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에 너무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큰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고서는 부쩍 주변 친구들을 신경쓸 때가 있다.
묻지도 않았는데, 누구와 친해졌고, 누구와 멀어졌고,
또 누구는 어떤 것을 잘하고,
누구는 이런 것도 모른다 한다.
이제 곧 초등학교 2학년으로 올라가는 큰아들에게
슬쩍 새 학년이 시작되는데
혹시 무슨 바람 같은 것이 있냐고 물으니
새로운 친구들을 잘 사귀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언제나 아빠 옆에서 아빠랑 노는 것이 제일 좋다고 하던 큰아들이
어느새 친구들이 더 중요한 시기가 되었구나 싶다.
생각해보니, 나도 친구 관계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가 있었다.
초등학생, 중학생, 고등학생 무렵, 그리고 대학생 무렵까지.
방과후면 다같이 모여 운동이며 게임을 할 때가 많았고,
심지어 수능을 보는 전날에도 어울려 게임을 하러 갔었다.
새로 나온 영화가 있으면 친한 친구들이 모여서 다같이 보러 다녔으며
밤늦게 술도 마시고 두려운 것 하나 없이 밤거리를 활보하기도 했다.
그때는 내 인생에서 친구가 큰 비중을 차지했었다.
내가 속한 무리와 그들과의 우정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사람들과 교분을 쌓고, 여기저기 모임에 나가서 활동하는 것이 재밌었다.
핸드폰에 저장된 수많은 친구들과의 우정이 인생에서 영원토록 지속될 것이라 믿었다.
그렇게 세월이 지나, 나이가 40을 바라보는 무렵,
저마다 각자의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어느샌가 다들 사라져 있더라.
다들 저마다의 사정으로 하나둘씩 사라지기도 했고,
각종 경조사가 하나씩 생길때마다 관계가 정리되기도 했다.
그러는 와중에도 사회생활을 하며 만난 여러 직장 동료들을 알게 되고,
새로운 관계도 계속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마저도 회사를 나간 선배들의 말을 들어보면,
회사를 나간 순간 그 인연들도 어느새 하나둘씩 정리되곤 한다고 한다.
결국 나이를 먹어갈수록
가족과 마음을 나눈 소수의 친구만이 내 곁을 지키게 되는 것이다.
예전 어렸을 때야 친구들과의 의리 때문에 내켜하지 않으면서 모임에 참석하거나,
겉으로 드러나는 형식적인 관계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40대가 되어 돌이켜보니
어차피 인간관계는 조금씩 정리되기 마련이더라.
사랑하는 두 아들아.
너희들이 굳이 인간관계에 매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너희들이 바른 인성을 지니고,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네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면,
주변에 어느샌가 괜찮은 친구들이 모여있을 것이고,
또 그 친구들 중에서 몇 명만이 네 곁에 남아 남은 인생을 함께 하게 될 것이다.
굳이 모두와 친해질 필요도 없고,
모두에게 인정받을 필요도 없다.
인생은 그런 것이더라.
예전, 오랜만에 초등학교 동창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어릴 때는 함께 있으면 그렇게 즐겁고 행복했던 친구들이
이제는 다들 저마다 살아온 이야기를 하는데,
어떤 친구는 정치 얘기를 좋아하고,
어떤 친구는 남탓을 자꾸 하고,
어떤 친구는 돈 버는 이야기만 자꾸 하니
대화가 서로 잘 통하지 않았고,
자꾸 옛날 추억을 파는 이야기만 하게 되더라.
물론 즐거운 만남이었지만, 그 이후로 자주 볼 일은 없을 것 같았다.
추억팔이도 두 세 번 지속되면 재미없고 지루해질 뿐이다.
좋았던 추억은 추억 그자체로 남겨놓는 것이 나아보인다.
영원히 지속될것만 같던 우정도 세월이 지나면서
결국 나와 맞는 사람만이 남고, 추억으로만 남게 된다.
그러니 인간관계에 너무 집착할 필요도 없음을 너희들이 알았으면 한다.
사진: Unsplash의Nick Fewing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