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12시가 넘었지만, 오늘은 꼭 글을 쓰고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노트북을 켰다. 최근 두 가지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하나는 ‘카레’에 대한 1일 1 포스팅, 나머지 하나는 ‘바디 프로필(바프) 준비’이다. 이 두 가지 취미는 내 자아실현의 발로이자, 보폭을 맞추기 어려운 목표이다.
1. 카레 포스팅
먼저 ‘카레 포스팅’을 생각해보자. 내가 쓰는 플랫폼에서는 ‘예약 발행’이라는 것이 있어서, 미리 포스팅할 글을 써두는 것이 가능하다. 그 말인즉 미리 먹은 카레를 가지고 글을 써서 원하는 날짜에 포스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내가 원해서 하는 일에 있어서는 병적으로 성실한 터라, 난 먹지 않은 카레에 대해서는 포스팅할 계획이 없다.
처음에는 과거에 예쁘게 찍어 두었던 카레 맛집부터 포스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내 소재가 떨어졌다. 그래서 생일 때 선물 받았던 ‘즉석 카레’를 위주로 매일 하나씩 예쁘게 세팅하고, 사진을 찍고, 관련된 정보와 감상평을 포스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매일 다른 카레를 가지고 포스팅을 한다는 건, 소재가 금방 고갈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부랴부랴 온갖 즉석 카레들을 주문해서 준비해두었다. 살짝 맛보기로 소개하자면 지금까지 포스팅한 카레는 다음과 같다.
코코이찌방야, 아비꼬, 고씨네, 소코아, 토라카레, 우찌노카레, 고레카레(이 가게를 기점으로 즉석카레로 넘어간다.), 치킨 마크니, 게살 푸팟퐁, 비프 키마, 스파이시 비프 마살라, 팔락 파니르, 스파이시 치킨 빈달루, 오뚜기 3분 카레. 총 14개의 포스팅을 했는데(내가 브런치에 글을 쓸 틈이 없었던 핑계로 남겨둘 수 있을까) 앞으로 일단 포스팅할 즉석 카레 종류는 집에 도착한 것만 14종류이다. 즉 14일 동안 매일 하루에 한 끼는 카레를 먹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2. 바디 프로필
이제 두 번째 취미가 왜 보폭을 맞추기 어려운지 소개할 차례다. ‘바디 프로필 준비’라 함은, 쫙쫙 갈라진 복근과 잔근육을 만들기 위해, 촬영 당일까지 약 10프로 초반대 체지방의 근육질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위해선 매일 식단과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 물론,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카레를 먹지 않았던 날 식단은 다음과 같았다. 아침은 닭가슴살 두 팩, 점심은 써브웨이 로스트 치킨 샌드위치(소스 없이 올리브, 소금, 후추 추가, 빵은 위트), 저녁은 샐러드(닭가슴살 또는 참치). 나의 고민은 여기서 발생했다.
‘그럼 카레는 언제 먹지?’
그렇다. 예쁘게 찍은 사진을 가지고 포스팅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즉석 카레를 데우기만 해서는 안 된다. 210g의 현미밥, 카레를 더 맛있게 보이도록 준비한 토핑(물론 닭가슴살 종류지만)이 추가되어야 한다. 이렇게 카레를 맛있게 먹으면서 과연 밋밋한 몸을 가진 내가, 4월 22일까지 멋진 몸을 만들 수 있을까? 나는 고민과 불안 속에서 한동안 허우적댔다.
3. 계묘년에 찾은 두 마리 토끼
‘이미 돈 주고 예약까지 했으니까 바디 프로필을 위해 포스팅을 잠시 쉴까? 아냐, 포스팅을 한 번 쉬기 시작하면 습관이 되어서 계속 쓰지 않을 수도 있어. 그렇다면 바디 프로필 촬영 날짜를 3개월 정도 더 뒤로 미룰까? 아냐, 기간이 길어지면 더 하기 싫어서 또 내년의 나에게 미룰지도 몰라.’
이런 고민 끝에 오늘 해답이 나왔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밤 10시에 헬스장에 가서 1시간 20분 동안 운동을 하고 돌아온 나는 왠지 자신감이 생겼다. ‘먹은 만큼 운동을 더 하자!’ 내가 내린 뻔한 결론이었다. 나는 그 어떤 것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약 6년 동안 계속 응시하던 임용고시가 도저히 맞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리고, 하기 싫은 공부를 하느니 내가 하고 싶은 ‘글’과 ‘운동’에 매진하기로 결심하지 않았던가. 그것이 나의 자아실현이라고 스스로 믿고 있기에, 내가 찾은 사랑스러운 ‘두 마리 토끼’를, 토끼의 해 2023년에는 더더욱 놓치고 싶지 않았다.
결론. 아침에는 무조건 카레를 먹자. 글을 쓰자. 약속이 있는 날은 어쩔 수 없지만, 약속이 없는 날은 점심과 저녁에 무조건 식단을 하자. 그리고 꼭 매일 운동을 하자. 4월 22일 이후에 이곳 브런치에서, 촬영을 무사히 마치고 브런치로 샐러드가 아닌 파스타를 먹은 일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 바프를 촬영하면서 느꼈던 심경의 변화와 성취감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 혹 실패했다면 실패에 대한 글을 쓰고 싶다.
설령 열심히 뛰다 넘어지더라도, 툭툭 털고 다시 일어서면 그만이다. 나는 넘어지기 선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