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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임스 Feb 13. 2019

짧디짧은 다합살이 리뷰

2월 13일, 2019년의 기록을 옮겨 쓰다.

보름이 채 안 되는 기간을 이집트 다합에서 보냈다. 다합은 프리다이빙, 배낭여행자의 성지라고 하여 어쨌거나 장기 여행자 택을 달고 다니는 나도 한 번쯤은 들러봐야 할 곳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친애하는 자전거 여행자인 L 군과 아끼는 동생인 Y, 함께 일했던 동료인 D도 모두 다합에 관해서만큼은 칭찬과 유혹 어린 말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에 유달리 청개구리 같은 심보를 지닌 나도 그 궁금증은 내심 클 수밖에 없었다.

카이로에서 피라미드를 목격하고 이집트까지 온 일단의 목적이 해결되었으니,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성과 없이 돌아 나온다고 해도 크게 허탈할 일은 아닐 것 같았다. 배낭여행의 다소 진부한 클리셰인 장거리 나이트 버스 이동을 한사코 거부하고, 제값을 치러 비행기를 타고 샴엘쉐이크 공항으로 단숨에 넘어갔다. 여기서 택시나 밴으로 다시 대략 한 시간 반쯤을 달려 홍해 바다를 마당에 둔 다합이라는 작은 마을에 도착하게 된다.

대낮에 도착을 하였는데, 숙소에서 배정받은 방 침대와 대략 15초의 거리에 바다를 두고 일단의 다합생활을 시작하기로 한다.

과연 다이빙의 성지답게 육지와 바다는 완만하게 만나며 천혜의 수영장을 만들었고, 물은 매일같이 청량함을 유지하였으며, 조금만 더 나아가면 색이 진청색으로 변하는 것이 아무래도 수심이 급하게 깊어지는 구간 같았다.

바다가 참 좋았다. 부는 바람이 꽤나 특별하게도 신선했다. 오랜만에 이(異)세계에서 경험하는 새로움이 무척이나 좋았다.

다이빙 등에 큰 욕심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만나는 사람마다 내게 물어보고 졸라도 좀처럼 물에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십 년쯤 전에 시작해서 마지막으로 다이빙을 한 적이 3년쯤 된 것 같은데, 사실 미련은 없었다. 뭐든 꽂히면 심각하게 허덕이는 스타일이라 추억을 돌아보는 것으로도 대강 만족스러웠다.

오히려 뭐든 경험(또는 경력)을 중시하고 그것을 서로 재고 비교하고자 하는, 사람들과의 반복되는 대화의 흐름에 쉽게 염증을 느꼈다.

다합은 유달리 한국인들의 커뮤니티가 발달되어 있었는데, 재밌게도 이 커뮤니티 내의 관계도라는 것이 다이빙숍에 따라 혹은 생활(여행) 패턴에 따라 다소 피아가 나눠지고 폐쇄적인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위에 언급한 이유가 한 가지를 차지하지 않을까 싶은데 여행한 어느 도시에서보다 자신의 여행과 자신들의 현재에 대한 에고(Ego)적 집착이 강했다.

돌려 말하기를 잠시 접어둔다면, 느긋한 표정으로 ‘여행(삶)에 정답이 어디 있어’ 하면서도 기실 ‘내’ ‘나의’ 답을 정해둔, 답정너 유형의 여행자가 가장 많은 곳이었다.

저렴한 물가는 대단한 수준이었는데 저렴한 만큼 생활에 있어서 풍요로움을 더하고자 할 때 취할 수 있는 옵션이 거의 전무했기 때문에 다합에 대한 나의 감상과 장기 체류를 위한 근거는 다소 부정적으로 수렴해갔다.

반복되는 일련의 지루한 키재기와 평온한 마음에도 지루함이 자주 묻어나는 일상은 결국 다합에서의 일정을 줄이는 것으로 결론이 난다.

물론, 나의 주관적인 감상을 배제하면 다합은 정말 근사한 바다와 저렴한 물가가 여행자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닌 곳이다.

나 역시도 10:00 a.m. 다합(사진)과 같은 숙제를 스스로에게 던지며 그 나름의 때묻지 않은 감정을 느끼고 또 즐기고자도 노력했다.

다만 이제 나의 연식과 경험이, 절대적인 취향과 즐거움을 외면하고 상황적 선택지에서의 적당한 만족감에 정신승리를 하며 소중한 시간을 보내기에는 다소 꼿꼿함이 많이 생겨버렸다.

여행의 막바지에 만나서 친해진 한 살 터울의 연상의 여인과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는데 여기서 그녀의 고민에 답하며 언급한 두 가지 내용으로 다합살이를 정리하고자 한다.

+) ‘내’ 것, ‘나의’ 생각이 아니라 그저 ‘하나의’,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의 집착과 갈등을 줄일 수 있다.

++) 타인의 경험과 생각에 귀를 기울이는 공감과 이해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에 휘둘리지 않고 내가 가진 내면의 소리에 끊임없이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다합
#이집트

#여행자의삶


짧디짧은 다합살이 리뷰 @dalaija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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