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to 아유타야

#035

by J임스

#035


방콕을 떠나 아유타야(Ayutthaya)로 가는 기차를 탄다.

15밧(Baht)의 기차는 150밧의 감정적 황홀감을 준다.


기차 시간에 맞춰 떠난다고 부랴부랴 1층으로 내려오니,

숙소 주인인 아주머니를 포함해서 오가며 마주친 여행자들까지

가벼운 인사말로 저마다의 배웅을 해줬다.


길 위에서 서로가 항상 같은 마음은 아니지만 이렇게,

종종 말로는 설명하기 힘든 마음의 접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 시간에 도달할 때면 어김없이 묵묵하게 서로의 손을 맞잡고 그저 미소 지을 뿐.

그게 좋든 싫든 간에 우리는 서로 이렇게 모두 묶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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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밧짜리 기차는 완행으로 느긋하게 하지만 꾸준히 힘차게 목적지를 향해 달려간다.

이제야 비로소 진짜 여행이 시작된다!


같은 칸에 외국인이 딱 셋 있었다.

나와 일근, 그리고 호주에서 온 푸른 눈동자의 션(Sean).


가볍게 눈짓으로 합석을 청하니 션도 금세 우리 자리로 건너왔다.


아유타야에 도착하니 역 앞은 벌써 호객꾼들로 가득하다.

우리는 그들과 시선을 엮지 않은 채 묵묵히 걸어서 지도에서 본 강가의 나루터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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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트는 4밧.


함께 강을 건넌 다른 두 명의 여행자들이 방향을 잡지 못하는 것 같아 “This way!”라고 외치니

서로 얼굴을 한번 쓰윽 보더니 멋쩍은 미소로 일행에 합류했다.


션, 일근, 그리고 두 독일인 아가씨들을 이끌고 휘적휘적한 걸음으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찾기 위한 아주 짧은 동행이 시작되었다.


‘Tony’s Place’라는 곳에 도착하니,

여성보다도 더 여성스러운 남자 매니저가 능숙한 화술과 솜씨로 우리를 맡았다.

몇 번의 흥정을 거듭한 끝에 큰 침대 하나만 덩그러니 던져진 방을 구했다.


본 건물이 아닌 맞은편 허름한 건물에 위치한 방으로

그렇게 결국 목표했던 (인당) 100밧에 남자들은 대찬성.

초면이지만 홀로인 션이 바닥에서 자고, 일근이와 내가 침대를 같이 쓰기로 했다.


다른 두 친구들은 아무래도 방과 건물의 상태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비용을 좀 더 지불하고 본 건물에 있는 방에 묵기로 했다.


션은 바로 샤워부터, 우리는 배낭만 내려놓고는 가볍게 동네를 한 바퀴 둘러본 뒤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도착하니 딱 알맞게 해가 떨어져서 선홍색의 마감인사를 전하고 돌아갔다.


샤워를 마치고 단출한 차림으로, 저녁을 먹기 위해 본관 숙소 1층에 위치한 식당 한편에 자리를 잡았다.


건너편 테이블에서 한참 앳된 얼굴의 동양인 여성이 홀로 담배를 태우고 있다.

그녀가 풍기는 묘한 여행자의 향기랄까, 이끌림에 자연스레 합석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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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유미(Mayumi), 도쿄 출신의 22세 여성.

지금은 나의 베스트 여행 버디(Buddy) 중 한 명이 되었다.


라오스를 포함한 인근 지역을 여행하고 있다고 했다.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까맣게 그을린 피부가 그녀의 여행을 대변해준다.


여행과 인생, 섹스에 이르기까지 길고 오랜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자정이 훌쩍 넘었다.


아유타야의 밤은 길고도 깊다.


넷의 수다를 자연스럽게 리드하던 마유미가 취기에 조금은 비틀대며,

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모습으로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돌아갔다.


알고 보니 제일 막내였던 션도 단숨에 한 잔을 비장하게 들이켜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는 역시 비틀대며, 마유미가 사라진 어둠으로 그도 이내 사라졌다.


별이 울고 귀뚜라미 빛나는 밤에 마지막으로 남은 혹은 남겨진 일근이와 나의 마지막 잔,

이어지는 건배-


그리고는 서로 또 씨익 하고 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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