서 그럴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웠다.

“틀렸어. 누나 서른 살이야.”

짓궂은 마음에 장난을 쳤다. 어차피 아줌마가 나에 대해 알려줄 것 같지도 않고 아이도 그 이상 궁금해하지 않을 것이다. 2층에 세 들어 사는 누나의 나이 같은 건 중요하지 않을 테니까.

“라면 붇겠다. 먹어.”

아이는 눈치를 살피다 젓가락을 들었다. 서툰 젓가락질에 여기저기 흘리면서 허겁지겁 먹는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줘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았다. 쩝쩝대는 소리는 도저히 들어줄 수 없었다.

“동우야. 밥 먹을 때는 소리 내지 않고 먹어야지.”

멀뚱히 쳐다보다가 길게 늘어뜨린 면발을 후루룩 삼킨다. 씹지도 않고 소화시킨 아이한테 물을 따라주었다.

“밥 먹는데 어떻게 소리를 안 내요?”

아이가 물을 마시고 물었다. 정말 모른다는 표정이었다. 한 번도 그런 지적을 받아본 일이 없는 것처럼.

“음식을 입에 넣고 조용히 씹으면 돼. 지금처럼 빨리 먹으면 소화가 안 되니까 천천히 씹어가면서.”

“나 소화 잘 되는데요.”

“어쨌든 그게 식사 예절이라는 거야.”

설명이 옳게 느껴졌는지 동우도 생각해 보는 듯했다. 내친김에 젓가락질도 알려주었다.

“잘 봐. 젓가락질은 이렇게 하는 거야.”

동우가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았다. 나는 긴장해서 서툰 젓가락질을 선보이고 말았다.

“누나도 이상한데요.”

“원래는 잘해. 실수해서 그런 거야.”

다시 도전했지만 마찬가지였다. 동우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이상하다. 나랑 똑같은 거 같은데…….”

“아니라니까. 다시 해볼게.”

오기를 부리다 제대로 꼬였다. 엑스 자가 되어버린 젓가락이 내가 봐도 황당했다.

“미안해. 사실은 나도 젓가락질 서툴러.”

동우는 자기랑 내가 다를 게 없다고 느꼈는지 킬킬댔다. 창피했지만 애 앞에서 허세는 부려서 뭐하나 싶었다.

“암튼, 흘리지 말고 천천히 꼭꼭 씹어 먹어.”

“네. 누나.”

아이는 조금 덜 흘리는 쪽으로 나아졌지만 식습관을 고치기까지 한참이 걸릴 것이다. 나 역시 젓가락질을 잘하기까지 오래 걸렸다. 의식하면 잘할 수 있지만 지금도 무의식중에 원래대로 돌아가고는 했으니까. 결국 아이와 내가 비슷하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동우한테서 내 모습이 겹친다. 내 일이 아니라면서 외면하려고 했던 마음은 사실은 신경이 쓰여서 그랬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 나를 닮은 아이. 측은한 눈길로 동우를 바라보았다.

“동우야. 그동안 누나가 차려준 간식 다 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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