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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커피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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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NI Nov 12. 2018

뽀송뽀송 우유 스티밍


곱고 부드러운 질감의 우유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인 우유 스티밍. 요즘에는 자동으로 된 기계도 있지만 맛있는 커피집 치고 스티밍을 수동으로 하지 않는 곳은 없더라! 스티밍 작업은 단순히 우유를 따뜻하게 한다기보다 우유 공기층을 잘 섞어주어 벨벳처럼 고운 질감의 우유를 얻기 위함이다. 스티밍의 개념과 스팀봉을 다룰 때 주의할 점 등을 이론으로 배운 후 실습을 했다.


우유를 담을 스테인리스 재질의 스팀 피처와 우유가 필요하다.



스티밍을 처음 해보는 만큼 낭비되는 우유 양이 많을 테니 연습 단계에서는 물을 섞어서 했다. 나 정말 잘할 수 있을 거 같아!라고 하는 느낌이 올 때만 우유를 100% 넣고 하기로 했다. 연습에서 잘하면 실제로 우유만 넣고 스티밍을 했을 때 더 풍부하고 고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하니 일단 맛과 상관없이 연습에 돌입했다.




우유를 골고루 섞고 따뜻하게 데우는 스팀봉은 사용 전에 한 번 스팀을 열어 준 후 젖은 행주로 청결하게 닦아줘야 한다. 그러고 나서 스팀봉을 적당한 높이로 세우고 피처에 넣은 후 가동한다. 피처에 손을 감싸고 우유가 잘 섞이는 걸 확인하면서 뜨겁다고 느껴질 때 스티머를 끈다. 스팀봉이 뜨겁기도 하고 가동하는 순간 '칙' 하는 소리가 무서워서 스티밍을 시작하기 전까지 행주를 놓지 않았다. 일대일 실습이 끝나고 다른 사람들을 보니 나처럼 행주를 꼭 쥐고 있는 모습이 재밌었다.




스티밍 전 스팀봉을 세척하면서 사용한 행주를 내려놓고 피처를 양 손으로 들어야 하는데 익숙지 않아서 다들 머뭇거렸다. 일대일로 수업을 하면서 선생님은 실습생 한 명 한 명에게 "소중한 거 내려놓으시고요."라는 말을 반복하셨다. 나는 교실이 떠나갈 듯 엄청 크게 웃어놓고 같은 실수를 또 했다. 몸과 마음이 따로 놀 때 재미있다. 머리로 입력한 내용을 몸으로 익혀야 하는 일들이 그렇다. 이런 서투름이 익숙해질 즈음 행주 요정 사건도 재밌는 추억이 되겠지?




그동안 열심히 연습했던 에스프레소 두 잔을 내리고, 우유를 스팀 피처에 담아 스티밍을 준비한다. 샷을 준비하고 우유를 넣는 연습까지 하는 거니 카푸치노를 만들어 보는 셈이다. 카푸치노를 만들어 볼 수 있다니! 생각만으로도 신이 났다.


우선 에스프레소 1온스(30ml)를 눈대중으로 라테 잔에 뽑아야 하는데 감이 오지 않았다. 아직은 에스프레소 연습이 더 필요한가 보다. 원두 양이나 꾹 누르는 탬핑의 정도에 따라 맛이 달라지는 걸 감각으로 익힐 때까지 말이다. 게다가 카푸치노나 라테, 에스프레소 콘파냐 등 샷이 들어가는 음료라면 에스프레소를 잘 뽑는 일이 기본 중의 기본이니까! 기본을 잘하기란 참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표정은 웃고 있지 스팀피처에 전해지는 온도에 놀라는 중




스티밍이 끝나고 잔에 담는 순간은 서로 구경하기 바쁘다

 

스티밍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유의 질감이 달랐다. 스티밍을 마친 피처를 바닥에 가볍게 탁탁 치고,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서 한번 더 섞어준 후 라테 잔에 따랐다. 각자 에스프레소를 뽑고 스티밍까지 하느라 정신없는 와중에도 누군가 스팀우유를 따를 때는 우르르 모여서 구경했다. 내 거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는 것도 공부가 된다. 자세나 과정을 서로 알려주면서 연습의 효과가 더 올라간다는 기분이 들었다.



  

쌓이는 우유와 쉴틈 없는 개수대


연습의 현장은 매우 격렬했다. 나중엔 행주가 섞여서 네 것 내 것 할 거 없이 그냥 보이는 대로 사용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내 행주에는 '송월타월'이라 적혀 있었는데 두 개 중 하나가 실종됐다. 그 다음 시간에 어떤 분은 행주에 자수로 이니셜을 새겨 오기도 했다. 나는 행주에 달린 택에 네임펜으로 'J'라고 썼다. 선생님이 장난처럼 말한 '소중한 것'이 진짜 그렇게 되어 버렸다. 행주들은 저마다 이름이 생겼다. 그것도 정말 재밌는 부분!


    


"손님~ 주문하신 카푸치노 두 잔 나왔습니다." 서빙 연습은 어색하고 재미있었다. 왠지 20대 초반 매일 알바를 했던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달까. 어떤 분은 손을 덜덜 떨기도 했다. 서빙하는 법도 이론으로 배웠는데 그림일기를 쓰는 지금 또 까먹었다. 이것도 결국 몸으로 익혀야 하는 감각이다.




실습하다 보니 맛있는 카푸치노 한 잔이 그리웠다. 우유 거품 잔뜩 올라간 라테 한 잔 쭉 들이켜고 싶다는 생각도!



 

언젠가는 할 수 있을까. 라테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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