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8
#068
호찌민의 아침은 밤과 다르게 차분했다.
마치 지난밤의 이야기들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이.
거리엔 대신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과,
반대로 특별히 할 일 없는 한가한 여행자들이 남았다.
숙소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나와서 버스회사로 갔다.
버스로 국경을 넘어 캄보디아로 갈 계획이다.
버스비(10불)보다는 비자비(25불)가 더 나왔다.
다행히도 지금까지 매번 국경을 넘을 때마다 현지 돈이 알맞게 떨어진다.
이번엔 국경을 별문제 없이 넘어왔다.
꽤나 긴 시간을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에 가만히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도 괜히 이 버스는 어디로 이렇게 달려가는 걸까- 라고 생각해 보았다.
근사한 태양빛이 차창에 따라붙어 한동안 자태를 뽐낸다.
캄보디아의 수도인 프놈펜(Phnm Penh)에 도착.
친구 관석이가 마중을 나왔다.
관석은 캄보디아에서 벌써 두 해가 넘도록 공동체의 자립을 도와주면서
이곳에서 사진사인지 봉사자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정체성으로 살아가고 있는 청년이다.
오랜만이지만 살이 조금 찐 것 같은 친구의 모습이 마냥 반갑다.
또한, 오래된 약속이었지만 꼭 지켜낸 것 같아 괜히 뿌듯하기도 했다.
프놈펜에서는 이 녀석을 가이드로 삼아 지내기로 하였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관석이가 현지 교민들을 소개해주어 함께 저녁식사 자리를 가졌다.
식사를 마치고는 근사한 호텔에 가서 술도 한잔씩 했다.
멋진 리무진에 기사까지 데리고 온 그들은 이 낯선 여행자의 수다를 잘도 참고 들어줬다.
그리고는 기꺼이 비싼 음식과 술까지 모두 너그러이 계산해준다.
뒤에서 가만히 미소 짓고 있는 관석이를 보니,
녀석의 캄보디아 생활을 걱정한 것은 한참 기우였다는 걸 깨달았다.
녀석은 한사코 따라와 내 숙소까지 잡아주었다.
내가 맥주라도 한 잔 사고 싶어 다시 밖으로 나왔다.
숙소 모퉁이에 있는 바에 들어가 그의 캄보디아 생활과 생각들을 들어보았다.
가만히 그의 2년을 전해 들으니,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숙소로 돌아와 방에 올라가 봤더니 창문도 없이 사방이 막힌 팬(Fan) 룸이다.
덥다- 그리고 답답하다.
그래도 뭐 괜찮다- 라고 생각해 버렸다.
어디까지나 여행자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