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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덕은 힘에서 나온다.

관우와 장비 없는 유비는 어땠을까?

by 연금술사

요즘 아들녀석에게 삼국지를 읽어주고 있는데, 무척 재밌어 한다.

덕분에 예전 삼국지 덕후였던 실력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삼국지를 보면 참 다양한 인간군상에 대해 새삼 생각하게 된다.

아울러, 예전 청년 시절에 보지 못했던 다양한 것들이 이제 40대에 들어서니,

조금씩 새로이 보이기 시작한다.


삼국지를 읽다보면, 아마 다들 알겠지만, 인덕의 유비, 지략의 조조 뭐 이런식으로들 많이 보셨을게다.

5살 아들도 나한테 "유비는 참 인덕이 좋아요. 그지요? 그래서 부하들이 이렇게 충성하나봐요." 이렇게 말을 한다.

귀엽기도 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그런데 내가 40줄이 되어보니, 그 인덕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하게 된다.


예를 들어 이 장면을 생각해보자.


연주 전투에서 조조에게 패한 여포가 이리저리 떠돌다가 결국 서주성의 유비에게 몸을 의탁한다.

유비는 여포를 길들여보고자, 혹은 나중에 조조의 침입에 대비하고자 (여포와 협력할 수 있으므로) 여포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 특유의 겸양으로 서주자사의 인수(서주목의 도장-한마디로 서주다스릴 수 있는 권리라고 보면 된다. 참고로 황제의 도장이 바로 옥새다.)를 여포에게 주려고 한다.

속없는 여포는 그걸 냉큼 받으려고 하는데,

어라?유비 바로 뒤에 있는 장비와 관우가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다...

여포는 깜짝 놀라 유비에게 다시 서주목 인수를 돌려주게 된다.


유비의 저 겸양이 만약 뒤에 관우와 장비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인수를 바쳤을 때, 여포가 냉큼 받는다면?

유비도 뒤에 관우와 장비가 없었다면, 여포를 그렇게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인덕이란 자고로 힘이 갖추어졌을 때 나올 수 있는 것임을 이제는 어느정도 알게 되었다.


힘이 없는 인덕은 만만한 사람, 그냥 호구일 뿐이다.


그냥 착하기만 한 사람과,

힘이 있는데 착하기까지 한 사람

둘 중 누가 사회에서 대접을 받겠는가.

많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힘을 길러야 한다.

현대사회에서 힘은 무엇일까?

예전처럼 단순한 근력, 싸움기술은 아니라고 본다.

(함부로 폭력 휘두르면 큰일 난다. 공권력 무시하지 말자...)


정보, 전문적 기술, 경제력...

이런 것들이지 않을까?


이러한 힘들이 있을 때, 인덕이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쥐뿔도 없는 놈이 인덕을 발휘해봤자, 결국 호구밖에 더 되겠는가.


그렇다고 돈만 있고 인덕이 없다면, 그것도 참 문제일 것이다.


모쪼록 힘과 인덕, 두 가지 모두 갖출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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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UnsplashMatthew Kersl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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