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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한복이 Mar 05. 2023

나 오늘 생일 안 할 거야!!!



3월 4일 심쿵이의 다섯 번째 생일날이다.

아이들이 일어나기 전에 주방으로 나와 밥을 안쳤다.

심쿵이가 웬일로 먹고 싶다던 불고기를 서둘러 재우고 어젯밤에 푹 끓여둔 미역국도 데웠다.


엄마 오늘 드디어 내가 주인공인거지?



언제 깼는지 아이들이 다 나왔다.

열흘 전부터 언니에게 몇 밤이나 남았냐고 매일 물어보던 생일날이라서인지 심쿵이의 기분이 유독 좋다.

지금껏 받은 용돈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뒀던 사과는 그 돈으로 동생의 생일선물을 사는데 처음으로 썼다. 그리고 깜짝 선물을 줄 생각에 들떠서 달력에 하트를 그려가며 동생이 주인공이 될 이날만을 기다렸다.


둘은 1주일에 한번 있을까 말까 하게 알콩달콩 예쁘게도 놀았다.

심쿵이가 좀 많이 업된 것 같긴 했지만 동생의 생일이라고 다 맞춰주려는 사과 덕분에 아침부터 우리 집에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생일이라서 달라졌다고 말하는 심쿵이는 밥도 얼마나 잘 먹는 건지 아침부터 배가 뽈록 튀어나왔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한창 청소를 하고 있는데 풍선을 던지고 받던 아이들이 흥분하기 시작했다.

풍선을 바닥에 떨어트리지 않으려다 보니 키가 큰 언니에게 유리해졌고 애가 단 심쿵이는 분을 못 이기고 언니를 한대 쳤다.

턱을 맞은 사과가 서럽게 울기 시작했고 언니의 울음에 앞일을 직감한 심쿵이는 더 크게 울었다. 울다 못해 화를 냈다.


언니가 나는 하지도 못하게 혼자 다했어!
그건 나쁜 거지~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언니를 때리는 건 심쿵이가 잘못한 거지!



자신의 잘못을 합리화시키려던 꾀가 안 통하겠다 싶었는지 전에 없던 새로운 방식을 시도했다.



나 오늘 생일 안 할 거야!!!
그냥 다시 엄마 뱃속에 들어갈래!!


거기 있다가 나왔는데 다시 뱃속에는 들어가서 뭐 하게?


[아빠] 심쿵이, 그때 기억나? 엄마뱃속에서 뭐 하고 있었어?


(몸을 동그랗게 웅크리고는) 그냥 이렇게 있었지 뭐!


우와 우리 심쿵이 다 기억하는구나, 기억력이 좋네!


아빠가 한술 더 떴다.

심쿵이는 제발 뱃속에 다시 들어가게 해달라고 졸졸 따라다니며 울고 보챘다.

하... 들어가고 싶으면 들어가고 나오고 싶으면 나오는 방문인 줄 아나....


나올 때 얼마나 힘들게 나왔는데 다시 들어간다고 그래.
엄마배에 들어가면 아무것도 안 보이고, 언니랑도 못 놀고, 슬라임도 못 만지고, 엄마랑 안지도 못하고, 혼자 물속에 있어야 되는데,
그래도 괜찮아?


잠시 울음을 그치고 숨을 깔딱이며 뭔가 생각하는가 싶더니 더 악을 쓰면서 소리쳤다.


그래도 괜찮아! 다시 들어갈 거야! 거기가 여기보다 훨씬 더 편해!!!



그렇게 심쿵이는 40분을 피 토할 것처럼 목을 갈아가며 울었다.

그런 동생을 멍하게 바라보던 사과는 평소에 아끼던 [요정] 색칠도안을 심쿵이 눈앞에 슬며시 내밀었다.

단순한 심쿵이는 자기가 무엇 때문에 울었는지도 그새 잊고 요정그림을 보자마자 울음을 그쳤다.

그리고 마침내 우리 집은 평화로운 주말아침을 되찾았다.

잠시 뒤 심쿵이에게 진짜 엄마 뱃속으로 다시 들어갈 건지 슬쩍 물어보았다.


아이참, 지금 색칠하고 있는데 오또케 들어가~
그리고 안에는 아기가 엄청 많을 거 같아. 나 아기 싫어하는거 알면서.
여기가 더 살기 좋을 거 같아, 다시 안 들어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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