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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달 Feb 26. 2024

부비부비

'내 따스한 유령들(김선우 시집, 창비 2021)

바스락, 으쌰으쌰, 사랑하자사랑하자인생별거없다그래도좋다그래서좋다너를안으니좋다

단순한 낙천성의

바스락,

바스락,

바스락거리는 힘

-김선우, '푸른발부비새, 푸른 발로 부비부비'


 '영혼은 행위란다(햇봄, 간빙기의 순진보살)'. 나는 김선우 시인의 시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감각이 좋다. 김선우 시인은 내게 언어의 한계를 알려줬다. 위대한 말들도 결국 행위 없이는 위선과 가식일 뿐이라는 것을 시인의 시에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말로만 사랑한다고 하기 싫었기 때문에 나는 사랑이라는 표현을 조금씩 줄이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또다시 김선우의 시를 만났다. 새의 언어는, 푸른 싹의 언어는 어떤 모습일까.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것을 언어로 나타내야 하는 것처럼 어려운 것이 있을까. 그러나 새와 푸른 싹의 언어에 띄어쓰기가 없다는 것은 쉽게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호흡으로 '사랑하자사랑하자인생별거없다그래도좋다그래서좋다너를안으니좋다'라고 중얼거리니 이 말이 세상 언어의 전부인가 싶기도 하다. 이 문장을 넘어서는 언어가 필요한가.

 단순한 낙천으로 살아가는 것. 그저 바스락거리는 작은 행동에도 우리의 빈약한 언어가 담지 못하는 생동감이 있다. 언어는 우리 모습의 최소한이니, 늘 언어 밖의 세상도 차곡차곡 모으며 살아가야겠다. 부비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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