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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콤 남PD Sep 21. 2019

#6. '베이비 페이스' 그가 남자로 보이기 시작했다!

든든함의 끝판왕, 이래야 남자지!

'이래서 뽀뽀나 제대로 하겠나...'


나는 여자로서 남자를 리드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미 회사 생활을 하면서 항상 스태프들을 리드해야 했고, 앞에 나서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 자체도 실은 부담이었다. 연애 생활도, 결혼 생활도 나는 남자가 리드하고 '응, 그래~' 하면서 따라가는 편이 좋았다. 남녀를 꼭 나눠서 역할을 구분 짓자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남자에게 큰 결정권을 주고, 그 결정을 할 때 남자는 여자의 의견을 구하는 모양새가 서로의 마음과 자존심을 더욱 견고하게 지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자신들도 모르게 이러한 역할 구분이 잘 돼 있는 내 주위 커플들은 상대방을 존중하며 행복한 연애 생활, 결혼 생활을 하는 것 같다.


쨌든, 초동안 구남친의 얼굴 때문에 '뽀뽀 걱정'을 했던 나에게 '남자다움'이란 모든 면에서의 '든든함'이었다. '과연 이 어려 보이는 남자에게 나는 모든 면을 기대고 의지하며 믿고 따라갈 수 있을까?'라는 연애 한 달도 안된 시점에 할 필요 없을 것 같은 걱정과 고민을 하던 찰나, 나에게는 매우 결정적인 두 번째 사건이 발생했다.


그날 우리는 한여름, 언덕길이 예쁜 카페엘 갔다. 걷는 걸 좋아했던 우리는 자연이 좋은 언덕길을 걸어 올랐고, 땀이 송송 맺혔다. 커피도 맛있었고, 그림들도 너무 예뻐 한참을 둘러보며 한여름날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음... 자기야 잠깐만! 나 회사에서 뭐 요청 온 게 있어서, 요거 하나만 처리해 주고 가자!"
"그래! 바쁘구나! 나 신경 쓰지 말고 해요~!"


스마트폰으로 막간을 이용해 일을 하는 그를 보니 왠지 모를 든든함이 스멀스멀 피어 올라오고 있었다. 반팔 티에 반바지. 늘 깔끔하고 댄디한 모습만 보다 캐주얼한 옷을 입은 그를 봐서인지 그날따라 그의 느낌이 달랐다. 탄탄해 보이는 가슴과 팔, 글자를 칠 때마다 움직이는 근육과 살짝 도드라진 핏줄, 가무잡잡하지만 깨끗해 보이는 피부가 눈에 들어왔다.


'음... 오늘 좀 멋있네..?'


테이블이 없는 자리에 앉아 톡톡톡! 스마트폰 키보드를 치는 그가 다르게 보일 즈음, 튼튼해 보이는 허벅지와 종아리도 눈에 들어왔다. 팔도, 다리도 이렇게 근육으로 탄탄하게 다져진지 몰랐고, 캐주얼이 이렇게나 잘 어울리는지 몰랐고, 막간을 이용해 일하는 모습이 이렇게 섹시한지도 몰랐다. 그날부터였다.


'오늘... 뭔가 좀 달라 보여..!'


여자의 마음은 원래 그런 건가? 갑자기 어둑한 밤에 외진 골목에서 괴한을 만나도 든든할 것 같은 느낌이 확 들면서, 호감도가 마구 상승하고 있었다. 몰래몰래 그의 모습을 훔쳐보는 동안 그의 업무가 끝났고, 우리는 조금 더 걷기로 했다. 약간 높은 웨지힐 샌들을 신은 터라 갤러리 카페 계단을 조심히 내려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기야, 조심해!"


행여나 발목 삘까, 넘어질까, 아기 다루듯 내 손을 잡고 에스코트를 해 주었다. 그렇게 계단조심조심 내려오는데, 좁은 계단 반대편으로 웬 모델 같은 남자 한 명이 지나갔다.


'헐..! 왤케 잘생겼어... 모델인 줄!'


엄청난 외모를 가진 한 남자가 우리 옆을 지나갔다. 하얀 얼굴(난 하얗고 뽀얀 남자에게 매력이 느껴지지않는다. 그럼에도 흠칫!)에 큰 키, 엄청난 외모를 한 남자 옆으로, 내 남자가 내 손을 붙잡고 있었다.


'쩝... 잘생겼네!'


그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남자는 "자기야, 여기 계단 너무 많다. 조심해!"라며 잡은 손에 더 힘을 주었다. 계단을 반쯤 내려왔을 즈음  만삭의 한 임산부가 혼자 우리 옆을 지나갔다. 섹섹 거리며 숨이 찬 듯 손수건으로 얼굴을 훔치고 있었다.


'아이고... 이 높은 델 만삭으로 왜 왔대... 힘들겠다...'


그녀는 방금 지나간 모델 남을 원망하듯 바라보며, 다시 난간을 부여잡고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응??? 헐!!!! 부부야? 뭐야... 여자 너무 안됐어... ㅠㅠ'


그렇다. 둘은 부부였다. 만삭의 아내도 예쁘장했지만, 모델 훈남에게 NO안중! 같은 여자로서, 불면 날아갈 세라, 만지면 부서질 세라 크리스털처럼 보호받으며 내려오는 내가 미안할 정도였다.


'와... 나쁜 놈...'


그리고 잠시나마 한눈을 팔았던 나의 철딱서니 없는 눈과 마음을 채찍질했고, 웨지힐과 계단으로부터 나를 보호하는 '중요 미션' 수행 중인 참한 내 남자가 다시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힝... 미안요... 당신 너무 멋져!' 내 남자는 원래 그런 남자였다. 나를 공주처럼, 아기처럼 아끼고 보호하는 남자. 그 사건 이후로 나는 그가 너무 좋아졌다. 영화배우가 대시한다해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그에 대한 나의 믿음은 견고해졌고, 우리 사이에는 믿음과 신뢰가 더욱 깊게 뿌리를 내렸다.



한결같은 사랑. 사람들은 사랑하는 이의 옆에 있을 때, 더욱 빛이 난다.



오는 10월이 되면 그와 나결혼한 지 만 4년이 된다. 아직도 내 구남친은 나를 아가처럼, 연인처럼, 신혼 초처럼 아껴주고, 소중히 다뤄준다. 그날 이후 아마도 구남친이 나를 100:1로 좋아했다면, 100:100 정도로 그에 대한 나의 마음이 올라간 것 같았다. 그리고 결혼 4년이 다 돼가는 지금, 나는 그를 카운트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많이 사랑하고 좋아한다. 그가 얼마나 세심하고, 다정한지, '볼매'다. 하지만 나는  그가 잊지 않도록 말해준다.


"여보,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자기가 날 사랑하는 것보다 더 많이 사랑하거나 뭐 그러진 않아~!"


당신이 너무 좋지만, 난 여자니까~ 살짝 덜 좋아하는 걸로 하자! 오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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