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커피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NI Oct 15. 2018

첫, 에스프레소

커피 일기, 두 번째 이야기




첫 실습 시간에 에스프레소를 배웠다. 마끼아또 카페모카 등 첨가물을 넣은 베리에이션 음료의 기본 역할을 하는 에스프레소! 우선 뜻부터 보고 가실게요.



에스프레소의 정의


역시 이론은 어렵다. 이론으로 본 에스프레소의 정의는 당최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그러나 실습 전에 원두의 양과 시간, 추출 정도를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어야 제대로 만들 수 있었다. 커피 뿐 아니라 다른 분야도 그만의 기본기가 있을 것이다.




아이스를 제외한 음료를 담는 잔은 기본적으로 예열을 한다. 커피 기계 가장 위쪽에 있는 컵 워머에 잔을 올려둔다. 본격적으로 원두 분쇄를 하고 추출하기 전부터 갖춰야 할 준비 사항이다.


에스프레소를 담는 잔을 ‘데미타세’demitasse라고 부른다. 1온스, 약 30ml의 적은 양을 추출하기 때문에 열을 안아줄 수 있는 작고 도톰한 잔을 사용한다.



우선 그라인더에서 원두를 분쇄하고 기계에 장착할 포타 필터에 템퍼로 원두를 담아 꾹 눌러주는 탬핑을 한다. 탬핑을 하는 건 기계에 장착하고 추출을 할 때 원두에 물이 고르게 접촉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원두의 양과 탬핑의 정도에 따라 추출 시간도 다르고 맛도 다르다.


맑은 날, 흐린 날, 바리스타의 기분도 다 커피 맛에 영향을 준다고. 그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커피를 만들어야 할까! 한 잔의 커피는 참 세심하게 만들어진다는 걸 느꼈다.



뽑고 씻고 다시 뽑고 맛보고의 연속


에스프레소를 잘 뽑는다는 건 쉽지 않았다. 정량도 중요하지만 만들 때마다 맛이 달랐다. 감을 익히려고 분쇄한 원두 무게를 재고, 누르는 강도를 조절하면서 탬핑을 한 후 커피가 뽑히는 시간을 쟀다. 계속 연습하면서 사람들이 뽑은 커피도 맛보았다.


매번 누군가가 내려 준 커피만 마시다가 직접 내린 커피를 마시는 것도 하나의 즐거움이었다. 속이 쓰릴만큼 마신 탓에 새벽 4시가 넘도록 잠을 자지 못했지만. 사람들도 에스프레소 수업 날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는 후문이 들렸다.



갑자기 호랑이 뿅 ! 커피랑 무슨 상관?


진한 갈색빛의 크레마가 있으면 그만큼 맛있다는 증거! 에스프레소의 정량 30ml는 크레마 2~4mm까지를 포함한 양을 말한다. 크레마는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때 나오는 오일 거품층인데 금방 사라지긴 해도 신선도를 결정짓는 에스프레소의 꽃이다.


선생님은 크레마를 재미있게 ‘타이거 스킨(tiger skin)’이라고 부르셨다. 그때부터 우리의 타이거 스킨 찾기 대작전은 시작됐다. 에스프레소를 뽑을 때마다 서로의 호피 무늬를 찾으려고 했다.



한 잔의 에스프레소는 그 자체로 마셔야 한다. 다른 잔에 옮겨 담으면 추출한 에스프레소에서 맛과 향의 균형이 무너진다고 한다.


따뜻하게 준비한 데미타세에 에스프레소가 담기면, 하나의 컵이 딱 한 잔의 커피를 머금는 걸로 끝인 것이다. 왠지 "나는 나야!"라고 말하는 것 같은 정체성 강한 커피. 작지만 확실한 커피가 바로 에스프레소다. '소확행'을 '소확커'로 바꿔도 말이 될 것 같다.



하라는 커피 공부는 안하고 잠시 쉬는 척 하며 공책에 그림 일기를 썼다. 에스프레소 같은 사람, 왠지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 따뜻할 것!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기 위한 잔은 따뜻해야 한다. 그래야 더 맛있게 에스프레소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나 또한 온기를 가진 사람이고 싶다. 누군가의 마음이 나의 온기와 만나 온도가 될 수 있다면!  


2. 한 잔의 커피 같은 나


에스프레소는 한 잔 만으로도 충분한 커피다. 맛을 즐길 수 있다면 1온스의 에스프레소만큼 확실한 커피가 없을 것이다. 선생님은 세상에 완벽한 에스프레소는 없다고 하셨다. 끊임없이 만들어 보면서 자기만의 맛을 찾아야 한다.


나 또한 나로서 충분한 사람이고 싶다. 남과 비교하고 이유 없이 불안해하기보다 부딪히고 경험하면서 스스로 확신할 수 있다면 좋겠다. 양과 상관없이 꽉 찬 맛과 향기를 가진 에스프레소처럼!   


 3. 기억나는 맛, 사람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방법은 이렇다. 우선 향을 음미한다. 첫 잔은 크레마의 거품을 함께 마신다는 기분으로 들이켠다. 이어지는 잔에서는 원두 본연의 맛을 즐기고, 다 마시고 난 후에는 입안에 감도는 향과 감칠맛을 느낀다. 에스프레소는 마시기 전부터 마시고 난 후까지 모두 느낄 수 있는 공감각적인 커피이다. 나는 아직 '인생 에스프레소'를 만나지 못했지만 그런 사람이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인생 에스프레소를 만들기 위한 분주한 움직임!




매거진의 이전글 커피 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