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잘하자.
며칠 전 오랜 만에 동생네 집에
형제가 다같이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지나간 추억, 앞으로의 계획 등을 이야기하며
즐거웠고, 또 행복했지만.
그러나 조금 씁쓸하기도 했던 것이
어릴 때는 늘 비슷하고, 같은 생각을 하는 줄 알았는데,
그동안 세월이 많이 흐르면서
말과 행동이 달라지고,
생각하는 바도 많이 달라졌다.
(아, 외모도 계속 늙어가고 있는 중이다.)
투자에 대해서도,
육아에 대해서도,
삶의 방향성에 대해서도..
속마음을 터놓기가 조금 애매한 부분들도 있어서
그런 부분들은 말하지 않고 그냥 웃고 넘어갔다.
가족들도 이럴진대,
하물며 친구는 어떻겠는가
생각해보니,
20대에는 나의 모든 비밀들을 친구들과 공유했었다.
술한잔 할때면 다들 속마음을 스스럼없이 터놓았고,
그렇게 위로를 얻고,
때로는 용기도 얻었다.
한 명이 연애라도 한다치면,
술자리에서 연애고민 들어주는 것이 다반사였다.
20대에는 속마음을 모두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친구였었다.
점차 나이가 들면서,
타인에게 쉽게 말한 나의 비밀들이
나중에 나에게 고스란히 약점이 되어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한때는 절친했지만 어떤 일로 싸우게 된 경우,
서로가 서로의 비밀을 너무 많이 알아서 곤란하게 된 적도 있다.
그래서였을까?
40대가 된 무렵부터는
나의 속마음을 잘 내비치지 않게 되었다.
언젠가...
내가 속마음을 모두 터놓을 수 있는 사람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이 우리 엄마다.
늘 내 편이 되어줬던 엄마.
나는 그런 엄마에게
시시콜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는 것을 좋아했고,
엄마는 내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했다.
그리고 엄마도
당신이 재미있다고 생각한 이야기들을 나에게 늘 들려주셨는데,
때로는 그런 이야기들을 몇번이고 반복해서 하시기도 했다.
그 이야기 중 하나를 돌아가시기 며칠 전에도 하셨다.
하도 많이 들어서 다 외우고 있는 스토리이다..
그럼에도 엄마가 그 이야기를 (또다시) 들려줄 때면,
나는 정말 너무 웃겨서 큰 소리로 웃곤 했다.
어쩌면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그런 이야기들을 매번 재미있게 들어드리는 것도 나뿐이었던 듯 싶다.
엄마는 늘 나만 보면
입이 잠시라도 쉴 틈이 없이.
나와 수다를 떨곤 했다.
그런데 그런 엄마가 돌아가시고,
지금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
엄마의 죽음 이후,
속마음을 모두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은,
나에게는 결국 아내 하나 뿐이다
(아이들은 아직 어리다보니...)
새삼, 가장 가까이에서
내 옆을 지키고 있는 아내에게 감사하다.
그렇게 점점 나이를 먹어가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