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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임스 Feb 14. 2016

여행자의 삶

#035

#035


아유타야(Ayutthaya)로 가는 기차를 탄다.

15밧(Baht)의 기차는 150밧의 감정적 황홀감을 준다.


떠난다고 부랴부랴 1층으로 내려오니

숙소 주인인 아주머니와 여행자들이 한 마디씩 해준다.


여행자들은 항상 같은 마음은 아니지만 이렇게,

종종 말로 설명하기 힘든 마음의 접점을 가지고 있다.


그런 시간에 도달할 때면 어김없이 묵묵하게 서로의 손을 맞잡고 그저 미소 지을 뿐.
그게 좋든 싫든 간에 우리는 서로 이렇게 모두 묶여있다.

15밧짜리 기차는 완행으로 느긋하게,

하지만 꾸준히 힘차게 목적지를 향해 달려간다.


이제야 비로소 진짜 여행이 시작된다!


같은 칸에 외국인이 딱 셋 있었다.

나와 일근, 그리고 호주에서 온 션(Sean).


가볍게 눈짓으로 합석을 청하니 션도 금세 우리 자리로 건너왔다.


아유타야에 도착하니 역 앞은 호객꾼들로 가득하다.

우리는 그들과 시선을 엮지 않은 채 묵묵히 걸어서 지도에서 본 강가의 나루터로 간다.


보트는 4밧.


두 명의 아리따운 독일 아가씨들이 길을 헤매는 듯하여 능숙하게 “This way!” 를 외쳤다.

물론 매력적인 미소와 함께-


션, 일근, 그리고 두 명의 아가씨들을 이끌고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모두를 위한 게스트하우스를 찾아서 이리저리 바쁘게 걸었다.


‘Tony’s Place’ 라는 곳에 도착하니

여자보다도 더 여성스러운 남자 매니저가 능숙한 화술과 솜씨로 우리를 맡았다.

몇 번의 흥정을 거듭한 끝에 큰 침대 하나만 덩그러니 던져진 방을 구했다.


본 건물이 아닌, 맞은편 허름한 건물에 위치한 방으로-

그렇게 결국 목표했던 100밧에 남자들은 대찬성.

션에게 바닥을 주고 나와 일근이가 침대를 같이 쓰기로 했다.


두 아가씨들은 아무래도 방과 건물의 상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비용을 좀 더 지불하고 본 건물에 있는 방에 묵기로 했다.


짐을 풀고 천천히 동네를 한 바퀴 둘러본 뒤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으려 1층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건너편 테이블에서 앳된 얼굴의 동양인 여자가 혼자 담배를 태우고 있다.

그녀가 풍기는 여행자의 향기에 이끌려 자연스레 합석을 요청했다.


마유미(Mayumi), 도쿄 출신의 22세 여성.

라오스를 포함한 인근 지역을 여행하고 있다.

아무렇지도 않게 까맣게 그을린 피부가 그녀의 여행을 대변해준다.


여행과 인생, 섹스에 이르기까지 길고 오랜 이야기들이 이어졌다.

자정이 넘었다.


아유타야의 밤은 길고도 깊다.


마유미가 제일 먼저 비틀거리는 모습으로,

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모습으로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션도 단숨에 몇 잔을 더 혼자 벌컥벌컥 마시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비틀대며, 마유미가 사라진 어둠으로 그도 이내 사라졌다.


별이 울고 귀뚜라미 빛나는 밤에

마지막으로 남은 일근이와 나는 건배를.


그리고는 서로 씨익 하고 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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