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으로 채워주자.
지난 추석에 아이들을 데리고 동생네 집에 놀러갔던 적이 있습니다.
동생네는 아직 아이가 없고, 큰 개를 하나 키우고 있습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개를 본격적으로 키우는 것은 아니고,
유기견 센터에서 봉사를 하면서 맡아서 키우는 개입니다.
즉, 유기견 센터에서 이제 곧 안락사...를 당하게 되는 개들을
집으로 데려와서 새로운 주인이 나타날때까지 맡아주는 일입니다.
이번 개는 덩치가 꽤 큰데, 아무래도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는 것이 꽤 시간이 걸리나봅니다.
벌써 3개월 넘게 맡아서 데리고 있는데, 개에게 정이 많이 들어보이더군요.
그래도 개와 함께하는 모습이
개도, 동생도 둘다 좋아보이더군요.
그런데, 시간마다 동생이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더라구요.
왜 나가냐고 했더니,
개가 바깥에서 소변을 본다고 합니다...
집에서는 소변을 참는다고...
개를 잘 모르는 저는 이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는데,
동생 말로는
이 개가 몇번 주인에게 버림받은 경험이 있다보니,
집에서 소변 보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군요..
(제가 대화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개에 대해 완전히 문외한이라서요..)
뭐.. 전 주인에게 집에서 소변을 잘못봐서 혼났을 수도 있고요..
집에서 소변을 본 것때문에 자기가 이렇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했을 수도 있겠죠.
문득 우리 아이들에게 말을 정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생각해보니, 저 역시...
"너 뭐뭐 안하면, 알아서 해."
"이거 해야, 뭐뭐 해줄거야." 와 같은 말들을 아이들에게 한 적 있습니다.
가끔 TV에서 보는...아이와의 갈등이 극에 달한 부모들은
"너 때문에 내 인생이 이렇게 됐어.."
"도대체 왜 태어나서 나를 괴롭혀.."
이런 말씀까지도 하는 것을 보았는데,
이런 말을 들은 아이의 마음은 어떨까요.
부모에게서 버림받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요.
조건을 이행해야 부모가 나를 사랑해준다는 생각도 했을 것 같습니다.
버림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
아이들이 그런 마음 들지 않도록,
너희를 그 자체로 사랑하고 있다고,
아이들이 마음으로 느낄 수 있게
부모로서 더욱 더 노력해야겠습니다.
특히 저도 모르게 간혹 조건등을 내걸며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앞으로는 그러지 말아야겠네요..
조건을 이행했기 때문에 사랑한다가 아닌
그 자체로 사랑한다고 아이들이 느낄 수 있게요.
아침 지하철 타고 오는 길에, 그 개가 자꾸 생각이 나더군요.
부디 좋은 주인을 만났으면 합니다. 이번에는 버림받지 않게..
사진: Unsplash의Oscar Sutt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